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맞고 틀린 것보다 소중한 것 - ‘나만 맞다’는 착각을 깨는 생각의 전환
김병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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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회의실, 상대의 허점을 조목조목 짚어내며 승리감을 맛보았던 순간들,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옳은 길을 강요했던 시간들. 그때의 나는 분명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김병호는 PC통신 시절, 고등학생 신분으로 컴퓨터 잡지에 소프트웨

어 리뷰를 올렸고, 대학 시절엔 전국 대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는 '국토대장정'을 기획했다. 30대 초반 팀장으로 발탁되어 일본, 독일, 덴마크, 벨기에 등 글로벌 기업에서 세일즈, 마케팅 전략 수립과 실행을 추진했다. 현재 유럽계 기업의 아시아 지역 총괄대표로 재직 중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책은 왜 우리는 틀리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가(1부), 집단은 어떻게 확신을 폭력으로 바꾸는가(2부), 조직은 왜 틀린 결정을 반복하며 무너지는가(3부), 우리는 왜 맞는 말로 서로를 잃어버리는가(4부), 정답 없이도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는 법(5부) 등을 통해 빠른 즉답을 제공하는 AI 시대를 맞아 오히려 우리 사회는 갈등과 혐오의 골이 깊어짐을 비판하고 있다.


뇌과학에 따르면 인간의 뇌가 그리 정확한 편이 아니란다. 심지어 뇌는 거짓말까지 한다. 즉, 사진의 한 장면을 보고 전혀 없었던 추억을 자신에게 있었던 일로 기억한다는 거다. 이런 뇌를 믿고 나의 기억이 분명하다고 상대방에게 주장하는 것은 일종의 억지이자 강요인 셈이다. 그리고 스스로 내린 선택(결정)이 틀리지 않다고 확신하는 것 또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비합리적임이 밝혀졌다.


우리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찰스 로드 연구팀은 사형 제도에 관해 찬반 의견이 뚜렷한 사람들에게 상반된 연구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두 그룹의 사람들은 중립적인 태도를 갖기는커녕 오히려 자신들의 극단적인 확신이 더욱 깊어지게 만들어버렸다. 이처럼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증거는 가짜 뉴스로 치부하거나 무시하고 만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한다. 이는 팬덤 정치에 사로잡힌 맹신적인 열성 지지자들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지혜는 뒷전이고 오히려 확신의 덫에 빠져버린다. 이처럼 인간은 비이성적이고 어리석다.(사진)



도대체 이 확신이라는 게 뭘까? 인간의 뇌는 왜 이리 비합리적인 확신에 집착할까? 인류의 선조는 수많은 위협과 공포를 접할 때 어떻게 행동할까라고 생각하는 사이 죽음이 먼저 덮칠 수도 있음을 경험했다. 즉 절체절명의 순간엔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했다. 이처럼 신속한 직관이 후손인 우리 인간의 DNA에 뿌리 박혀 있다. 이같은 뇌의 사고 회로를 '크리티컬 패스'라고 한다. 안전과 생존을 위해서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사고의 통로인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내가 맞다'는 것이 확인되는 또는 내 의견이 관철되는 순간, 뇌에서 도파민이 폭발적으로 분비됨을 밝혔다. 이 호르몬은 쾌락과 보상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마약을 흡입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쾌감과 동일한 경로를 밟는다. 그렇다. 확신은 논리적 결과물이 아니라, 뇌가 보상받기 위해 스스로에게 투여하는 환각제인 셈이다.


신경과학적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신념에 거역하는 정보를 접할 때 뇌의 반응은 물리적인 위협을 느낄 때와 거의 흡사하다고 한다. '틀렸다'는 사실이 바로 자신의 실수가 아니라 사회적 죽음이자 자아 붕괴로 인식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런 인지적 경로를 밟는다면 사고의 오류는 필연적이다.



멘탈 게임으로 불리는 주식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행동과학자들은 주식 투자자들에게 이같은 인지적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예를 들면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정보를 무시하는 확증 편향, 고통스러운 손실은 바라만 보고 손절매損切賣를 실행하지 않는 손실 회피 경향, 남들이 매수하는 급등 종목을 아예 분석도 없이 쉽게 따라서 투자하는 군중 심리, 자신의 투자 판단은 늘 옳다는 과신 편향 등이 대표적인 오류인데, 나 또한 투자투자 50년 인생에서 늘 이런 멘탈 게임을 벌여왔던 셈이다.


그렇다면 '맞고 틀린 것'보다 중요한 가치는 무엇일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질문만으로 상대방의 철옹성 같은 '가짜 정답'을 무너뜨렸다. 그는 결코 상대에게 "틀렸소"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에 질문을 계속 던져 상대 스스로 잘못된 논리의 모순을 깨닫도록 함으로써 오류를 인정하는 용기를 얻도록 했다. 그렇다.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열린 마음이 중요한 가치이다. 그러기 위해선 경청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 오토 샤머 교수의 경청 4단계


다운로드 경청~ 이미 아는 걸 확인하는 경청

사실적 경청~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정보에 주목

공감적 경청~ 상대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생성적 경청~ 새로운 가능성에 귀를 여는 것



인내심이 높은 사람들은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을 수 있다"는 모순된 상황을 견뎌낸다. 충분한 정보가 모일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고 복잡한 인과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지혜란 성급한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와 함께 멈출 줄 아는 용기에서 나온다. 진실은 흑백이란 양극단이 아닌 모호한 회색지대에 숨어 있다. 모호함을 견디는 인내심이 바로 중요한 가치이다.


주식 투자에 있어 내가 늘 참고하는 인물이 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다. 그는 성공 비결을 "고통 + 성찰 = 진보" 라는 말로 요약한다. 즉 투자 과정에서의 처참한 실패를 회피하지 않고 오답 노트란 기록을 통해 왜 그런 잘못된 판단을 했는지를 철저하게 분석했다. 그렇다. 위대한 지혜는 수많은 오답의 기록 위에 세워진다. 그렇다. 이를 끊임없이 수정하려는 성실함이 중요한 가치이다.(사진, 오답 일기의 작성)



우리 모두의 삶은 시험지가 아니라 정답이 없는 도화지이다. 저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기존의 안경을 벗어버리고 광활한 자유의 풍경을 만끽하라고 제안한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대규모 협력'을 꼽았다. 협력이란 내가 맞음을 주장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타인에게 자리를 내어줄 때 시작된다. 논쟁에서 이겨 잠시 승리자가 되었을지언정 관계에선 고립된 섬이 되고 만다. 연결이 단절된 정답은 차가운 쇳덩이에 불과하다.


인생은 정답을 맞혀 나가는 과정이 아니라 수많은 오답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빚어 가는 조각의 과정이다. 성장은 질문의 시작에 있다.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보다 '오늘 뭘 새롭게 배울까?'라고 말하는 사람이 훨씬 더 풍요로운 인생을 산다.


인간은 사랑으로 변화된다 


인간은 논리로 설득되는 존재가 아니라 사랑으로 변화되는 존재임을 깨달아야 한다. 사랑 없는 정의는 괴물을 낳을 뿐이다.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을 집단 광기에 빠져 마녀사냥 하듯이 다루는 사회는 결국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왜 그런 말을 했을지를 읽어내는 너그러움이 더 성숙한 인간과 사회를 만들어내는 법이다. 작은 종지 수준 같은 정치판에 물을 계속 부어봤자 넘치는 꼴불견만 바라볼 뿐이다. 흑백논리에 사로잡힌 많은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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