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주식사냥 2
김건 지음 / 에듀존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소설에 등장하는 정계, 재계 인사들의 담합과 흥정, 주가조작, 부당 내부거래, 뇌물과 정치자금의 수수 등은 대부분 체험적 사실을 토대로 한 내용이다.

 



 

연일 새벽 늦게 귀가하는 대안증권 박상민 차장의 아내는 박차장에게 지금 하는 일을 당장 중지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권유한다. 그러나, 돈의 탐욕에 빠져버린 그는 아내의 충고가 귀에 거슬리기만 했다. 불과 1시간 전 룸살롱의 새끼 마담과 끈적끈적한 정사를 벌인 참이라 그는 주지육림의 유혹을 쉽게 떨쳐버리질 못한다.

 

"맡겨 둔 돈 몽땅 줄테니 당장 나가!" (19 쪽)

 

5년 여의 연애 끝에 결혼하여 지금의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려온 지난 세월이 물거품이 될까봐 그는 점점 불안해졌다. 수습사원의 티를 벗고 일선 영업 부서에 배치되자 그는 고객 투자 연수회에 여러 차례 강사로 참석했다. 참석자는 주로 여성으로 그에게 많은 궁금증을 질문했다. 이런 장면은 소설이 다소 오버했지만, 그의 강의를 한번 들어보자.

 

"바닥을 치며 돌아선 것을 확인한 뒤에 매수하고,

천장을 치고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과감히 처분하라는 뜻입니다" (27 쪽)

 

"뇌동 매매에 휩쓸리지 않는 것만이 손해를 보지 않는 비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29 쪽)

 

이렇게 그는 주식투자의 정석을 경험하면서 이 분야에서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고자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그의 윤리관이 돈에 의해 여지없이 짓밟히고 주식 작전에 가담한 것이었다.

 

거침없이 잘 나가던 박순자 일당의 작전은 순조롭지 않았다. 어음 할인의 고리이자의 부담과 함께 그녀의 거래업체들의 부도설 등이 돌면서 자금 사정이 극도로 악화된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사들였던 주식을 헐값에 매각하고 있었다. 로열건설, 고려토건 등의 어음이 명동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것도 어려웠다.

 

"루머 때문에 죽을 맛이야. 어떤 적대 세력이 내 발목을 잡으려는 거이 분명해" (36 쪽)

 

오후 6시 박순자의 연락을 받고 그녀의 사무실에 모두 모였다. 로열건설의 허동환 부사장, 김혁 전무, 이정일 부장 등이었다. 작전세력 중 엄차장과 박상민 차장이 튀면서 작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허부사장은 그동안 처남을 앞세워 시세차익을 차곡차곡 쌓았던 것이다. 그는 주식을 전혀 모르는 체 행세하며 얍삽하게 실속을 챙겼던 것이다. 자금부 김준태 대리가 비자금을 횡령했고, 엄차장과 박상민은 최회장의 작전을 틈타 시세 차익을 먹고 달아났다. 이들의 도피 소식을 듣고 허 부사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던 것이다.

 

로열빌딩 16층 회장실엔 적막감이 돌았다. 넓은 방엔 최회장 뿐이었다. 지금부터 어떻게 박순자를 요리해야 할지 그리고 그간 정신없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무사히 회수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하여 그는 고민에 빠졌다. 이런 와중에도 그는 주식투기로 기대 이상의 시세차익을 거두었다.

 

"어음을 왕창 유통시켜 놓고 잠수해 버릴 작정이라더군" (65 쪽)

 

명동 사채시장과 증권가에 새로운 기류가 떠돌았다. 유언비어가 일반투자자들을 두려움으로 몰고 갔다. 박순자의 융통어음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루머였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생겼다. 제5공화국 출범을 위한 3월 총선거 준비를 위해 정치자금을 조성하려고 융통어음을 뿌린다는 소문이 돌았다. 박순자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어음을 잡으려고 깡쟁이들이 줄을 섰던 것이다.

 

"고려토건과 로열건설은 정한두 대통령과 자민당 김정근 사무총장이 밀어주는 회사거든..." (67 쪽)

 

10여개 아파트 현장에서 입금되는 분양대금이 매일 10억원대였기에 여유자금 400억원과 차입금 600억원 모두 1천억원을 투자해 보험, 증권, 상호신용금고, 유통, 가구, 피혁제품 제조회사 등 8개 회사를 인수하여 로열건설그룹의 위용을 갖추고 있었다. 여름에 접어들자 로열건설은 자금사정이 빠듯해졌다. 사우디 건설현장에서 송금되던 달러도 줄고, 아파트 분양금도 주춤거리며 돈줄이 막혀 버렸다. 이 틈을 파고 들었던 사람이 바로 박순자 여사였던 것이다.

 

자민당 사무총장 김정근은 여비서와 호텔에서 한바탕 정사를 즐겼지만,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박순자 부부의 사기 행각이 안기부와 보안사 등 수사기관에 포착되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그동안 이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온 터라 신경이 몹씨 쓰였다. 명동 사채시장과 금융기관에서 고려토건 부도설이 계속 나돌다가 어느 날 고려토건의 거액 융통어음이 미결제되었다. 마침내 올 것이 왔다. 박순자 부부가 검찰에 연행되고, 고려토건이 발행한 어음은 부도나기 시작했다.

 

한편, 로열그룹의 최회장은 자민당 정보경 의원을 찾았다. 박순자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정의원은 최회장에게 사기공범이라며 협박하듯 나무랐다. 최회장은 정의원의 미꾸라지 같은 행동에 심한 혐오감을 느꼈다.

 

"만약 박순자가 사기를 쳤다면 그녀를 탈법적으로 악용한 사람들도 사기죄로 처벌 받아야 해" (88 쪽)

 

청와대 탁영수 사정수석 비서관을 만나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백태웅 검사는 권력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박순자 부부의 사기가 아니라 로열그룹 최종길 회장이 그들과 동업관계라는 심정을 가졌지만 결국 이를 밝히지 못하고 있었다.

 

"박순자 김철규 부부와 김정근 총장에게 면죄부를 안겨 주는 수사가 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126 쪽)

 

이후 청와대 측의 특별 지시에 따라, 부도 처리되었던 로열건설 어음 450억원의 결제가 구제금융에 의해 모두 처리되었다. 후담에 의하면, 기업 도산의 위기를 넘기고 승승장구하던 최종길 회장은 정권 교체와 함께 몰락해서 지금은 고향 친구의 사슴 농장에 가끔 들러 장기와 바둑을 즐기면서 노후를 보낸다고 한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을 새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