위험한 생각 습관 20 - 편리하고 빠르지만 너무나 치명적인
레이 허버트 지음, 김소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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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리스틱(heuristic)은 우리가 일상적인 의사결정과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인지적 경험법칙이자

우리 마음 속에 내재된 정신적 지름길이다" (10 쪽)

 




 
 
미국 시사 주간지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에서 에디터로 일했으며 25년 경력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레이 허버트는 20가지의 휴리스틱들을 소개한다. 휴리스틱은 한마디로 무의식적 선택 습관이다. 겨울이 되면 더 외롭다고 느끼는 본능적 휴리스틱, 익숙한 글씨체에 더 호감을 보이고 낯선 이름에는 위협을 느끼는 유창함 휴리스틱, 주위에 별로 없기 때문에 금에 열광하는 희귀성 휴리스틱 등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휴리스틱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아주 오래전 우리의 원시 조상들이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진화하고 있을 때 그들의 뇌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무수한 위험으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면 신속한 판단과 선택이 필요했다. 이런 진화의 경향이 아직도 현대인에게 휴리스틱으로 남아 상당수는 잘못된 사고로 이어지고 심지어 오늘날 우리의 생활양식에 더 이상 적용되지 않음에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일부 휴리스틱들은 우리의 원시 조상들이 남긴 유산인 반면 일부는 여러 세대를 거쳐 재학습되면서 전승되어온 문화적인 유산이다. 또한 어떤 휴리스틱들은 유아기의 두려움이나 욕구 같은 최초의 경험애서 비롯되어 차츰 성장하면서 우리들의 사고를 형성한다. 추위라는 본능적 휴리스틱을 생각해보자. 추위를 피해 안락함을 찾는 유아는 따듯한 어머니의 품에 안기면서 점차 추위를 '혼자 있음'과 연관시킨다. 그 결과 추위와 외로움의 개념은 매우 밀접해져 더 이상 두 경험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본능적 휴리스틱 - 겨울이 되면 더 외로운 이유

 

시인 실비아 플라스(Sylvia Plath, 1932~1963)는 미국 보스톤대학교의 생물학 교수이면서 땅벌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였던 아버지 오토 플라스의 딸로 태어났다. 실비아 플라스의 작품 세계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그녀의 나이 8살 때 목격한 아버지의 죽음에 의한 충격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아버지가 죽은 이듬해인 아홉 살 때 첫 번째 자살 시도를 벌인다. 대학시절 다방면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인 플라스는 장학금을 받고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 재학 중에 알게 된 시인 테드 휴즈와 결혼한다. 1963년 자살한 시체로 발견되었다.

 




  

지난 여름 날의 갈대들은

모두 얼음 속에 새겨졌네.

마치 내 눈에 당신 모습이 그렇듯.

메마른 서리는 내 상처의 창문에 내려앉았네.

바위에 어떤 위로가 흘러 나와

마음의 황무지를 다시 푸르게 만들까?

누가 이 황량한 곳에 걸어 들어올까?

 

<바위가 있는 겨울 풍경>중에서

 

이 시詩는 그녀가 24살에 쓴 작품이다. 그녀가 겪은 고독의 고통은 시에 표현된 추운 겨울이라는 은유에서 분명히 나타난다. 왜 추운 겨울일까?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이 젊은 여성은 자신의 인생의 황량함과 외톨이 같은 기분을 표현하고자 했을 때, 왜 얼음과 서리가 생각났을까? 외로움은 과연 온도와 상관이 있는걸까?

 

토론토 대학교의 두 명의 심리학자 첸보 중과 제프리 레오나델리는 사고와 판단에 사용되는 은유가 우리의 기본적인 지각과 감각을 통해 뇌에 들어온 정보에 영향을 받은 것이지 알아보았다. 원시 시대의 우리 조상은 따뜻함과 친목을 생존의 도구로 연결했을 것이다. 유아들은 오늘날에도 이 두 가지를 연결시킨다. 몸의 따뜻함은 안락과 안전을 의미한다. 정반대는 어떨까? 

