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 CEO 강우현의 상상망치 - 톡톡 치면 팍팍 나오는 현장판 생각놀이
강우현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중앙일보 손민호 기자가 나미나라 3주년 특집 기사(2009년 2월 28일)와 관련하여 "당신은 CEO인가, 예술가인가?"란 질문을 하자, 남이섬의 CEO 조우현은 뜬금없이 "내 아들의 아버지입니다" 라고 답했다.

 

배용준이 출연하여 한류열풍을 몰고온 드라마 [겨울연가]의 촬영지, 남이섬은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 명소이다. 그러나, 이곳은 한때 부도위기에 몰린 적이 있는 일반 유원지였다. 아들하고 우연히 놀러 갔다가 단돈 100원을 월급으로 받는 CEO로 취임한다는 기사때문에 세인의 눈길을 끌었던 조우현씨는 산업 디자이너 출신이다.

 

그는 충북 단양과 강원도 영월의 경계지역인 첩첩산중 벽지에 위치한 초등학교 출신으로 어린 시절 꾀 많은 아이였다고 스스로 자부한다. 운동신경이 젬병으로 몸치였던 그는 운동회 때 달리기 선수로 뽑혀 유니폼을 입은 친구가 너무도 부러워 자기도 직접 유니폼을 만들어 입고 학교에 간적도 있는 괴짜다.

 

시간이 안간다고 다들 지루해하는 군대 생활을 그는 특별하게 보낸다. 군 복무기간을 유학생처럼 지내기로 작정하고 매일 일본어 문장을 쪽지에 적어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달달 외우기 시작했다. 이러기를 계속하여 제대 무렵엔 일본어 교재를 외울 정도까지 되었다.

 

14만평의 부지를 자신의 캔버스에 올려 놓고 마음껏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괴짜 CEO인 그가 첫 번째로 내세운 슬로건이 "유원지를 관광지로!" 였다. 과거의 남이섬은 유원지로 대학생들의 MT 또는 직장인들의 야유회 등에 활용되던 장소였다. 그래서, 구석 구석 쓰레기들이 뒹굴어 다니는 곳이었다.

 

나무를 가꾸어 숲을 울창하게 만들고

이름모를 풀들이 잘 자라도록 만들고

질퍽거리는 흙길엔 마사토를 깔아 걷기 편하게 만들고

 

유원지 시절 행락객들이 버리고 간, 지천에 널려 있던 소주병을 꽃병으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유리공예가를 초빙하여 소주병은 꽃병으로, 깨진 병은 타일로 재탄생시킨다. 또한, 참이슬병으로 "이슬정원" 을 만들자 이곳은 관광객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사진촬영소가 되었다. 그는 말한다. "'쓰레기' 를 '쓸 애기'로 창조했습니다"

 

이 책은 제 1부 나미나라 상상놀이, 제 2부 불(不)장난 상상놀이, 제 3부 역발상 역발동 상상놀이, 제 4부 자유 상상놀이 등 총 4 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국내외 유명 캐릭터 디자인과 CI 작업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저자의 톡톡 튀는 상상력이 책 속 구석 구석에 묻어 있다.

 

부도 위기까지 몰렸던 조용한 남이섬이 현재 연 입장객 200만명의 국제적인 관광지로 탈바꿈된 비결을 묻자, 정작 그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라고 소박하게 답한다.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 공원 인근은 은행나무 가로수로 유명한 곳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은행잎 처치에 구청예산이 4천만 원이나 소요되어 골머리를 잃는다. 그는 은행잎 200톤을 남이섬 은행나무길에 뿌린다. "송파 은행나무길" 이라고 명명하여 "쓰레기"를 "쓸 애기"로 창조한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그의 상상망치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가을 내내 밟아서 닳아 빠진 은행 낙엽을 태운다. 낙엽타는 냄새가 코 끝에 전해지고 타오르는 연기에 시선이 모아 지면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또 다른 볼거리를 탄생시켰다.

 

남이섬에 들어가려면 배를 이용해야 한다. 선착장에서 배로 10분 거리이다. 다리 하나 놓으면 간단한 일인데, 남이섬엔 다리가 없다. 배에 올라 타는 수고를 일종의 의식으로 믿어서란다. 그런데, 기발한 상상망치가 제 2의 교툥수단을 개발 중이다. 황당하다. 밧줄을 타고 허공을 날라 섬에 들어가는 것이다. 군에 다녀온 남성들은 쉽게 머리에 그려질 것이다. 새로운 풍물이 될 그날이 기다려진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종신고용제를 도입한 대목이다. 퇴직 후에도 월급이 지급되는 직장이다. 직원들 모두 남이섬은 자신의 회사이다. 이 제도가 남이섬을 국제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하게 만든 확실한 모티베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럽기도 하다.

그가 지낸 남이섬에서의 8년의 경험들이 책 속에 녹아 있었다. "쓸모가 생기면 아이디어가 되고 그냥 지나가면 상상, 공상, 망상, 허상" 이라는 그의 말이 오래 오래 내 가슴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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