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을 파하라 - 대한민국 No.1 크리에이터의 파격적인 창의창조론
송창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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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열정적으로 임하며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은

삶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의

다른 이름이다.

 



 

방송가의 저명인사 송창의 PD는 올해로 방송 PD 35년차에 접어들었다. 1977년 MBC에 입사하여 조연출 수습을 거쳐 <뽀뽀뽀>로 정식 PD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간판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파격적인 연출력을 발휘하며 예능 프로그램의 강자가 되었다.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특종 TV 연예>, 일일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 성인 시트콤 <세 친구>등을 연출하며 우리나라 대표 예능PD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 MBC를 퇴사하여 잠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다가 현재는 CJ E&M 방송부문 대표 채널 tvN의 본부장으로 재임 중이다.

 

창의는 습관이다

 

35년 동안 수많은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시청률이 항상 고공행진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어떤 상황에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노력을 감행했다. 그의 노력은 마치 습관과도 같았다. 그는 지금도 '창의'라는 키워드를 붙잡고 여기에 매달린다. 한계상황을 돌파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창의'인 것이다.

 

2006년 6월 tvN으로 자리를 옮길 때만해도 케이블 채널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공중파와 달리 자체 제작물이 거의 없기에 변두리 방송이었다. tvN이 개국하고 몇몇 프로그램을 런칭했는데, 평균 시청률이 0.3~0.4%였다. 공중파는 시청률이 10%정도면 망했다고 하는데 케이블은 시청률 1%만 나와도 격려금을 지급받을 정도였다.

 

마이너리티 인식이 팽배한 케이블에 그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했다. 어차피 케이블이 공중파처럼 해서는 승부가 되지 않을뿐더러 굳이 공중파를 다라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서, 공중파에 비해 심의기준이 다소 자유로운 점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험할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로 결정하고 그는 세 가지의 모토를 정했다.

 

럭셔리(Luxury)

 

케이블이라고 해서 없어 보이게 하지 말고 적은 제작비라도 때깔 있는 걸 만들자.

 

어그레시브(Aggressive)

 

마이너리티 의식에 사로잡혀 움츠러들지 말고 공중파 뒤통수치는 공격적인 걸 해보자.

 

섹시(Sexy)

 

눈길이 가고 끌리는 것. 지금 말로 하면 앳지 있는 걸 하자.

 



 

시행착오를 거치고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tvN의 방향을 변경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19금禁을 걷어냈다. 기획단계에서부터 프로그램의 선정적 이미지를 제거해야만 했다. 케이블 채널이 공중파에 비해 대중적 인기도가 한참 떨어지기 때문에 출연진 섭외도 경쟁력이 약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탄생한 프로그램 중 <택시>와 <막돼먹은 영애 씨>는 실험정신과 창의적 마인드의 궁합이 잘 맞았던 프로그램이었다.

 

격을 파하다

 

MBC의 <일밤>은 코미디의 틀을 깨뜨리고 새로운 웃음의 코드를 만들어냈다. 고정관념을 뒤엎고 기존의 공식을 파괴할 때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법이다. 1990년 3월, 개편 이후 첫 방송이 나갔다.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그 다음 날 바로 여기저기서 그 반응이 피드백 된다. 사실은 그 전에 프로그램을 녹화할 때부터 그 느낌으로 안다. 방청객이 그냥 웃는 게 아니라 자지러지는 것이었다. 또한, 같이 일하는 방송국 스태프들이 함께 웃으니 그야말로 '게임 끝'이었다.

 

'콩트 없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표방하자, 콩트를 할 때는 참으로 할 게 없더니 이젠 할 게 너무 많았다. 하고 싶은 대로 몇 가지 코너를 정리했다. 이 때 탄생된 것이 <배워봅시다>, <정다운 이웃>, <일요진단>, <몰래카메라> 등이었다. <배워봅시다>는 핸섬한 신사 주병진과 푸짐하고 강한 캐릭터의 노사연이 마술, 태권도, 발레, 수영 등을 전문가에게서 배우면서 발생하는 해프닝이 바로 웃음의 키였다. <일요진단>에서는 주병진과 이경규가 심각한 사회문제를 두고 전문가 행세를 하다가 밑천이 딸려 쟁점이 삼천포로 빠지는 콘셉이었다. 디테일한 대본없이 연기자의 순발력에 의존한 <몰래카메라>는 리얼리티 예능의 시초였다.

