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아드리앵 고에츠 지음, 조수연 옮김 / 열음사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19 세기 프랑스 新古典主義를 대표하는 화가 [앵그르]의 작품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의 행방을 추적하는 미스테리 소설이다. 이 책의 이해를 위해 먼저 19 세기 미술사를 살펴본 것이 매우 유익했다.

 

프랑스혁명( 1789년 ) 과 함께 관능적이고 향락적인 로코코 미술이 퇴조하고, 영웅적이며 애국적인 소재를 강조한 신고전주의가 대신 이 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이 畵風은 균형잡힌 구도, 명확한 윤곽, 그리고 형태와 선을 중시하는 특징을 지녔다.

당시 [다비드] ( 1748 - 1825 년 ) 가 중심이 되어 화풍의 방향을 잡았고, 그는 나폴레옹에게 등용되어 예술적, 정치적 권력자로서 [앵그르] 등 고전파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뒤를 이어 신고전주의를 완성한 [앵그르] ( 1780 - 1867 년 )는 19 세기 초 중반에 인물화를 주로 그렸고, 노령기인 19 세기 중엽 이후의 작품은 욕실광경, 여성의 누드화가 주종을 이루었다.

 

19 세기 산업혁명의 여파로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자 일상이 너무도 인공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에 미술가들은 무기력한 현실을 경멸하며 자신들의 감정을 마음껏 발산하는 낭만주의가 태동했다. 낭만주의 미술의 선구자는 스페인의 [고야]이며, [그로]( 1771 - 1835 년 ), [테오도르 제리코]( 1791 - 1824 년 ) 그리고 [카미유 코로]( 1796 - 1875 년 ) 등 프랑스 화가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후 [들라크루아]( 1798 - 1863 년 )가 낭만주의 미술의 완성자로 평가받았다.

 

이 책의 저자 아드리앵 고에츠는 미술 평론가이자 소설가이다. 현존하고 있는 [앵그르]의 작품 " 그랑 오달리스크 " 와 동일한 형식이지만 그림엔 나신의 금발 여인이 그려져 있었다고 전해지는 한 그림의 행방을 추적하는 이 책은 3 부로 구성되어 있다.

1.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2. 파르세네 정원 풍경

3. 기수없는 말들의 경주

 

이 책의 주제인 사라진 그림찾기의 퍼즐 맞추기에 빠져 보자.

 

# 첫 번째 퍼즐 - [앵그르]의 회고 ( 1861 년 )

 

1814 년, [앵그르]는 나폴리王 의 공식초청을 받아 카세르타 왕궁에서 카롤린 왕후의 초상을 그리게 된다. 이 때 왕비의 초상을 그리면서 잠자는 자세를 취하는 두 여인의 그림을 함께 그려 나갔다. 한 명은 1819 년 파리 살롱에 출품한 " 그랑 오달리스크 " 이며, 또 다른 한 여인은 바로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이다. 당시 나폴리王은 뮈라였는데, 그는 나폴레옹의 軍에서 뛰어난 처세술을 발휘하여 나폴레옹의 누이 카롤린과 결혼한 인물이었다.

 

[앵그르]가 카세르타 왕궁에서 돌아오는 길에서 만난 그녀는 카롤린과 어렴풋이 닮았지만, 갸름한 얼굴선과 단아한 옆얼굴이 나폴레옹의 또 다른 누이인 폴린 보르게제 공주와 더 닮았다. [앵그르]는 1813 년 12 월 마들렌과 결혼한 유부남이었다. 마들렌은 나폴리가 맘에 들지 않아 로마에서 체류했기 때문에 [앵그르]의 은밀한 연애가 가능했다. [앵그르]는 그녀의 몸을 구석구석 알고 있었다. 기억만으로 그녀의 오른 쪽 종아리에 있는 반점과 입 왼쪽 아래에 있는 점을 정확히 그려낼 수 있었다. 그녀의 길고 가는 팔과 날씬한 등, 잘록한 허리, 부드러운 갈색 빛의 허리 살결 등 몸에 관해서 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앵그르]는 부인이 있는 로마로 돌아가야 했다. 아직 그림이 미완성 상태라 몇 번 더 자세를 취해야 하므로 로마로 함께 갈 것을 제안했고 그녀는 이를 받아 들였다. 마들렌의 시선을 의식해서 비싸지 않은 로마의 하숙집을 숙소로 마련해 주었다.

어느 날 저녁, 로마에서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다. 그 다음 날 점심 무렵 화가 [프랑수아 마리우스 그라네]가 [앵그르]를 불러 내어 " 난 어제 저녁에 자네의 멋진 모델을 만났네. 그녀를 유혹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어. 나는 그녀가 모델 수입만 받아가지고는 살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하네. 생각해보게. 누가 그녀에게 돈을 주는지. " 등 한 동안 말을 했다.

 

[앵그르]에겐 무척 성실한 제자 아모리 뒤발이 혹시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 아느냐고 물어 왔다.

그는 그림의 행방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혁명의 와중에 파괴된 거대한 카포 디 몬테 왕궁의 어느 다락방에 잠들어 있을 것이다. 베네치아에 있다는 말도 들었다.

 

그녀가 갑자기 죽었다. 그녀는 누추한 술집에 살았고, 어느 날 그곳에서 함께 지내던 여인 중 한명이 찾아와 장례비용을 지불해 달라고 말해서 알게 되었다. 그녀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관을 열게 하지도 않았다. 그러고는 한번도 껴안지 못한 육신을 담고 있는 그 관에 입을 맞추었다.

