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왜 어떤 기업은 위대한 기업으로 건재한 반면, 다른 기업은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몰락하는가
짐 콜린스 지음, 김명철 옮김 / 김영사 / 201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대한 기업도 몰락할 수 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이루었어도, 아무리 멀리 앞서가도, 아무리 많은 힘을 갖고 있더라도 쇠퇴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강한 것이 끝까지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법은 없다. 누구든 몰락할 수 있으며 대개는 결국 그렇게 된다" (22 쪽)

 

한 때 세계 최대 은행으로 부상하여 훌륭한 경영으로 칭송받았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1980년 12월 훤칠하게 잘 생긴 41세의 새뮤얼 아마코스트를 CEO로 선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신임 CEO는 취임한 지 7개월 뒤 금융중개업체 찰스슈왑을 인수하는 등 사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이름처럼 그는 아마츄어였다. 불손한 기업 간부들이 유입되면서 몰락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는 슈왑의 리더들이 BMW, 재규어 등 고가 차량을 리스하는 행태는 방치하면서 다른 이들은 포드 뷰익, 시보레를 타도록 규제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은행이 다시 태어났다는  표현을 써가며 칭찬일색이었다. 그러나, 이런 리더십, 변화, 과감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BOA는 6억 달러의 순수익을 정점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1985 - 1987년에 은행 역사상 가장 큰 손실을 기록했다. 만약 1980년에 누군가 BOA가 큰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면 또라이라고 비난받았을 것이다.

 

"기업이 몰락하기 전에 만들어진 역사적 증거를 살펴보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1980년의 BOA의 경우만 봐도 기업이 이미 하락의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멀쩡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몰락의 과정은 그토록 무서운 것이기도 하다. 뱀처럼 소리없이 다가와서는,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일이 벌어진 듯 큰 난관에 빠뜨리기 때문이다" (35,36 쪽)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과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로 우리에게 친숙한 짐 콜린스는 수많은 조사 자료를 검색, 정리하여 기업들이 위대해지는 성장 과정과 몰락 과정을 연구한 후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5 단계를 밟으며 몰락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소위 몰락의 5단계를 제시하고 있다.

 

1단계 - 성공으로부터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

 

2단계 - 원칙없이 더 많은 욕심을 내는 단계

 

3단계 - 위험과 위기 가능성을 부정하는 단계

 

4단계 - 구원을 찾아 헤매는 단게

 

5단계 - 유명무실해지거나 생명이 끝나는 단계

 

"위대한 기업들도 휘청거리고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으며 다시 회복할 수도 있다. 5단계까지 떨어지고 나면 살아나올 수 없지만 4단계에서는 어렵긴 해도 극복할 수 있다. 물론 거의 모든 기업이 언젠가 수명을 다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조사를 통해 몰락은 대부분 스스로 자초한 것으로 회복 역시 스스로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43 쪽)

 

몰락의 1단계

 

1929년, 신생기업 갤빈 제조사는 사업 품목인 '배터리를 없앤 라디오'가 구식이 되자 심각한 재무위기를 겪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자동차 라디오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회사명도 모토로라로 변경했다.

1990년대 중반, 10년 만에 연매출이 50억 달러에서 270억 달러로 급성장하면서 겸손했던 모토로라는 자만하기 시작했다.

초소형 스타텍 휴대전화 단말기 출시로 잔뜩 힘이 들어가 벨애틀랜틱같은 이동통신 회사에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자만은 경쟁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했고, 그 결과 세계 1위 휴대전화 제조업체로서 시장점유율 50%에 육박하던 모토로라가

1999년 시장점유율 17%로 추락했다.

 

몰락의 2단계

 

1995년, 제약회사 머크의 CEO 레이 길마틴은 주주들에게 사업목표를 '성장이 가장 빠른 회사'로 정했다고 밝혔다.

2002년, 바이옥스의 매출은 25억 달러까지 늘었고 2004년엔 처방건수가 미국내에서만 1억 건이 넘었다. 이런 급성장과 동시에

바이옥스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갔다.