 

<몰카>는 당시 PD인생을 걸고 시도한 모험이었다. 이의 원조는 외국의 '캔디드 카메라(candid camera)'인데, 카메라의 피사체가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하면서 보여주는 솔직한 행동을 포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처음 이를 도입한 방송사는 지금은 없어진 동양방송(TBC)였다. 길거리에 돈을 떨어뜨려놓고 이를 발견한 행인들의 반응을 보는 것인데, 방송이 나간 뒤 여론과 언론에 뭇매를 맞고 국내에서는 이런 형식의 방송이 그간 금기사항이었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무수히 많은 관계로 이어져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면

그것은 고스란히 나에게 돌아온다. 결국 나를 완성하는 것은 관계다.(118 쪽)

 

미디어는 메세지다

 

그가 30년 넘게 PD로 일하면서 얻은 몇 가지 방송철학 중 하나가 '미디어는 메세지다'이다. 원래 이 말은 마셜 맥루한이라는 캐나다 학자가 제안한 개념이다. 인간의 삶을 구성하는 기술의 총체로 상징되는 미디어에 의해 인간의 사고 영역과 능력이 확장되고 이를 통해 변화가 발생한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1980년대 초반 <뽀뽀뽀>를 연출하던 때였다. 그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형극 세미나에 참석했다. 하루는 조그만 강당에 참석자를 모아놓고 노인 한 분이 인형에 줄을 매달고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마리오네트 인형을 들고 단상에 나타났다. 한줄기 조명이 인형을 비추고 애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그 노인이 줄을 이용해 인형을 움직였다. 인형이 아니라 완전 사람이었다. 누가 야단을 치면 금방 눈물 흘리며 슬퍼할 것만 같았다.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던 그 때 카메라가 인형을 클로즈업했다. 그러나, 모니터에 비친 인형은 그냥 나무토막에 불과했다.

 

멀리서 본 인형은 마치 살아 있는 사람 같았는데, 모니터를 통해 본 모습은 나무토막이었다. 바로 이 순간 그는 대학 강의 시간에 의미도 모른 채 지겹게 들었던 그 명제 '미디어는 메세지다'라는 의미를 터득하게 되었다. 그런데, 송창의 식 '미디어는 메세지다'는 엉뚱한 곳에서 실현되었다. 사자머리에 롱드레스는 미스코리아를 선출하는 세종문화회관이라는 미디어에 맞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특종 TV 연예>에 캐스팅한 이승연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시청자로부터 호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승연씨, 오늘부터 미스코리아는 잊으세요.

당신은 오늘부터 20대 대학생으로 보여야 합니다" (173 쪽)

 



 

tvN으로 자리를 옮긴 뒤로 프로그램들을 쇄신하면서 그가 후배 PD들에게 주문하는 사항도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개념을 적극 도입하라는 것이었다. <택시>를 연출하는 후배 PD에게도 택시라는 미디어를 십분 활용하여 거기에 어울리는 새로운 메세지를 만들어내라는 주문이었다. 또한, 백지연의 <끝장토론>도 패널이 흥분하여 떨리는 손이나 MC가 메모하는 메모지를 카메라 앵글에 담는 등 'TV적'으로 만들라고 했다. 영상이 중심인 매체에서 토론하므로 이 특성을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의 생애는 어느 한 시기에 결코 단절되지 않는다. 오늘 쌓은 것이 내일을 만들고 내일에 축적한 어느 한 가지가 그 다음 날에 또 영향을 미친다. 삶이 이렇게 연결되어 있기에 30여 년 전에 깨우친 아주 작은 것 하나가 오늘의 송창의 자신에게 큰 자산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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