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움직이는 미식의 테크놀로지
츠지 요시키 지음, 김현숙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리의 핵심은 수많은 경험에서 얻어지는 "응용력"이다. 틀에 박힌 레시피가 해결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요리를 잘한다"는 것은 재료들의 특성을 예리하게 잘 파악해서 때에 맞게 적절하게 대처하는 일이다. 요리사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일까? 아마도 정성을 가득 담은 음식이 빈 접시로 돌아올 때가 아닐까.

 

이 책은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미슐랭 가이드]의 스타 셰프 여섯 명의 비즈니스 성공 노하우를 소개하고 있다. [미슐랭 가이드]는 우리가 '미쉐린 타이어'로 익히 잘 알고 있는 타이어 회사에서 운전자들에게 유익한 식당 정보를 제공키 위해 기획한 것이었다. 책 표지가 빨간 색이어서 프랑스에선 "Red Book" 이라고 한다. 지금은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지가 되었지만, 그 시작은 정말 평범한 것이었다.

 

재료의 선택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세 가지 요소란 기술과 재료, 그리고 손님일 것이다. 프로 조리사와 생초보 조리사가 대결을 펼쳤다. 좋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 프로와 좋은 재료를 사용한 생초보간에 대결을 펼친다면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생초보가 승리할 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책에 소개된 스타 셰프의 성공에 숨어 있는 공통된 주제어는 바로 좋은, 신선한, 또는 자연산 재료였다. 특히, 호주에서 성공한 일본인 와쿠다 데쓰야씨는 10년에 걸친 노력끝에 오션 트라우트라는 바다송어를 양식에 성공하거나, 시드니엔 없었던 표고버섯을 재배하여 호주 음식 재료를 개척한 선구자로 평가 받는다.

 

끊임없는 공부

 

학교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곳에 지나지 않는다. 평생 교육이란 말이 있듯이 스타 셰프의 성공뒤엔 끊임없는 노력과 공부가 공통 주제어다. 미국 뉴욕에 프랑스식 요리를 선보이며 현재 총 4 개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오너 셰프인  데이비드 블레이씨는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정통 프랑스 요리를 공부한 사람이다. 프랑스 북부 지방의 귀족 출신인 그의 어머니는 그가 열네 살때까지 매일 아침 바케트를 손수 구웠을 정도로 음식만은 프랑스식 환경이었다. 그는 캐나다에서 학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요리세계에 입문, 17세에 셰프를 맡을 정도로 천부적인 수준이었지만 요리사엔 관심이 없었다. 이후 파리의 소르본대학교로 유학가서 맺은 인연으로 정식 요리사 수련을 시작했다. " 저보다 나이 어린 선배가 많았지만 , 프랑스식 장인 훈련이라 생각하고 각오를 단단히 했습니다. 3주일 내내 에샬로만 만지다 보니 손가락 껍질이 다 벗겨진 적도 있었죠." 주방에서 유일한 미국인이었기 때문에 뒤지지 않으려고 새벽 4시부터 한밤중까지 노력했다.

 

열정의 화신

 

不狂不及이란 말이 있다. 미치지 않으면 도달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스타 셰프는 공히 자신들이 좋아하는 요리라는 과제에 모두 미쳐 있었다. 와쿠다 데쓰야씨가 갑자기 주문을 받았다. 결혼식 리셉션 행사용으로 초밥 200인분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이었다. 이제 겨우 요리를 배워가는 그였기에, 초밥을 만들어본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다. 그는 시드니에 있는 한 초밥 집으로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며 초밥 만드는 법을 배웠다. 배우긴 했지만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이었다. 이 때 그는 '초밥의 에센스만 살리자'는 아이디어로 초밥의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변형 초밥"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둔다.

 

독자적인 브랜드

 

성공한 스타 셰프의 공통 주제어엔 독자적인 칼러를 느낄 수 있는 고집스러움과 자신들만의 브랜드가 있다. 400년 전통의 효테이의 14대 주인인 다카하시 에이이치씨는 선대로 물려받은 것을 무리하지 않고 조금만 좋게 만들어서 아들에게 물려주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다음 세대에도 그 시대에 맞는 '효테이'만의 색깔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한다.

 

세계화, 그것은 개성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요리사 알랭 뒤카스씨는 새로운 요리를 만들 때는 언제나 자신이 위치한 지리적, 문화적 환경을 고려한다. 지중해에 있다면 지중해에 있는 것을, 파리에 있다면 파리에 어울리는 것을, 도쿄라면 도쿄에 맞는 것처럼. 알랭 뒤카스의 테크놀로지는 "조직력"이다. 인재를 양성하고, 전 세계를 여섯 가지 카테고리화하여 치밀한 기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그의 세계화 전략은 바로 개성이다.

 

佛家에선 사람의 욕구를 財, 色, 食, 命, 睡의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食에 대한 욕구를 식탐이라 한다. 살빼기 다이어트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SBS TV에서 방영한 드라마 [식객]은 허영만의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에선 우리나라의 전통 먹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주내용이다. 반면, 드라마에선 대령숙수의 전통이 있는 음식점 운암정의 대를 잇기 위한 후계자의 대결 구도이다. 천재 요리사 성찬의 한국 전통 먹거리와 야심가 봉주의 한식 세계화가 한 판 승부를 펼친다. 한식이 고급화되고, 나아가 세계화의 궤도에 오르기 위해 이 책은 훌륭한 길라잡이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부디 한국에도 세계적인 스타 셰프가 양산되고, 쓰리 스타급 레스토랑이 탄생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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