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작용 - 복잡한 세상의 단순한 법칙
장순욱 지음 / 창과샘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매일 아침 저녁으로 집 화장실에서 내가 만나는 삽화이다.

매사의 결과는 인과응보의 탓임을 자각하라고 아내가 나를 위해 준비한 것이다.

한 때 사업이 잘 나가서 큰 돈을 벌었다. 이후 어찌된 탓인지 꼬이는 일이 많아지고 사기를 당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결국 나의 사업은 실패로 마감되고 말았다.

 

’호사다마’란 말을 떠 올리며 그러려니 하기엔 너무도 울화통이 터져 뜨거운 콧바람을 연신 불어낼 당시 아내의 권유로 난 모 선원(禪院)에서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이 기간에 많은 것을 깨우치고 모든 것의 결과가 내 탓임을 수용하고 나니 한결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 책에서 주제로 다루고 있는 ’반작용’이 내가 경험한 바로 그것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란 고사가 있다. 말 그대로 새옹의 말에 얽힌 일화이다.

 

새옹은 국경에 사는 노인이란 뜻이다. 어느 날 이 노인의 말이 도망쳐 국경넘어 오랑캐 땅으로 가버렸다.

이에 대해 동네 사람들이 위로하자 노인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다. ’이게 어떤 안 나쁜 일을 가져올지 모른다’ 정말로 몇 달 후 집나간 말이 다른 말 한 마리를 데리고 돌아왔다. 이번엔 동네 사람들이 축하인사를 하자 노인은 반대로 즐거워하지 않았다.

’이게 어떤 안 기쁜 일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 있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놀다가 낙상하여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동네 사람이 위로하자 노인은 오히려 낙심하지 않고 ’이게 복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말만 했다. 세월이 흘러 변방에 북소리가 울리고 오랑캐와의 전쟁이 벌어지자 강제 징병이 벌어졌다. 노인의 아들은 불구자라서 징병을 면했다. 그런데, 전쟁터에 나간 대부분의 아들은 죽어서 돌아왔다. 그야말로 전화위복,轉禍爲福인 셈이다.

 

이미 눈치를 채었을 것이다. 좋은 일은 같은 크기의 안 좋은 일이 벌어질 반작용을 만들고, 나쁜 일은 안 나쁜 일이 생길 반작용을 생성한다는 의미이다. 길을 가다 길에 떨어진 만원 권 지폐를 한 장 주었다면 추후 1 만원 상당의 재산적 손실이 생기는 반작용을 경험한다는 얘기이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좋은 날]에서는 반작용이 뒤통수를 때리는 일을 만든다. 아픈 아내가 인력거를 모는 남편 김첨지에게 일을 나가지 말라고 해도 그는 그 청을 거절하고 일을 나간다. 오늘 따라 인력거를 타는 손님이 엄청 많아 수입이 꽤나 올랐다. 일마치고 기쁜 마음에 술 한 잔 걸치고 아내를 위해 설렁탕 한 그릇 포장해서 귀가했더니 마누라는 이미 차가운 시신이었다.

 

얼마 전에 본 영화 [코러스]에서도 규율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교장은 ’작용 - 반작용’의 신봉자이다. 어린 학생들이 사고를 치면 그에 상응하는 체벌을 가했다. 그의 교리는 ’액션 - 리액션’이다. 사리사욕에 치우친 학교 행정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는 학생도 생겼다. 이러한 행동의 반작용은 교장직에서의 해고라는 결과를 만들고 만다. 그토록  숭배하던 ’액션 - 리액션’의 덫에 자신이 걸려 들고 만 셈이었다.

 

한편, 자살을 앞 둔 사람들 대부분은 가장 친한 이에게 전화를 건다고 한다. 생을 마감하려는 이의 행동이 어째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죽음을 앞두자 생에 대한 욕구가 반작용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수화자가 상대의 마음을 읽고 잘 응대하면 자살을 포기하기도 한다. 국민 여배우 최진실은 정말 안타깝다. 그녀의 마지막 통화 대상자는 코디였다고 한다.

