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벳 - 세상을 바꾼 1천 번의 작은 실험
피터 심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에코의서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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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벳이란 '어떤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발전시키고 시험하기 위해

부담없이 해봄직한 시도'를 의미합니다" (4 쪽)

 

크리스 록은 적은 관객을 상대로 작은 실험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코미디물을 발전시켜 나갔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인 그가 해외 순회 공연에서 보여주는 코미디는 실패로 끝난 수많은 건의 '작은 실험 little bets'를 통해 검증하고 익힌 지식의 산물이다. 그는 개략적으로 구상한 소재들을 약 50명 정도의 관객이 모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시험 공연을 미리 해본다. 한 회 분량의 완전한 레퍼토리를 만들기 위해 수백 개의 예비 아이디어를 시도해보고 이 중에서 소수만 엄선해서 실제 공연 무대에 올린다.

 



 크리스 록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칼렌슨은 두 가지 유형의 혁신가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개념적 혁신가'와 '실험적 혁신가'가 바로 그 유형이다. 크리스 록처럼 작은 실험을 통해 비선형적인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실험적 혁신가'라고 불렀다. 모차르트 같은 '개념적 혁신가'는 과감하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위대한 혁신을 이룩한다. 특히, 칼렌슨은 현실적으로 널리 존재하는 유형이 실험적 혁신가이며 들은 실험적이고 반복적이며 시행착오를 거치는 접근법을 이용하여 끈질지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특징을 보이기에 더욱 흥미를 가진다고 한다.

 

"만일 1만가지의 방법을 시도했는데 모두 효과가 없다고 해도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나는 실망하지 않는다. 한 가지 방식이 잘못된 것으로 밝혀질 때마다

나는 한 발짝 전진한 것이기 때문이다" - 토마스 에디슨 (24 쪽)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기까지 9천 번 이상의 실험을 시도하면서, 그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위대한 발명가의 이야기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된다. 베토벤은 무수한 실험을 거쳐 기존의 모차르트 식 작곡법에서 탈피할 때까지 남들과 별 다를 바 없는 음악을 작곡했다. 그는 청중을 대상으로 새로운 양식과 형식을 시도하는 창작의 과정을 거쳤다. 현존하는 베토벤의 악보 중 일부는 교정 부호, 수정 사항, X표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다수의 작은 실험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감지하여 탁월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이는 창조적인 가능성에서 출발하여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인 검증을 거치고, 불확실성을 극복하여 올바른 방향을 설정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는 큰 실험보다 오히려 작은 실험을 통해 이전의 미지 상태를 깨닫게 된다. 천재는 매우 드물게 탄생하지만, 창조적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위해 작은 실험을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작은 실험에 접근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실험 실천,실패를 통해 빨리 배운다. 베토벤이 새로운 음악 양식과 형식을 발견했던 것 처럼 실험하면서 새로운 것을 구상한다.

 

놀이 유쾌하고 즉흥적이며 익살 넘치는 분위기

 

몰입 인내심을 갖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발전시킨다.

 

정의 이룩한 통찰력을 활용하여 해결하기 전 문제의 내용과 요구를 규정한다.

 

순응 작은 성공을 활용하여 완성에 이르는 진로를 결정한다.

 

반복 크리스 록이 코미디 공연을 완성시킬 때처럼 가설을 이용해 반복하면서 개선하고 검증한다.

 

 

고정 사고관 vs 성장 사고관

 

고정 사고관을 선호하는 사람은 인간마다 고유한 재능을 타고나며 지능이나 능력은 바위에 각인된 것처럼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자 안달이다. 반면 성장 사고관을 선호하는 이들은 지능이나 능력은 노력하면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믿으며, 실패나 좌절을 성공의 기회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발전하려는 열망이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사회시리학 교수 캐럴 드웩 박사는 어째서 어떤 이들이 다른 이들에 비해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는데 더욱 적극적인지에 대하여 연구하는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는 성장 사고관의 대표 주자로 마이클 조던을 자주 거론한다. 조던이 농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그리 대단한 자질이 보이지 않았지만 엄청난 노력을 통해 위대한 경지에 도달했던 것이다.

 

한편 드웩 박사가 고정 사고관의 사례로 꼽는 사람은 존 매켄로이다. 테니스 코트의 악동으로 유명한 그는 시합에서 일단 뒤지기 시작하면 선심에서 관중에 이르기까지 눈에 띄는 모든 것을 비난한다. 그는 경기에 집중하여 게임 상황을 호전시키기보다 분노에 휩쓸려 오히려 발끈하기 일쑤였다.

