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파괴의 경영 트렌드 28
김상훈.비즈트렌드연구회 지음 / 원앤원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는 없다"

- 기원전 6세기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성공하는 경영자가 되려면 시장의 흐름을 읽고 경쟁자보다 먼저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자면 일시적인 유행과 의미있는 트렌드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경영자 입장에서 이를 잘 파악해서 결론을 내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이 아는 것은 남도 이미 알고 있거나, 유의미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경영에 적극 반영했더니 일시적 유행에 그치고 마는 경우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간 절대적인 진리로 믿어왔던 모든 경영 기법을 돌이켜보게 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저자인 서울대 경영학과 김상훈 교수와 비즈트렌드연구회 회원들은 경영학 교과서나 기존 경영 트렌드를 통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트렌드가 아닌 상식 파괴의 트렌드를 다루고 있다. 나아가 일시적인 유행에 그치지 않고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트렌드를 파고들면서 경영자들의 선입견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으로 인해 자칫하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는 이 시대에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당장 활용 가능한 비즈니스 트렌드를 살펴 보자.

 

브랜드의 죽음

 

브랜드라는 단어는 고대 노르웨이 목동들이 소의 소유권을 구별하려고 자신만의 표시로 인두를 활용했다는 'Brandr'에서 유래했다. 현대적 의미의 브랜드는 그 기원을 10세기 무렵의 유럽에서 찾을 수 있는데, 상공인의 조직인 길드에서 위조품을 방지하려고 표식하여 자신들의 대외적인 독점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처럼 브랜드는 당초 제품을 식별하는 단순한 기호에 불과했지만 이젠 제품의 가치와 품질을 보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하이테크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레지스 맥케나가 2000년 갑자기 '브랜드의 죽음'을 선언했다. 기업과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이 심한 시절에 브랜드는 자본주의 황금시대를 이끄는 첨병이었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소비자는 기업의 홍보성 광고를 그냥 수용했다. 이 시절엔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기에 그의 말은 매우 충격적이었고 모두 의아해했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지금 그의 목소리는 재조명되고 있다.

 

블로그가 넘쳐나고 온라인 네트워크가 탄탄하게 구축된 현대의 소비자들은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를 비교하면서 구매를 결정하고 있다. 더구나 사용후기를 통해 지구 반대편 사람에게도 이를 리얼 타임으로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한 사람만이 아니라 수만 명에게 동시에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제 소비자들은 수동적으로 광고를 맹신하지 않는다.

 

설혹 브랜딩의 노력으로 'A 브랜드 = 무엇'이라는 공식을 만들었다 할지라도 소비자들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KT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도입 초기에 '쇼(Show)'를 알리는데 주력하여 소비자들에게 이를 각인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쇼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실속없는 성적표를 손에 들자 KT는 새로운 브랜드 '올레(olleh)'를 선택했다.

 

우리가 애플이라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은 애플이 우리들의 귓가에 '우리는 혁신적이야'라고 속삭였기 때문이 아니라 애플의 로고가 붙은 제품들 스스로가 혁신성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브랜딩의 진정성은 이처럼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된 콘셉트를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집스럽게 추구하는데에서 찾을 수 있다. 사망선고를 받은 브랜딩을 살리는 길은 브랜드의 본질인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에 브랜딩의 진정성을 담는 것이다.

 

시장세분화, 꼭 해야 할까

 

"마케팅 전략의 출발점은 시장세분화다" (101 쪽)

 

시장세분화는 이른바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 시장세분화, 표적시장선정, 포지셔닝)이라 불리는 마케팅 전략수립 프로세스의 첫 단계이자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다.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졌던 이 개념이 최근 도전을 받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일까?

 

시장세분화의 논리적 근거는 '모든 사람이 같은 사이즈의 옷을 입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소비자의 취향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이처럼 기업은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 비슷한 니즈를 가진 소비자를 같은 그룹으로 묶는 마케팅 믹스(상품, 가격, 유통, 촉진전략)을 차별적으로 제시했다.

 

시장세분화 기법이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지만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세분화의 정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마케터들이 늘어났다. 기업이 시장을 세분화하는 이유는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틈새시장을 찾기 위해 시장을 계속 쪼개면 이윤이 줄어드는 현상이 생겨났다. 이는 시장에 속한 고객들의 니즈가 자주 변했기 때문이다.