 

실험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한 집단은 클럽에서 거부당하거나 대학교 농구팀에서 잘리는 등 사회적으로 거부당했던 개인적 경험을 회상하라고 주문했다. 다른 집단은 집단에서 수용되었던 행복한 경험을 회상하도록 했다. 잠시후 모든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방 안 온도를 추정하도록 했다. 고립되고 거부당한 느낌을 가진 부류는 온도를 5도 가량 더 낮게 추정했다.

 

이후 모든 참가자들에게 뜨거운 커피, 차가운 콜라, 크래커, 사과, 뜨거운 수프 등 특정한 음식과 음료를 얼마나 원하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 거부당한 경험을 가진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보다 뜨거운 커피나 수프를 더 원했다. 따뜻하고 몸을 풀어주는 음식을 선호한 이유는 냉대를 받았을 때 실제로 더 추위를 느꼈기 때문인 것이다.

 

고립은 마치 추위 속에 남겨진 기분을 느끼게 하고, 그것이 자신을 더욱 외롭게 만들고, 그러한 감정은 다시 더욱 춥게 만든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자살이 당시의 추운 날씨 때문은 아니었는지 의문을 가진다. 사실 그녀는 영국에서 수백 년 만의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인 1963년 2월 런던에서 가스 오븐에 머리를 넣고 자살했기 때문이다.

 




 

유창함 휴리스틱 - 왜 익숙한 글씨체에 호감을 보일까

 

"모세는 방주에 동물을 몇 마리씩 실었을까?" (65 쪽)

 

이미 잘 알고 있는 걸 선호하는 건 인간의 근원적인 본질이다. 익숙함은 우리의 얼굴, 대화, 사설, 주식 공모 등 세상의 모든 측면을 처리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다. 다시 질문에 답해보라. 대다수 사람들은 문제를 듣자마자 "두 마리"라고 대답한다. 조금 더 주위를 기울인 사람은 문제가 잘못된 것임을 알아차린다. 방주와 관련있는 인물은 노아이기 때문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이런 오해를 '모세 착각'이라고 부른다. 이는 우리가 날마다 어떻게 문제를 처리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접하는 대화와 텍스트를 처리하고 이해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온갖 방식으로 우리를 함정에 빠트릴 수 있는 왜곡들로 가득하다.

 

만약 좀전의 질문을 "빌 클린턴이 방주에 동물을 몇 마리씩 실었을까?"로 했다면 우리들은 결코 속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언어의 유창함이 우리가 비논리적 사고를 잡아낼 정도로 마음의 속도를 늦출지의 여부를 결정한다고 추정하는 심리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시건 대학교의 송현진과 노버트 슈와츠는 이를 테스트하려고 재미있는 실험들을 수행했다.

 

참가 집단에 모세 질문을 던졌다. 질문은 종이에 적혀 있었다. 일부는 읽기 쉽게 평범한 글씨체로 된 또렷하고 검은 색으로 인쇄된 질문지를 받았다. 다른 참가자들은 익숙하지 않은 글씨체로 흘려 쓴 데다가 밝은 회색으로 인쇄되어 읽기 힘든 질문지를 받았다. 그 결과, 읽기 어려운 글씨체로 된 질문지를 받은 사람들은 모세 착각에 덜 속았고 반면 읽기 쉬운 글씨체의 질문지를 읽은 사람은 두 마리라고 즉각 반응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리학자들, 특히 행동경제학자들은 우리가 물건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에 관심이 크다. 그런데, 이것이 이성적인 결정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일까?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 다니엘 오펜하이머와 뉴욕 대학교의 아담 알터는 우리가 내리는 많은 경제적인 결정이 객관적 가치와 거의 상관없다고 말한다. 일련의 실험에서 두 학자는 우리의 경제 행위가 모세 착각에서 작동한 유창함 휴리스틱의 산물임을 밝혀냈다.

