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 인생을 보다 맛있게 요리하는 25가지 레시피 노하우
김희재 지음 / 시공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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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 위기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단어가 하나 있다. 바다에 살고 있는 명태가 아닌 명퇴, 명예퇴직은 일터에서 무장해제 당하고 일터 밖으로 내몰린 남성들의 현대판 고려장이다. 마치 갱년기에 겪게 되는 여성들의 신체적, 정신적 공허감 처럼 명퇴한 남편들에 대한 사회적 부당성과 정서적 치료의 필요성 등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영식님, 일식씨, 이식군, 삼식이"

 

50대 이후 집에서 밥을 먹는 횟수에 따라 남편을 구분하는 호칭도 다르다. 이는 하루에 한 끼도 집에서 먹지 않는 남편을 영식님,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면 일식씨, 두 끼를 먹으면 두식군, 그리고 세 끼 모두를 먹으면 삼식이로 부르는 여성들의 은어이다.

일본에서는 명퇴한 남편을 "오찌누레바(젖은 낙엽)" 라 부르는데, 젖은 낙엽이 발바닥에 한 번 달라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명퇴한 남편들이 아내에게 딱 달라붙어 어디를 가건 함께 가겠다고 나서는 모양새가 이와 비슷하다고 조롱하듯 일컷는 표현이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일만하다 집으로 은퇴한 남편에게 붙이는 칭호가 유머스럽다기 보다는 잔인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글 밥" 을 먹고 산 지 20년이 넘었다는 저자 김희재는 시나리오 작가이다. 2004년 영화 [실미도]로 제 41회 대종상영화제 각색상을 수상했고, [국화꽃 향기], [공공의 적 2], [한반도] 등이 대표작이다. 후학 양성을 위해 현재 대학교 강단에서, 그리고 시나리오 창작회사인 [올댓스토리]의 대표이사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이다.

 

듣고, 듣고, 듣고, 그리고 말하기

 

아들이든, 딸이든, 며느리든 내가 틀린 말도 아니고 저희들 잘되라고 하는 말인데 도대체 들으려 하지를 않는다. 어쩌다 얘기할 기회가 찾아오면 이를 놓치기 싫다. 왜냐하면, 하고픈 얘기가 많아 몸살이 날 지경이지만 그들을 볼 시간이 점점 줄어 들기 때문이다. 노년의 어른이 들려주는 경험과 풍부한 지식은 돈으로도 사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험과 지식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들려줄 수 있을까? 듣고, 듣고, 듣고 그리고 말하는 것이다. 자식들 스스로 더 자주 찾아오게 하려면 내 자신이 섹시한 대화 상대가 되어야 한다. 이렇듯 섹시한 대화 상대가 되는 비결은 바로 계속 들어주는 것이다.

 

긍정적 언어로 예언하기

 

말은 그냥 소리가 아니라 에너지이며 영혼이다. 그래서, 말이 가지고 있는 놀라운 힘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들이 많다. 식물에게 "사랑한다" 말하며 쓰다듬으면 놀라운 성장을 보인다거나, 물을 향해 긍정적인 말을 하면 좋은 파동으로 인해 "육각수" 로 변한다거나, "아니오" 란 금지어가 아이들의 신경전달 물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기록등이 있다.

 

"잘될 거야. 진짜, 다음번에는 잘될 거다. 난 알겟거든. 니가 잘될 거라는 거" 

"이번엔 안 된 게 차라리 나은 거야. 만약 됐으면 나중에 더 크게 터졌을 거야"

 

긍정의 예언은 틀리지 않는다. 다만, 그 성취가 조금 뒤로 미뤄질 뿐이다. 섹시함은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유혹하는 힘이다. 어느 누구도 저주의 예언에 매혹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축복받고 싶고, 잘될 거라고 격려받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이다. 세월을 품은 노년에야 비로소 획득할 수 있는 면허, 그것이 바로 섹시한 예언이다.

 

책 읽는 모습은 아름답다.

 

창가로 흘러드는 햇살, 또는 나직하게 밝혀진 스텐드, 그 아래에 돋보기를 끼고 앉아 책장을 넘기는 사람. 이 사람을 떠올릴 때면 책장을 넘기는 소리와 오래된 책에서 풍기는 냄새가 난다면 그의 나이가 몇이든 얼마나 매력적인가. 조심스럽게 이름을 부르면 읽던 책을 접으며 나를 향해 환하게 웃어주고, 읽고 있던 책의 내용을 맛깔스럽게 얘기해준다면 충분히 사랑스럽다. 자꾸 찾아가 그가 만난 책 속의 세상 이야기를 듣고 싶어 진다면 이것은 바로 섹시함 탓일 것이다.

 

속은 것이 아니라 속기로 마음먹기

 

"사람이 거짓말합니까? 돈이 속이는 거지요"

믿을 만한 사람이라 차용증 한 장 없이 돈을 빌려 줬는데 빌려간 사람이 이런 대답을 하면, 한숨이 터져 나올 것이다. 한 번 속인 사람은 두 번, 세 번 속일 것이다. 기꺼이 속아줄 수 있는 상대라면 비난하지 말고 계속 속아주자. 왜냐하면, 그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주 먼 길을 돌아오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속이는 자를 비난하지 않고 또 한 번의 기회를 줄 수 잇는 놀라운 관용이 바로 섹시함이다. 누군가를 끝까지 밀어주는 것이 바로 섹시함이다.

 

병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되자.

 

고다마 싯달타도 생, 노, 병, 사의 고통을 풀기 위해 고행을 떠났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사람은 노화와 병과 죽음을 향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길이라면 이를 어떻게 수용하느냐의 태도를 결정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첫째, 오지 않는 병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 것

둘째, 병을 인정하는 것

셋째, 내가 얻은 병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갖는 것

넷째, 내 몸에 이러난 변화를 즐기는 것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고, 그리고 준비한대로 즐기면서, 나를 위해 애를 쓰는 주변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하자. 이런 태도라면 환자복을 입었더라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눈 맞추고 웃어주고픈 섹시한 상대가 될 것이다.

 

 

섹시함의 기준은 주관적이다. 섹시함은 "어떤 상대에게 증명되는 나의 가치" 라고 할 수 있다. 멋지게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품고 있다면 이런 사람은 이미 충분히 섹시한 사람이다.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란 바로 이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로 인해 행복해지도록

그래서 결국 내가 행복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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