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삼국지 경영특강 - 조조와 유비에게 배우는 2천 년 경영불패 법칙
청쥔이 지음, 김지연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급변하는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인류의 문화를 "어부 문화" 와 "정원사 문화" 로 구분하고 있다. "어부 문화" 는 약탈과 소유를 숭배하는 문화이며, "정원사 문화" 는 양성과 창조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분류에 의거하여 "어부 경영학""정원사 경영학" 이 파생된다면서 [삼국지]에 등장하는 두 영웅인 조조와 유비를 대비하면서 경영의 도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2천여 년이 지난 지금도 [삼국지]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며 읽히는 이유는 책 속에 조직관리와 경영의 기본을 제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구도에서 리더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어부 경영학을 대표하는 영웅 조조와  정원사 경영학을 대표하는 영웅 유비를 상호 비교하면서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도와 준다.

 

청나라 시대의 문학 평론가 김성탄은 "어려서 '수호지'를 읽지 말고, 늙어서는 '삼국지'를 읽지 말라" 고 했다. 저자는 삼국지에 숨겨진 진정한 의(義)를 읽지 못한다면 오히려 해가되고 위험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삼국지에서 거론되는 군벌들의 권모술수, 책략 등의 지혜가 경영 기술로 잘못 둔갑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경영의 지혜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이다.

 

[삼국지]의 두 리더, 조조와 유비를 비교해 보자.

조조는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고 성장했다. 할아버지는 환관의 우두머리를 지냈고,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양자로 고위 관직을 지냈기에 그는 풍족한 집안의 후손이었다. 좋은 교육 환경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에 비하면 그는 도덕적 교양이 뒷받침되지 않고 제멋대로 성장한 부잣집 아들에 불과하다.

 

후한말 헌제를 등에 업고 제후를 호령하던 동탁의 비위를 맞추던 조조는 동탁을 시해하려 했고, 동탁의 수배령을 피해 도망가던 중 아버지의 친구 여백사의 일가족을 잔인하고 살해하면서 "내가 세상 사람을 버릴 지언정 세상 사람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란 비정한 말을 남겼으며, 동탁에 맞서는 대항군으로 거짓 포장된 이미지를 활용해 황건군 30만명을 거느리는 실력파 군벌이 되어, 헌제가 혼란한 시기에 도움을 요청하자 흔쾌히 군사를 이끌고 입궁하여 군사독재자가 되었던 것이다.

 

반면, 유비는 가난한 집안의 출신이다. 아버지가 작은 고을의 현령을 지냈지만 일찍 죽어서 그는 홀어머니와 함께 돗자리를 팔아 생계를 이어갔다. 이후 돈을 모아 당대의 대학자 노식의 문하생이 된뒤, 노식을 따라 황건군 토벌에 나서 공을 세워 작은 벼슬을 얻었다. 이후 그는 동문인 공손찬의 도움을 받아 평원현 현령을 맡아 평판이 좋았다. 이 때 마을의 유평이란 자가 유비를 시기하여 자객을 보냈다. 그런데, 자객이 유비의 인품에 반해 차마 거사를 실행하지 못하고 오히려 유평의 음모를 고변하고 떠난다. 또한, 서주의 도겸은 유비의 인의와 충직함을 높이 사 임종 직전  아들대신 유비에게 서주를 맡겼다. 일개 평민에서 현령으로, 현령에서 서주 최고 군정장관이 된 것이다.

 

[삼국연의]에는 두 마리의 명마가 나온다. 적토마와 적노마이다.

적노마는 주인을 해친다는 전설이 있었다. 적노마는 얼굴에 흰색 반점이 있는 말인데, 유비가 두 번째 주인이었다. 어떤 사람이 이런 전설을 전하자 유비는 "사람의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거늘, 어찌 말을 탓할 수 있는가?" 라고 말했다. 적토마는 뛰어난 장수 여포를 매수하기 위해 동탁이 선물한 말로 하루에 천리를 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여포는 동탁을 배신하고 자신의 세력을 키우다 조조에게 붙잡혔다. 여포는 오히려 기세 등등하게 조조 휘하에서 열심히 일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때 동탁의 배신을 거론하는 유비의 의견을 듣고 여포를 죽이라고 명령했다.

 

서주에서 유비가 반 조조의 깃발을 내걸자 조조는 군대를 이끌고 서주를 쳤다. 유비의 군대는 전멸했다. 유비는 도주했지만, 그의 처자식과 관우는 조조의 포로가 되었다. 조조는 관우를 편장군으로 임명하고 그에게 여포의 적토마도 선물로 주었다. 인물을 알아 보았기 때문이다. 이후 관우는 조조를 위해 공을 세워 더 높은 지위를 받았지만, 조조가 내린 모든 하사품을 머물던 대저택에 남겨 둔 채 말을 타고 옛 주인인 유비를 찾아 죽음을 무릅쓰고 천리나 달려갔다. 높은 급여로 인재를 살 수 있겠지만, 충성심은 결코 살 수 없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개미가 코끼리를 쓰러뜨린 패러독스가 바로 적벽대전이다.

거대한 중국 대륙의 2/3를 평정하고 나머지 남방을 차지하여 천하를 통일하려던 조조는 100만 대군을 앞세워 강남의 손권을 쳤다. 이에 유비와 손권은 제갈공명의 외교술로 연합군을 편성하는데, 병력은 불과 3만여 명 정도였다. 역병이 돌아 조조가 전쟁에서 패했다고 사료에 기록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조조의 인력 운용 프로세스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었다. 베스트 셀러 [실행에 집중하라]의 공저자 래리 보시디와 램 차란의 이론에 의하면, 실행력은 전략 프로세스, 인력 프로세스, 운영 프로세스의 통합임을 강조하고 있다. 조조의 수군 근거지에 불이 나자 조조군은 허둥거리며 도망가기 바빴고, 이런 소식이 다른 군영에 전해지자 모든 사람은 자기 살길이 급급했던 것이다. 조조는 자신의 직원을 의심하고, 또한 그의 직원들도 서로 의심하는 집단이었기에 신뢰와 충성심은 없었던 것이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는 방법으로 얌전하게 타인의 말을 잘 듣거나, 타인을 얌전한 아이로 만들어 자신의 말을 듣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조조는 후자의 방법을 선택했다. 현대의 경영학은 폭력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어부의 경영학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능력인 것이다. 독립이란 자신의 색채와 향기를 가진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라는 가치관이 요구되는 것이다. 유비의 "인애" 경영은 결국 부하들의 충성심이라는 보답을 받았다.

 

요즈음 기업에서 성행하는 직원 인센티브 제도는 더 많이 벌려면 열심히 일해야 함을 유도한다. 향기로운 미끼로 물고기들을 낚아 올리는 어부의 유혹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성과주의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무너뜨리는 현상이 생기고 나아가 인품을 훼손시키는 일도 만든다. 싸움을 잘하는 여포는 마케팅 담당 경영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여포는 자신의 욕망과 이익 추구를 위해 인센티브를 받고도 배신을 쉽게 했다. 비즈니스 사회에서 인간이 돈을 필요로 하는 것은 정원의 묘목이 거름을 필요로 하는 것과 같다. "돈은 거름과 같다" 그러나, 거름이 지나치면 묘목은 금방 시들어 버린다. 따라서, 직원이 자신들의 위치를 찾도록 돕고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이 바로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유비는 우리들의 모범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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