 

"고정 사고관은 어려움이나 노고,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식되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모두 위협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성장 사고관은 앞에서 언급한 조건들을 모두 기회로 간주한다"

 - 캐럴 드웩(스탠퍼드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성장 사고관은 매우 인상적이다. 80대의 게리는 스페인 빌바오에 있는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디즈니 콘서트홀을 건축한 사람으로 1989년 건축가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건축상을 수상했다. 그는 성공적인 건축물을 완성하고 주위에서 수많은 찬사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적어도 시작 단계에서는 실패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그는 이를 '건전한 불안감'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접근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를 기회로 인식한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우려하기보다 앞으로 얻게 될 통찰력에 더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실패 견본 만들기

 

견본 만들기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유용한 전략이다.  소설가 앤 라모트는 그녀의 저서 <글쓰기 수업>에서 괜찮은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정말로 형편없는 초고를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도 동료들과 함께 종이나 골판지를 오리고 구기고 접어서 새로운 건축 디자인을 시작한다.

 

"그들은 더 나은 생각에 이르기 위해 저렴한 견본을 제작한다" (95 쪽)

 

개략적인 시발점에서 최종 버전까지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모형으로 구현되는 수준에 이르지도 못한다. 프랭크 게리와 그의 동료들은 이해 당사자들에게 가장 훌륭하고 효과적인 아이디어들을 모형으로 제작하며, 건물의 형태와 모형은 장기간에 걸쳐 잘라내고 새로이 붙이는 과정을 통해 점점 세밀해진다.

 



 

픽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견본을 만드는 것과 동일한 과정을 따라 새로운 영화를 제작함으로써 발전할 수 있었다. 픽사는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서 수천 개의 스토리보드를 구상했다. 사실상 이는 모든 아이디어를 최종 작품에 반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숫자이다. 가로 10cm, 세로 25cm 크기의 흰색 종이 보드 위에 피쇼ㅏ의 스토리 아티스트들이 아이디어를 스케치했다. 그 결과 <니모를 찾아서>에서는 4만 3536장이나 되었다. 스토리보드를 사용하여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영화감독과의 스토리 미팅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스토리보드별로 피드백을 제공하고 아이디어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브레인스토밍했다.

 

제대로 질문하기

 

창조적 통찰력을 달성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 중 하나가 이론을 버리고 현실을 경험하는 것이다. 새로운 문제와 아이디어, 필요와 욕구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법이다. 이것들은 언제나 표면 아래에 숨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것 너머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도 모를 수 있다. 그러자면 더 깊이 파고들고 더 넓게 살펴보고 집중해야만 한다.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 은행의 창업자이자 미소금융의 출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여 2006년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무하마드 유누스, 그는 자신의 자서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에서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이 기차역과 버스 정류소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극심한 기근이 인도를 휩쓸자 굶주림에 뼈만 앙상한 사람들이 먹거리를 찾아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들었던 것이다.

 

1974년 당시 그는 방글라데시 치타공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2년이 흐른 어느 날, 치타공 대학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마을 조브라에서 그는 하루 10시간씩 맨발로 밟아서 탈곡하는 여인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는 '벌레의 시각'이라는 관점으로 빈곤에 대한 이해를 추구했다. 대나무 의자를 만들어 하루에 고작 2센트밖에 벌지 못한다는 이 마을의 여인 수피아 베굼의 이야기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 또한, 재료비를 사채업자로부터 빌려서 이 일을 하는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생업에 종사하는 42명의 재료비를 모두 합쳐도 27달러가 넘지 않았다. 그는 결코 대부업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들에게 처음으로 27달러를 빌려주었다. 1977년에 그는 그라민 은행을 설립하여 극빈층 자영업자들에게 소액 대출을 시행했다. 96퍼센트가 여성들이었다. 극빈자들도 신용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오랫동안 인도 금융업계가 견지했던 뿌리 깊은 회의론도 극복하게 되었다. 65억 달러 이상을 극빈자들에게 대부하였고, 상환율이 98퍼센트 이상을 기록했던 것이다.

 


 
 

»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무하마드 유누스 지음


 






 


 

 

다시금 크리스 록의 접근 방식을 들여다 보자. 그는 청중을 열심히 관찰하여 고개를 끄덕이거나 보디 랭귀지가 변하거나 집중에 의한 순간적인 침묵 등 좋은 아이디어를 의미하는 단서들을 포착한다. 또한 그는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광범위한 농담을 즉흥적으로 구상한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전혀 호을을 얻지 못한다. 청중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하룻밤 공연에서 5~10줄 정도가 반응이 좋다면 이를 중심으로 연기를 구성한다. 수천 개의 예비 아이디어를 시도해야만 하며, 이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소수에 불과하다.

 

모든 위대한 창조는 작은 실험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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