 

참가자 집단에 1달러로 클립, 껌, 종이냅킨 등 일상적인 물건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일부는 조지 워싱턴이 인쇄된 익숙한 1달러 지폐를 받았고, 다른 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수전 앤서니가 새겨진 1달러 동전을 받았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익숙한 지폐가 덜 익숙한 동전보다 더 많은 구매력을 갖는다고 믿었다. 이는 분명 비논리적이다. 뇌는 익숙한 것들을 더 빨리 힘들이지 않고 직관적으로 처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식투자를 할 때 저가주가 고가주보다 상대적으로 싸다고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희귀성 휴리스틱 - 쓸모없는 금에 열광하는 이유

 

만일 뭔가가 드물다면 그건 분명 가치 있는 거라고 그리고 뭔가가 가치 있다면 그건 분명 드물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바로 희귀성 휴리스틱이라 한다. 금이 소중한 이유는 이것을 갖고 마천루를 짓거나 암을 치료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주위에 별로 없는 희귀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소르본 대학교의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짧은 음악을 들었다. 베르디의 레퀴엠이나 마일즈 데이비스의 곡이 아니라, 감정을 휘저을 것은 하나도 없는 음악이다. 이후 일부 참가자들에게 그 음악을 다시 듣는 데 돈을 얼마나 지불할지 물어보았다. 반대로 다른 이들에게는 돈을 얼마나 주면 다시 들어보겠냐고 물어보았다.

 

Miles Davis by Palumbo

마일즈 데이비스(1926~1991)


 

애매모호한 상황에 직면할 때면 돈을 얼마나 낼 건지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그 경험을 즐겁거나 가치있는 것으로 가정한다. 하지만 돈을 얼마나 받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사람들은 정반대로 즉 그 경험은 가치가 거의 없고 심지어 별로 좋지도 않다고 가정한다. 이후 심리학자들은 모든 참가자들에게 얼마나 오래 음악을 들었는지 시간을 추정하라고 질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돈을 지불받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은 사람들보다 음악 감상 시간이 짧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돈이 교환된 것이 아니지만 돈을 지불한다는 생각이 그들에게 가치를 인지하도록 만들어 희귀성 휴리스틱을 유도한 것이다.  그 결과로 그들은 상당히 즐거운 음악을 많이 듣지 못했다면서 희귀성을 느끼게 되었던 것이다. 

 

1980년대 양배추 인형 광풍은 어떠했는가? 큰 머리, 커다란 눈, 헝겊 몸통의 바보스런 모습의 인형이다. 인형마다 이름이 정해져 있고, 이를 구입하면 입양 서류가 딸려 온다. 한동안 이 인형은 인기를 끌어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희귀성은 시장의 공포를 가열시켰다. 부모들은 백화점 복도에서 양배추 인형을 차지하려고 난리였고, 상점들은 양배추 인형을 전담하는 경호원까지 고용했다. 여러 상점들이 약탈당했고, 암시장에선 150달러 이상에 거래되기도 했다. 희귀성의 생생한 사례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런 현상은 흔히 발생한다. 그러나 결국 이 거품은 사그라진다.

 


1983년 12월호 

 

 

익숙함 휴리스틱은 식료품 구매 방식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택과 개인재무관리 영역에서도 널리 연구되었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신생회사의 이름이 말하기나 읽기가 쉬울수록 그 회사의 주식을 사려는 경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이 주식의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미시건 대학교의 심리학자들은 인쇄된 글시체가 우리의 지각에 영향을 미쳐 롤러코스터의 위험성을 더 높게 또는 더 낮게 인식하도록 만들거나 부담감을 더 많이 도는 더 적게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익숙함 휴리스틱이 우리의 크고 작은 선택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이 책은 잘못된 휴리스틱 충동을 제거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일단 잘못된 사고를 알아차리면 우리는 더 나은 사고를 하게끔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다. 특히, 주식투자자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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