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개구리 엠피의 선택 - 사색의 중심으로 떠나는 여행
J.C. 마이클즈 지음, 김유신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성장하면서 더 이상 무리와 보조를 맞추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나는 누구일까, 그리고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에 휩싸일 법하다.  이 책은 개구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나" 라는 존재 즉 실존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성장 소설이다. 태어날 때부터 여느 개구리와 달리 다리가 두 개뿐인 장애를 안고 있는 무당 개구리 엠피가 겪게되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우화처럼 다가와 철학적인 사고를 하도록 한다.

 

엄마와 별거 중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캐롤라인은 8 번째 생일에 애완동물 가게에서 엠피를 만났다. 집에 데려온 후 다리가 둘 뿐인 기형임을 발견했지만 마음씨 착한 캐롤라인은 그래도 좋다고 결정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 이름이 있다며 이름을 짓기 전엔 잠자지 않겠다고 떼를 부리자 아버지가 제의한 잃어버린 조각들이란 의미의 "missing pieces" 에서 따와 엠피로 명명했다. 수족관의 세계엔 바위, 폭포가 장식되어 있어 엠피가 숨거나 놀기엔 좋은 환경이다. 캐롤라인은 귀뚜라미를 열심히 공급하지만, 엠피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물에 빠졌거나 죽은 것은 절대 먹지 않는 습성을 가졌다. 엠피는 "귀뚜라미 살금살금 개구리 팔짝팔짝" 게임을 즐긴다. 귀뚜라미는 잘 피하고 재빨리 숨는 재주가 있다. 귀뚜라미가 움직이지 않으면 불과 1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도 엠피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캐롤라인의 친구 베스는 동물을 괴롭히는 아이였다. 수족관에서 잘 지내는 엠피를 욕조로 옮겨 수도꼭지를 세게 틀자 엠피는 물살에 휩쓸려 뒹굴면서 모서리에 부딪힐 까봐 두려웠다. 고통이 끝나기는 커녕 베스는 물이 차다며 재차 뜨거운 물을 틀었다. 헤엄치기가 더 이상 어려워진 엠피는 극도의 절망감에 사로 잡히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가만히 있어라" 는 말이 들려 왔다. 또한, 애완동물 가게 수족관에서 많은 충고를 해주던 늙은 개구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이런 때는 가만히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주변을 관찰하고, 가능한 방법을 모두 생각해보고 나서 확신을 가지고 전력을 다해 행동해야 한다"  지금 엠피를 위협하는 포식자는 캐롤라인과 베스이다. 수면에 등을 대고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배를 위로 향했다. 쏟아지던 물이 멈췄다. 캐롤라인은 새빨갛게 빛나는 엠피의 배를 보자 죽음을 직감하고 눈물을 터트린다. 베스는 불안한 듯 애매한 미소만 짓고 있다. 소란한 소리에 놀라 욕실에 들어온 아버지가 이 광경을 목격하고 기겁을 한다. 울고 있는 캐롤라인과 베스를 번갈아 보며 "미안하다고? 그게 다냐? 네 행동은 네 선택에 달려 있는 거야, 왜 이런 짓을 한 거냐?" 라고 야단을 쳤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아련하게 들릴 무렵, 엠피의 배가 갑자기 줄어 들었다. "아빠, 개구리가 살았나봐"

 

삶의 여정은 항상 행복하고 편안한 상태에 머물도록 하지 않는다. 수족관 속의 안락함에 젖어 있던 엠피에게 변화의 조짐이 다가온다. 캐롤라인의 아버지는 티베트에 있는 카일라스 산으로 한 달 정도 트래킹을 가는 스케쥴이 잡힌다. 따라서, 캐롤라인과 엠피 모두 별거중인 엄마의 집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다. 캐롤라인은 오래 전부터 두 집을 오가며 살고 있지만, 같이 살지 못하는 현실에 불만이다. 엠피를 실은 어항을 차로 옮기던 중 급커브를 하면서 어항이 기울어 졌다. 엠피는 차 바닥에 깔린 단단한 카펫의 질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어항 속으로 다시 복귀할 것인지의 여부는 엠피가 선택할 상황이다. 그런데, 엠피는 자신이 결정할 선택이 두려웠다. 엠피는 본능적으로 어항보다는 차 속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캐롤라인과 아버지는 차 안을 온통 뒤져봐도 찾지 못하자 한 발 물러서 작은 쟁반에 돌과 자갈을 깔고 수련잎으로 치장한 개구리 낙원을 만들고 귀뚜라미 먹이로 유혹을 한다. 엠피는 결국 렌터카 좌석 밑에서 나오지 않았다. 렌터카가 반납되면서 엠피의 기억에서 캐롤라인과 아버지는 잊혀지게 된다. 엠피는 처음으로 생의 한가운데 있음을 깨달았다. 결코 피할 수도 없는 생의 한부분이다. 이젠 혼자라는 사실이다.

 

렌터카의 주인이 바뀌었다. 클레어는 리밴트 선생으로부터 매주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엔 교실 난방기에 크레용을 녹이는 사고를 저지르고, 중학교 시절엔 가까운 백화점에서 팔찌 한 개를 슬쩍 훔쳐 끼고 다니다 아버지에게 추궁 당하고, 고등학교 입학 이후엔 무서운 범죄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하는 등 문제 학생이다. 클레어는 자신이 아끼던 개가 불의의 사고로 죽자 차를 몰던 아버지를 원망한다. 차 안에 장식한 작은 곰 인형 단추와 대화하기를 늘 즐겨한다. 어느 날 아버지에게 허락도 받지 않은 채 차를 몰고 가출을 시도하는 한바탕의 소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엠피와 클레어는 친해졌다. 엠피는 야생을 포기했다. "아빠, 어항 어디 있죠? 제가 물고기를 기르던 어항말이에요. 오늘 밤에 그 어항을 수리해서 '허무'에게 집을 만들어주어야겠어요. ..... 한동안은 집에 머물면서 개구리를 돌보고 싶어요" 엠피는 새로운 주인을 만나면서 이름도 '허무' 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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