 

"시장세분화를 거듭하다 보면 시장은 점점 더 작아지고 마침내 포화상태가 되며,

초세분화된 작은 틈새시장에서는 이윤을 남길 기회도 감소한다" 

- 필립 코틀러의 <수평형 마케팅> 중에서(103 쪽)

 

이에 시장세분화 기준 자체가 잘못되었으므로 신시장을 개척하고 성장 가능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아예 시장의 경계선을 재구축할 필요성이 대두되며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가장 적합한 대안으로는 모든 고객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본원적 상품'의 개발이다. 이는 시장을 잘게 쪼개서 각개전투에 나서는 대신 하나의 강력한 제품과 서비스로 모든 고객층에 어필하는 방법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본원적 상품을 기본으로 하는 '옵션', 즉 '내 맘대로 골라 즐기려는' 다양한 선택사양을 제시하는 것으로 이런 전략에 보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꼭 최초일 필요도, 1등일 필요도 없다

 

국내외 기업의 성공 역사를 삺보면 '최초', '원조' 상품을 선보이는 기업이 '최고'가 되는 사례가 많다. 코카콜라, 페덱스, 크리넥스, 비타 500 등이 바로 그 예다.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이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선도 진입자 우위'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선도 진입자가 언제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회사 암펙스가 최초로 개발한 비디오 카세트 리코더(VCR) 시장에서는 소니와 JVC가 승자였다. 복사기는 3M이 원조지만 후발주자 제록스에게 1등 자리를 넘겨주었다.

 

이와같이 최초의 제품을 선보인 기업만이 성공을 보장받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오히려 후발주자는 '무임 승차자 효과'를 누릴 분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서의 불확실성 또한 줄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일찌감치 후발주자로서 '재빠른 2등 전략'을 펼치는 기업도 있다. 이 전략으로 성공을 누리려면 1등만큼 빨리 움직이는 '타이밍'에 강해야 한다.

 

처음부터 '영원한 2등 전략'을 구사하며 오히려 1등 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때로는 유용한 전술이 된다.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처음에 2등 전략을 고수했다. 당초 연출을 맡은 김태호PD는 공공연하게 이를 말했다. '2등만 하자'는 방침으로 유재석을 제외하고는 비주류MC를 섭외하면서 출연료 등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모두가 '최초'와 '1등'을 외칠 때, 한걸음 물러나서 자신의 기업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1등 하면 결국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2등 정도로 따라가면서 오래 가고 싶다" (162~163 쪽) 

 

신발장사 '자포스', 경영학의 상식을 파괴하다

 

지난해 9월 아마존이 온라인 신발 쇼핑업체 자포스를 인수했을 때 사람들은 그 인수가에 놀랐다. 자포스의 인수가는 12억달러(1조2700억원)로 아마존이 역대 인수한 기업 중 최고가였다. 자포스가 아무리 잘나가는 온라인 쇼핑업체였지만 이만한 기업가치가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에게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인수한 것은 자포스의 독특한 기업문화'라는 해답을 내놨다.

 

 * 자포스의 10가지 핵심가치
 1.고객 감동 서비스를 실천하자
 2.변화를 수용하고 주도하자
 3.재미와 약간의 괴팍함을 추구하자
 4.모험심과 창의성 그리고 열린 마음을 갖자
 5.배움과 성장을 추구하자
 6.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솔직하고 열린 관계를 만들자
 7.확고한 팀워크와 가족애를 갖자
 8.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자
 9.열정적이고 단호하게 행동하자
10.늘 겸손.겸허하자


자포스의 기업문화와 경영방식은 그야말로 상식 파괴적이다. 우선 전체 직원 1500명의 27%인 400명이 콜센터 직원이다. 기업 대부분이 상품 기획과 판매를 중심에 두는 반면에 자포스는 고객 응대를 핵심에 두는 것부터 남다르다. 콜센터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하지만 자포스는 콜센터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콜센터 직원의 응답내용을 들으면 더 경악할지도 모른다. 어떤 직원은 7시간 넘게 한 고객만 붙잡고 통화하는가 하면 다른 직원은 경쟁사 제품을 안내해준다. 한 술 더 떠 피자집 전화번호를 물어보는 고객에게 전화번호를 검색해 찾아주기도 한다. 고객응대 매뉴얼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만족을 위해서라면 회사 규칙을 어기는 것쯤은 눈감아 준다.

과연 이런 회사가 장사를 제대로 할까 싶지만 자포스 고객 재구매율은 75%에 이르고 아마존에 인수되기 직전 자포스 매출은 10억달러(11조원)를 기록했다. ‘신발을 온라인에서 파는 사업은 안 될 것’이라는 시장 예측과 불황으로 콜센터 직원을 감축하는 흐름과 반대로 콜센터 역할을 더 강조한 자포스는 가장 대표적인 상식파괴 경영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상식 파괴의 경영 트렌드를 통해 경영자들에게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과 시장에 대한 통찰을 주기 위해 집필되었다. 책 내용인 28개의 경영 트렌드 중 일부는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고, 또 어떤 것들은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실현될 것이다. 역 트렌드의 출현은 오로지 시간 문제일 뿐일 것이다. 시간 싸움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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