 

"질그릇을 걸고 활을 쏘면 잘 쏠 수 있지만, 허리띠의 은고리를 내기로 걸고 쏘면 마음이 흔들리고, 황금을 걸고 활을 소면 눈 앞이 가물가물하게 된다" - 장자 (39 쪽)

 

’반작용’은 몇 가지의 특징을 보인다.

 

첫째, 동시성을 갖는다. 동전의 앞 면이 있으면 동시에 뒷 면이 있듯이 길거리에서 만원을 줍는 순간 만원을 잃어버릴 반작용을 동시에 들어올린 셈이다.

 

둘째, 잠재성을 갖는다. 영화 [코러스]의 교장처럼 향후 자신에게 피해를 미칠 반작용이 생기게 된다. 잠복기간은 길 수도, 짧을 수도 있다.

 

셋째, 대칭성을 갖는다. 작용과 반작용은 대칭을 통해 변화와 함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한다.

 

넷째, 모순성을 갖는다. 불교 경전 [반야심경]에 ’색즉시공 色卽是空, 공즉시색 空卽是色’이란 말이 있다. 있는 것은 빈 것이고, 빈 것은 있는 것이란 의미이다. 있음 안에 안 있음이란 반작용이 있고, 비었음 안에 안 비었음이란 반작용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가 까진다’는 속담이 있다. 공짜인 줄 알고 챙겨도 결국 머리카락이란 대가를 지불한 것이다. 길거리에서 주는 홍보용 샘플 화장품도 사실 공짜가 아니다. 우리가 부담하는 가격에 샘플도 이미 포함되어 있다.

공짜 점심을 즐기는 회사 동료도 귀빈(귀찮은 빈대)으로 대접받는 반작용을 얻게 된다. 이렇게 반작용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이다.

 

"공짜 치즈는 쥐덫 안에만 있다" - 지그 지글러의 [정상에서 만납시다] 중에서

 

영국의 과학자 프란시스 골턴 경은 연구과정 중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버지의 키가 평균보다 훨신 크면 아들은 아버지보다 작고, 평균보다 훨씬 밑도는 경우에는 아들의 키가 아버지보다 큰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평균으로의 회귀’라고 명명하고 신비한 힘이 작용해서 사람의 키를 양극단에서 평균으로 움직이게 만든다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평균으로의 회귀’는 일방적으로 키가 자라거나 지능이 좋아지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따라서, 내 자식이 나보다 못하다고 야단치지 말자.

 

인간은 자유가 주어지면 어딘가에 구속되려 하고 구속되면 자유를 갈망한다. 백수시절엔 노는 것도 지겹다고 취직에 발버둥치다가 막상 취직하고 나면 자유를 부르짖으며 사표를 내려고 까분다. 이것이 바로 반작용이 만든 모순된 삶의 모습이다.

 

오늘 오전 TV 생중계로 박태환 선수가 수영 400 미터 결승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시청했다. 그도 얼마 전까지 나락으로 추락하는 실패를 맛보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한다. 실패가 바로 안 실패란 반작용을 쌓아가는 과정인 것이다. 오히려 실패를 너무 안하면 망하게 된다. 경영의 귀재라고 불리는 스티브 잡스도 애플에서 해고 당하는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오늘의 아이폰 같은 대박을 터뜨리지 못했을 것이다.

 

복잡 다난해 보이는 세상이지만 알고 보면 단순한 법칙이 있다. 모든 것은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을 만든다.

불행해야 행복하고, 단점이 곧 장점이며, 불안해야 편안하고, 지저분해야 건강하고, 고통스러워야 즐겁다는 것을 우리에게 소개하는 저자의 통찰력과 지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모든 것이 ..... 나로부터 나와서 나에게로 돌아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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