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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운명을 바꾼 역사의 순간들 : 전쟁편
류펑 지음, 김문주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전쟁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주장에 따르면, 인류는 약 5천 년동안 무려 1만 4,500 번의 전쟁을 치루었다고 한다. 이처럼 인간의 본성은 원래 호전적일까? 전쟁은 정치적 또는 경제적 목적을 갖고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증오심과 원한 등의 감정때문에 발생하거나, 종교의 배타성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책은 전쟁의 역사를 통해 인류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소개하고 있다. 총 29 개의 전쟁 기록을 인용하여 전쟁이 발발한 원인, 배경 그리고 전투 과정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
"와신상담" 이란 유명한 고사가 생긴 오나라와 월나라 간의 패권전쟁, 알렉산더의 정복전쟁, 워털루 전투, 미국의 남북전쟁, 두 차례의 세계대전, 한국동란, 중동전쟁, 코소보 전쟁, 그리고 이라크 전쟁 등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대표적인 전쟁들을 싣고 있다.
불가에서는 인간이 고통의 나락에서 끊임없이 헤매는 이유는 "탐, 진, 치" 라는 세 가지 업보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가르친다. 욕망(탐), 화냄(진), 그리고 어리석음(치)을 버려 진정한 깨달음에 도달하면 비로소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이다.
저자 류펑은 전쟁이 생긴 비밀을 세 가지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첫째 권력 추종자들 간의 게임, 둘째 부에 대한 유혹, 셋째 문화전파의 야욕 등 세 가지의 카테고리로 전쟁 기원을 해석하고 있다.
권력 추종자들 간의 게임
고대부터 제왕들은 권력을 쟁취코자 끊임없이 유혈전쟁을 일으켰다. 이는 바로 온 세상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려는 "탐" 때문이 아닐까. 알렉산더, 카이사르, 나폴레옹, 중국 월왕 구천, 중국 오왕 부차, 진시황, 유방, 조조, 주원장, 누르하치 등 모두 자신의 권력을 얻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 나라를 통일하는 문제도 결국은 백성들의 신망을 얻고 권력을 장악키 위해 전쟁을 이용한 셈이다.
또한, 영토의 확장도 전쟁을 통해서만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다. 이도 결국은 "탐"에서 비롯된다.
부에 대한 유혹
중국 고대사에 등장하는 네 명의 미인(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 모두 전쟁과 불가분의 운명을 갖고 있다. 트로이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 전쟁도 사실 헬레네란 미녀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傾國之色" 이란 말처럼 나라가 위태로울 수 있음에도 미인을 굳이 얻으려는 것은 바로 부를 가진다는 "탐"과 "치"를 동시에 보여주는 대목이다.
15세기 무렵부터 유럽 각국은 경제 부흥을 위해 식민지 확장에 열을 올리며 탐욕의 본성을 드러내었다. 전략적 요충지는 부와 직결되기에 충돌이 불가피하다. 영국과 네델란드의 패권 전쟁과 영국과 스페인 무적함대 간의 해전이 발발했다.
문화 전파의 야욕
한 국가 또는 민족의 역사, 지리, 풍습, 생활방식, 규범, 가치관 등은 문화 속에 내재되어 있다. 자신들의 문화의 우월성을 강조한 나머지 다른 나라를 멸시하며 이를 전파하려는 전쟁도 불사했다. 따라서,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전쟁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1980년대에 발발한 이란 vs 이라크 전쟁은 장장 8년 간이나 지속되었다.
종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힘이 있다. 반면, 신앙이 다를 경우엔 분쟁이 발생하거나 심하면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 종교전쟁의 역사는 무척 오래되었으며 때로 잔혹하게 벌어지곤 했었다.
또한, 심오한 철학인 이데올로기의 차이가 전쟁을 유발한다. 1455년부터 1487년가지 약 30년간 잉글랜드 왕위 계승을 놓고 랭커스터 가문과 요크 가문 사이에 "장미전쟁" 을 벌이면서 자신들이 진정한 영국 왕실의 적법한 계승자라고 주장했다. 아이로니하게도 전쟁의 종지부는 양가문의 결혼으로 한 집안이 되면서 싱겁게 끝이 났다.
세계 18개국이 휘말려들었던 한국동란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에 속한다. 본래 하나였던 반도국가 한국은 두 개의 이데올로기로 갈리면서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지금도 38선에 의해 휴전 대치중이다.
지금도 지구촌은 각종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형태가 무엇이든 지나간 전쟁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결국은 인간의 "탐, 진, 치" 에서 비롯되었음을 이해할 수 있다. 어느 유명한 역사학자의 "역사는 반복된다" 는 말처럼, 현재는 무력에 의한 전쟁이 아니라 석유, 광물, 물 등 에너지 자원을 선점하려는 소리없는 전쟁을 진행중에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전쟁의 핑계를 찾는 대신 전쟁 욕구를 통제할 수만 있다면 평화는 먼 곳에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