 

# 두 번째 퍼즐 - [카미유 코로 ]의 회상 ( 1866 년 )

 

[코로]는 29 살에 로마 사교단체 중에서 가장 박물관 냄새가 나는 " 안토니누스 클럽 "에 가입했다. 한번은 한밤중에 古代의 동굴이 있는 곳에 안내되어 갔다. 그 곳에서 자신의 이름이 조제프란 인물로 부터 그림 한 점을 구경하게 되었다. 액자없이 주홍색 다마스에 걸린 그림이었다. 작품엔 작고 푸른 색 글씨로 [ J. A. D. 앵그르 제작 ]이 쓰여 있었다. 가늠할 수 없는 가장 누드다운 누드였다. 그 여인은 종아리에 갈색 점이 있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솔직하고 약간 우수에 젖어 있으면서 권태로운 기색은 전혀 없는 그 시선은 아무 것도 숨기고 있지 않았다. 무어인 조제프는 그녀가 로마에서 죽었다고 말해 주었다.

 

몇 년 후, 그림의 행방을 찾으려 했을 때 누군가 두번 째 판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아마도 사람들이 착각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그 작품을 제리코 화실에서 보았고, 그 후엔 발자크 씨의 집에서 봤다고 했다. 그러나, 제리코는 앵그르를 싫어했고, 발자크는 그림을 살 만큼 부유한 적이 없었다.

 

1865 년, 친밀한 살롱에서 속칭 " 오래된 그림 " 이라고 불리는 한 부인을 만났다. 이름은 C.-M.ㅇㅇㅇ 이라 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탈리아인이고, 나르본 플레가 프랑스 대사로 부임했을 무렵 나폴리에 있었다고 말했다. " 난 그 그림이 나르본 부인의 집에 있었을 때 자주 보았어요. 그 잠자는 미녀는 내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어요. 내가 미워한 라이벌이라구요. "

그녀는 자신이 어느 젊은 화가와 애인 사이였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 화가를 나폴리에서 만났고, 그 후 파리에서 다시 그를 만났더니 사랑의 증거를 보여 달라고 졸라서 그 그림을 파리로 가져 왔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그림이 어떻게 된지는 모른다고 했다. 그녀는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와 똑같이 생긴 눈을 가졌다고 확신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그녀가 죽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 세 번째 퍼즐 - [테오도리코]의 추억들 ( 1861 년 )

 

1817 년 봄, 로마에서 [테오도르 제리코]를 알게 되었다. 그의 모델이자 문하생이었다.

[테오도르 제리코] 씨는 진짜 [앵그르] 작품을 한 점 가지고 있었다. 바로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였다. 사람들은 뮈라의 몰락과 함께 격변기에 이 작품이 파손되었다고 추측하지만, 망가진 그림은 다른 오달리스크였다. 그 작품은 나폴리에서 살아 남았고, 파리로 왔던 것이다.

1817 년 4 월 초, 우리는 로마에서 나폴리로 향했다. 로마로 오기 전인 지난 해 피렌체의 한 극장에서 나폴리의 프랑스 대사인 나르본 플레 씨의 부인을 알게 되었다. 당시 파리에서 막 도착한 화가라고 알려져 귀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적이 있었다. 나폴리에 도착하자 사교계를 주름잡고 있는 두 명의 귀부인을 재빨리 알 수 있었다. 바로 나르본 부인과 자칭 그 녀의 절친한 친구라는 또 다른 부인이었다. 그녀는 매우 뛰어난 성악가였다. 그녀는 코르시카 출신이며, 남편은 스위스 은행가 뫼리코프르였다. 그녀는 곧잘 자신이 카롤리나 여왕을 닮았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남편이 사업상 두 달간 제네바에 가 있자, 테오도르 씨와 목가적인 사랑을 했으리라 추측된다. 그해 11월 우리는 파리에 있었고, 뫼리코프르 부인은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에 오페라 하우스에서 노래를 불렀다. 갈색 머리의 그녀는 늘씬했으며, 무어인 조제프는 극장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 나폴리의 잠자는 미녀 " 가 화실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몇 달 뒤 노르망디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작품 속의 여인은 약간 볕에 그을린 코르시카 미인으로, 뫼르코프르 부인과 약간 닮았다. 그 녀가 처음 나폴리에 왔을 땐 뮈라가 집권하던 시기였고, 앵그르도 그 때 그곳에 있었다.

테오도르 씨는 뫼르코프르 부인의 초상화를 그리는 작업을 착수했다. 그 여인은 어느 날 앵그르가 그린 누드의 여인을 비웃었다.

" 그 바보 같은 앵그르에게 이 그림의 모델이 죽었다고 믿게 했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지, 지금도 흥분돼요. 그라네가 그런 장난을 쳤지요. 정말 웃기는 일이었어요. 대단한 이탈리아 희극이었죠. "

 

제리코 씨는 검은 모델 조제프에게 애정이 있었다. 당시엔 흑인을 불쌍히 여기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유행이었다. 조제프는 테오도르 씨가 죽기 며칠 전에 그 그림을 말아 가지고 사라졌고 그것으로 그는 이탈리아나 영국에서 돈벌이를 하고 싶어 했다. 

            

     
19 세기의 미술계 거장들의 삶을 조명해 보면서, 미스테리한 그림의 행방을 좇는 재미를 함께 즐길 수 있었다. 또한, 루브르박물관 여행시 감상한 적이 있었던 그림도 다수 등장해서 당시 여행 사진첩을 펼쳐 놓고 회상의 시간을 갖는 또 다른 즐거움도 있었다. 반면, 턱없이 부족한 나의 미술지식에 대해선 진한 아쉬움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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