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말고 기업을 사라 - 투자의 신 워렌 버핏의 주주서한
워렌 버펫 지음, 로렌스 커닝햄 엮음, 이건 옮김 / 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에 관련된 책들이 그간 많이 출간되었다. 기존의 출간 도서와 달리 이 책은 조금 특별하다. 투자기법을 소개하는 내용이 아니라 워렌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연차보고서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 편지 속에는 그의 투자 철학과 원칙 등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은 기업의 지배구조, 기업금융과 투자, 보통주의 대안, 보통주, 기업인수합병, 회계와 평가, 회계정책과 세금 등 7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1979년부터 2000년까지 22년에 걸쳐 버크셔 해서웨이 연차보고서에 실렸던 주주서한이 주제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기업의 지배구조

경영진은 주주들의 자본은 관리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관리능력에 따라 그 자본은 증가 또는 감소되거나 심하면 모두 잠식되고 말 것이다. 훌륭한 경영진은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 주주의 입장을 고려하고 나아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검토할 것이다.

버크셔 종속회사의 CEO들은 기업경영에 있어 단순한 세 가지만 지시를 받는다.

1. 자신이 유일한 주인인 것처럼 경영하라
2. 이 회사가 유일한 자산인 것처럼 경영하라
3. 앞으로 100년 동안 회사를 팔거나 합병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라
 
경영진의 성과는 수익성으로 측정해야 한다. 만약 스톡옵션을 제공한다면 이것도 기업의 실적이 아니라 개개인의 성과와 연계해야 한다. 탁월한 경영인이라면 성과에 대한 현금 보너스를 받아 이것으로 주식을 살 것이다. 버크셔는 경영진에 대한 보상으로 스톡옵션을 제공하지 않는다.

기업금융과 투자

가장 혁신적인 투자 아이디어는 개별 종목을 연구하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현대재무이론이다. 이 견해에 따르면 주식시세표에 다트를 던져 투자종목을 선정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의 핵심은 포트폴리오이다. 분산투자로 위험을 제거하자는 거인데,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대표격이다. 그러나, 이 이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장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이에 반해, 버핏은 분산투자 대신 집중투자를 권한다. 왜냐하면, 시장주의자들이 신봉하는 '베타'는 불합리하기 때문이다. 어떤 주식은 시장보다 주가가 가파르게 하락하여 전보다 훨씬 싸졌는데도 베타 기준으로는 더 위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애완용 돌이나 훌라후프 한 가자만 판매하는 회사가 더 위험한지 아니면 모노폴리나 바비인형 한 가지만 판매하는 회사가 더 위험한지를 베타로는 구별하지 못한다.

버핏은 베타를 연구하고 분산투자를 전략으로 채택할 것이 아니라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생각으로 투자해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에 성공할 거라고 강조한다.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날아 다니는'투자방식을 구사하면 수수료, 세금 등 거래비용이 제법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를 추종할 것이 아니라 마크 트웨인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 잘 관리하라"
- 마크 트웨인의 <바보 윌슨>중에서

버핏은 1950년대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 재학시절에 벤저민 그레이엄으로부터 투자기법을 배웠다. 그레이엄은 '미스터 마켓'이라는 독특한 인물을 내세워 '가격'과 '가치'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다. 미스터 마켓은 매일 시장가격에 주식을 사거나 또는 팔고 싶어한다. 그는 변덕이 심해 조울증이 걸릴 정도로 끊이없이 환희와 절망 사이를 오간다. 그의 변덕이 심할수록 가격과 가치의 괴리가 더 커지므로 좋은 투자기회가 생긴다.

'안전마진'이라는 소중한 가르침도 주었다. 이에 따르면, 증권가격이 증권의 내재가치보다 훨씬 낮을 때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은 이런 강의를 수강한지 4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이 기준을 신봉하고 있다. '가격'과 '가치'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가치자'라는 용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치투자'에 의하면, 가격이 상승하리라는 희망에 배팅하는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에 불과하다.

보통주의 대안

1980년대에 투자등급보다 훨신 낮은 정크본드(쓰레기채권)에 투자하는 행위가 성행했다. 정크본드는 높은 이자율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부도의 위험이 매우 높은 채권이다. 정크본드를 신봉하는 타락천사들은 이 시장이 절대로 붕괴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이들은 운전대에 칼이 솟아 있으면 운전자가 더 조심해서 차를 몰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그렇게 날카로운 칼이 놓여 있으면 운전자는 극도로 조심할 것이다. 그러나, 도처에 늘린 것이 움푹 파인 웅덩이라서 치명적인 사고의 발생확률이 높다 하겠다.
 
버핏은 이러한 '단검이론'을 이용하여 월스트리트와 정크본드 옹호자들의 논리에 강력하게 반박했다. 과도한 부채를 지고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운전대에 가슴을 향해 날카로운 칼을 꽂은 채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는 '안전마진'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1990년대 초에 정크 신봉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보통주

버핏이 생각하는 배당금 지급기준은 명확하다. 배당금 지급을 유보할 때 주식의 시장가치가 그 이상으로 상승하면 이익을 유보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익의 유보라는 행위는 그 금액 이상으로 이익을 벌어들일 때만 정당한 것이기 때문이다.

버핏은 주식분할도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판한다. 주식분할은 주식의 회전율이 높아져서 거래비용이 증가하고, 주가 등락에 집중하는 단기 투자자들을 주주로 끌어 들이지만 주주들에게 아무런 혜택이 없으므로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다. 

기업인수합병

주식시장에서는 무수한 인수합병이 발생한다. 특히, 큰 금액의 프리미엄을 지급하며 이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버핏은 기업을 통째로 인수하더라도 프리미엄을 지급할 이유가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단지 독점적 성격을 가진 기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린메일도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나쁜 관행이다. 그린메일이란 경영권을 위협하는 주주의 주식을 회사가 프리미엄을 붙여 매수하는 행위이다.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자사주 매입이라면 주식의 가치를 높이겠지만 그린메일은 회사를 강탈하겠다는 저의가 담긴 못된 관행인 것이다.

회계

회계는 형식에 불과하다. 형식이기 때문에 조작될 수 있다. 그레이엄이 풍자적으로 예시한 회계의 속임수는 현재 미국 기업들이 흔히 사용하는 속임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버핏은 재무제표가 첫째 기업의 가치가 대략 얼마나 되며, 둘째 미래의 부채를 감당할 능력은 얼마나 되며, 셋째 경영진이 회사를 얼마나 잘 운영하고 있는가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재무관련 보고서를 조작하려는 시도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CFO는 새로운 회계기법을 만들어 내고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버핏은 GAAP가 요구하지 않는 일부 정보도 버크셔 주주들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버핏은 회계정보가 투자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것이지만 한계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버핏은 정치와 경제에 대한 예측을 계속 무시하겠다고 한다. 이런 예측들은 투자자의 마음을 흐트러뜨리는 값비싼 요물이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베트남 전쟁 확대, 두 번의 석유파동, 소련 해체, 다우지수의 508포인트 폭락 등 크고 굵직한 사건들이 넘쳤지만 이를 이전에 예측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놀랍게도 이런 거대한 사건들조차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원칙을 전혀 훼손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인수한 좋은 기업은 이런 사건 속에서도 여전히 건전한 투자였던 것이다.

두려움이 변덕쟁이에게는 적이지만, 원칙주의자에게는 친구입니다 (358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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