2004년 9월 중순 경, 바이옥스는 위험하다는 경고성 우편물을 접수했다. 마침내 이 약의 처방은 중단당했고, 머크는 충격에 휩싸였다. 자진해서 바이옥스를 전량 회수 조치했다. 회사의 주가는 45달러에서 35달러로 추락하고 하룻밤사이에 시가총액의 250억 달러가 사라지고 말았다.

 

몰락의 3단계

 

IBM은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에 메인프레임 컴퓨터 사업이 분산 처리 시스템의 맹공을 받고서 몰락의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 이 충격적인 트렌드를 고위 경영자에게 보고하자 이 보고서를 본 리더가 '이 자료는 뭔가 잘못되었을 거야'라며

무시하고 말았다. IBM이 몰락할 것을 직감한 그 젊은 관리자는 이후 자기 사업을 위해 퇴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처럼 위기를 부정하는 풍토에서 일하는 것보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편이 덜 위험하다" (107 쪽)

IBM은 조직을 개편하고 재정비했지만 곧 멸종될 공룡으로 비유되던 1992년까지 몰락을 거듭하다 CEO 루이스 거스너의

등장으로 극적인 회생을 했다.

 

몰락의 4단계

 

하락세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들은 단번에 사태를 역전시킬 묘안을 짜낸다. 4단계에 돌입한 기업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행동을 취한다. 입증되지도 않은 기술에 크게 배팅하기, 실험되지 않은 전략에 전적으로 기대 걸기, 전혀 새로운 제품의 성공에 완전히 기대기, 게임의 판도를 바꿀 합병 대상 물색하기, 이미지 개선에 도박을 걸기, 구원을 약속하는 컨설턴트 고용하기, 자신들을 구제해줄 CEO 찾아 나서기, 변혁을 기치로 내건 수사 남발하기, 재무적 구원이나 매각에 매달리기 등이 있다.

 

이런 조치들은 잠깐 상황을 호전시키기도 하지만, 성과는 지속되지 못한다. 따라서, 갈팡질팡하면서 새로운 것에 희망을 건다.

뛰어나지 못한 기업의 특징은 변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데 있는 게 아니라 만성적으로 일관성이 없다는 데 있다.

 

강력한 경쟁자의 신규 진입으로 무기력하게 휘청거린 A&P는 시장점유율을 얻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고 4천여 개의 상점을

절약형으로 변경했다. 이런 조치는 결국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그러자 A&P는 그 전략을 버리고 외부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경영자를 영입하여 잠깐 수익성을 회복했다가 다시 연속 적자를 내면서 붕괴하고 말았다.

 

몰락의 5단계

 

5단계로 질주하면 기업은 악순환을 반복하며 통제력을 상실한다. 이것저것 추구하다 안 되면 또 다른 것을 잡으려는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보유 자원은 침식된다.

두 가지의 유형이 있다.

하나는 조건부로 항복하는 것이 계속 악전고투하는 것보다 전반적으로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이다.

다른 하나는 실권을 쥔 사람들이 계속 생존을 위한 싸움을 선택하는 경우지만 이들에겐 대안이 부족해 기업이 생명을 부지하지

못하거나 이전의 위대함에 비해 처참할 만큼 힘이 축소되고 만다.

생존을 포기하고 매각을 선택한 스콧페이퍼, 생존 투쟁을 지속하다 결국 파산한 제니스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이다.

 

짐 콜린스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주문한다.

정말로 위대한 조직과 단순히 성공적인 조직의 차이는 어려움을 겪느냐 겪지 않느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 혹은 재난을 당한 뒤 다시 부활하여 이전보다 더 강해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위대한 기업은 몰락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완전히 도태되지 않은 상태라면 항상 희망은 있다. '나에게 절대로 포기란 없다'를 외쳤던 윈스턴 처칠처럼 어려움에 맞서 싸우면 '회복과 부활"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수확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제록스, IBM,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노드스트롬, 머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모두 크게 몰락했다가 회복한 기업들이다.

 

"위기는 헛되이 지나치지 않는 지독한 것이죠" - CEO 딕 클락/머크 (157 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