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덥 -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를 때
데이비드 톰슨 지음, 이지선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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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잭은 37살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소어항공사에서 사업팀장을 맡고 있는 그의 하루는 다채롭다. 저가 항공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즈음 그는 소어사에 창립 멤버로 입사했다. 소어사는 여느 저가 항공사와는 달랐다. 이 회사는 '까다로운 사람들이 선택한 항공사'라는 이미지로 고객들에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내의 인테리어 디자인도 요일별로 바꾸거나 항공편마다 칵테일 바텐더가 동승하는 등 독특한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했다.

 



 

잭의 임무는 저비용으로 회사의 대외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다. 경비절감 문제 때문에 그는 항상 스트레스를 받으며 좌절감을 맛보곤 했다. 이뿐 아니라 탑승수속, 직원관리, 수하물 관리, 고객 서비스 등도 모두 그의 책임하에 있었다. 어느 날, 회사의 창립자인 스티브 킹 CEO는 전 직원들에게 스마트폰 블랙베리를 지급했다. 스티브는 직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것이란 계산하에 직원들의 소통을 위한 조치였기에 정작 직원들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뭐야. 하루 24시간 내내 게다가 주말에도 회사 일에 신경을 쓰라는 건가?"(15 쪽)

 

문제가 생겼다. 잭은 퇴근후 동료들과 술자리에 어울리다가 블랙베리를 분실하고 만 것이다. 그는 인사팀 과장에게 이를 상의했지만 워낙 고가인 기기라 다시 사줄 수 는없고 퇴사자가 반납한 구형을 당분간 사용하라고 제안했다. 블랙베리가 없으면 업무수행에 차질이 생기므로 그는 이 제안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신이 방금 전에 보낸 그 이메일 말이에요.

바로 그 이메일이 나를 깨운 거예요" (35 쪽)

 

어저께 상사인 워커가 향후 3년간 예산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이메일을 보내서 그는 흥분한 나머지 불편한 심정을 답신으로 발송했는데, 그 메일이 전송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블랙베리 화면의 오른쪽 맨 위에 있는 이모티콘이 그에게 말을 건 것이다. 자신은 알라딘의 '21세기 버전'이라며 그 메일은 굉장히 부정적이고, 감정적이고, 적절치 못한 내용이며 아울러 메일의 발송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훈계까지 했다.  

 

"왜 이사회에서 원래의 전략을 바꿨다고 생각하죠?" (44 쪽)

 

상사인 워커는 추가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서 이 계획을 실행하려고 동료들도 새 계획을 지지해주고 협조해 주기를 바라면서 이메일을 보냈을 거라면서 이모티콘은 잭에게 또 훈수를 두었다. 이런 훈계와 훈수들을 듣고 보니 그는 자신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음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만약에 워커에게 이메일이 전송되었다면 치명적인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그는 반성했다.

 

"앗, 미안! 네가 그 이메일을 보내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51 쪽)

 

얼마전 회사를 떠난 빌 맥도널드는 이 마법의 블랙베리 때문인지 평범하기 그지없던 그가 갑자기 두각을 나타내고 고속 승진을 하더니 몸값을 두 배 이상 올려 새로 생긴 항공사에 스카우트되어 업계의 유명인사가 되었던 것이다. 이제사 그 이유를 알만했다. 업무코치인 블랙베리를 주머니에 넣고 다닌 탓이었다. 이젠 이 물건이 잭의 수중에 들어왔으니 그야말로 '광땡'을 잡은 격이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소중한 것을 식당에 두고 오는 실수는 하지 말아지' (53 쪽)

 

사실 그는 감정 섞인 이메일을 발송할 때마다 자신의 경력에 해가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그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그는 이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경력에 비해 승진이 늦은 것도 다 이런 이유가 작용했던 것이다. 그는 불만이 있을 때 그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여 해결하는 유형이 결코 아니었다. 더 이상 못 참겠다 싶을 때 주로 메일을 이용했던 것이다.

 

이모티콘은 어저께 워커가 보낸 이메일 화면을 띄워 보였다. 형광색으로 밑줄이 그어진 부분이 시선에 들어왔다. 블랙베리는 잭이 읽어볼 시간을 배려했다. 워커는 이미 잭이 좋아하지 않을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회사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새로운 예산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 와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게 별로 달갑게 들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회사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일은 해야겠죠'

(61 쪽)

 

그 동안 잭은 '일단 처리해버리기'식 사고방식 때문에 감정적이고 적절치 못한 이메일들을 발송하곤 했다. 한 발짝 물러서서 행동해야 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시작된 잭과 블랙베리는 학습을 지속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되고 핵심 처방인 '잠깐 멈추기 - 한 걸음 물러나기 - 생각하기 - 행동하기'를 연습하여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상대와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자, 그러면 어디 한번 고쳐보자고!" (70 쪽)

 

마침내 상사인 워커와의 관계탄력성도 긍정적으로 회복되어 잭과 블랙베리는 환호성을 날렸다. 지급받은 신형 블랙베리를 분실할 때만해도 잭에겐 불행이었지만, 오히려 분실이 그에게 몰고온 행운은 그야말로 전화위복인 셈이었다.

 

"야호! 우리가 해냈어요" (130 쪽)

 

현대 사회는 이제 모바일의 시대로 급변하고 있다. 이는 소통의 혁명을 몰고 와 소통의 영역을 더욱 확대하는 현상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려면 소통에 대응하는 '자세 교정'이 분명 필요하다. 이 책이 바로 현대판 '지니'를 통하여 우리에게 이를 가르치고 있다. 비록 크기는 작지만, 내용만큼은 크기 때문에 세계적인 석학 다니엘 핑크도 찬사를 보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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