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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ㅣ 세계문학의 숲 3
토머스 드 퀸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아편쟁이라면 대개는 야윈 얼굴에 휑한 눈, 초점없는 시선에 깡마른 몸매를 가진 사람을 연상하게 한다.아편은 중독성이 강한 물질로 유혹을 이기지 못해 중독될 경우 그 후유증에 엄청 시달린다고 한다. 지금도 타인의 시선을 피해 아편을 즐기는 아편쟁이가 있지 않을까.
책을 읽기에 앞서 아편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갖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아편은 양귀비로 부터 얻은 마약으로 양귀비의 꼬투리에 상처를 내어 만들어진 우유빛 액체를 건조시켜 만든 것이다. 원래 고통을 없애기위해 자극제, 마취제, 환각제로 사용되었는데,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1500년대에 저술된 古書에 "유아가 지나치게 울면 울음을 뚝! 하기위해 양귀비 즙이 효과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12세기까지 아편은 소아시아만의 산물이었는데, 이후 아리비아 상인들에 의해 페르시아, 인도, 중국에 보급되었다. 중국에선 13세기 경 약품으로 전해졌고 17세기엔 흡연풍습이 시작되기도 했다.
1757년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인도의 아편판매권을 독점장악하면서 중국으로의 반출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그 결과 영국과 중국 청나라간에 아편전쟁이 발발했다.
다시 책얘기로 돌아와 보자.
저자의 필명을 널리 알린 이 책은 1822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는데 자서전 형식이다.
소년시절의 경험과 16살에 맨체스터 그래머스쿨을 탈출하여 웨일스, 런던 등지에서의 방랑생활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옥스퍼드 대학시절 치통의 통증을 덜기위해 아편의 쾌락을 처음 맛본 후 그 복용량이 점차 늘어 하루에 8천 방울이라는 다량의 아편팅크를 마셨던 사실을 고백하고 있다.
이후 8년 동안, 중독으로 인한 부작용 특히 무서운 환영에 시달리고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고통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죽음의 공포를 겪지만 고통을 인내하며 아편 사용을 줄여 결국엔 아편을 끊는다는 자신의 체험을 수려한 문체로 서술하고 있는 고백 자서전이다.
책 속에 인용되는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 경제학자 데이비드 리카르도, 밀턴, 스피노자 등의 시와 글귀 등을 통해 그의 지적수준을 충분히 엿보게 한다.
저자는 1804년 가을, 치통때문에 길에서 만난 대학친구의 권유로 첫경험을 한다.
아편은 암갈색의 진통제로 가격이 비싼데 터키산이 동인도산에 비해 2배이상 비싸다고 밝히고 있다.
"포도주가 정신기능을 혼란시키는 반면 아편을 (적절히 복용하면) 정신기능에 완벽한 질서와 규율과 조화를 가져 온다는 데 있다" (89 쪽)
당시 오페리는 화요일과 토요일 밤에 정기적으로 공연을 했는데, 저자는 이 때 아편을 복용하고 문화생활을 즐긴 모양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대마초, 마리화나 등으로 입방아를 찧게 만들고 있으니 정말 효과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아편은 정신활동을 크게 증가시키기때문에, 당연히 음악과 관련된 그 특별한 형태의 정신활동도 대체로 증가시킨다" (98 쪽)
"그대는 낙원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지고 있다" (106 쪽)
대학 졸업후 그는 레이크 지방의 그래스미어 골짜기에 정착하여 작은 시골집에서 하녀 1명과
함께 살았다. 그토록 존경하는 워즈워스의 딸 캐서린이 죽자 비탄에 빠져 우울한 나날을 보낸 그는
지독한 위염에 걸렸다. 이미 소년시절 도피행각을 벌일 때 돈이 없어 먹지못해 위염에 시달린 적이 있었던 그는 위염의 고통을 이기기위해 아편을 더욱 가까이 할 수 밖에 없었다.
"되풀이 말하지만, 내가 날마다 아편을 복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달리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113 쪽)
1817년 중엽부터 그는 잠자리가 결코 편하지 않았다.
밤중에 침대에 누워 있으면 수많은 환영들이 장례행렬처럼 눈 앞을 지나가는 경험을 하곤했다.
또한, 꿈을 꾸면 여지없이 나타나는 것이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이었고 피라미드의 심장부에
있는 좁은 방에 미이라와 스핑크스와 함께 자신이 묻혀 있는 악몽을 반복했다고 한다. 아편의 고통이 어떠한지 그의 고백을 통해 가히 짐작할 만하다.
한 순간의 쾌락을 얻은 대가로 받은 후유증이 이렇듯 심각함에도 많은 사람들은 일시적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고 이성이 감성에 지배당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폐암말기로 병상에 누워 생을 갉아 먹는 담배를 절대로 가까이 하지마라고 대국민에게 금연을
고했던 코메디언 이주일씨가 생각난다. 유익한 충고를 감사하게 수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짧고 굵게 산다는 그럴듯한 자기변명을 늘어 놓으면서 이런 좋은 충고를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이
분명 더 많지 않을까? 지금도 마약을 즐기는 사람의 이야기는 매스컴을 넘나들고 있으니.
드 퀸시도 책 후반부에 자신의 임상(?)경험을 고백하며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메세지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아편쟁이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이고,......... 아편쟁이가 이 이야기에서 뭔가 교훈을 얻어 두려움에 떨면, 목적은 충분히 달성된 것이다" (166 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