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책방으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낮도 밤도 없는 저승에서 유일한 예외가 되는 장소, 삼도고(삼도천 고등학교). 삼도천을 끼고 위치한 그곳은 이승과 같은 환경과 시간으로 운영되며 교장인 지장보살이 세운 규칙이 곧 교칙이 된다. 삼도고의 목표는 전생의 미련을 끊는 것이다. 삼도고의 학생들은 그를 위해 수련해야 한다. 그리한다면 서천꽃밭의 환생 꽃이 봉오리를 맺고 꽃을 피워 혼을 이승으로 이끌 것이다.

작가 범유진은 전남 장성 출생으로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대학원 문헌정보학과를 수료했다. 2012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에 단편 청소년소설 <왕따나무>가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첫 장편 청소년소설 <맛깔스럽게, 도시락부>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는 장편소설로 등장인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문이철, 이하록, 서지유, 하아랑 등이 바로 그 대상이다. 덩치 좋은 곰을 닮은 서지유, 늘 미소를 짓고 있지만 고양이처럼 낯을 가리는 이하록, 체구가 작고 재빠른 토끼처럼 행동력이 좋은 문이철, 이 세 사람은 삼도고의 '삼총사'로 불린다.
"봤지? 우리 세 사람의 환생꽃 전부 봉오리 맺힌 거"
문이철이 환생꽃에 봉오리가 맺힌 모습을 보고 이와 같은 말을 하자 서지유와 이하록은 심각한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1년 전 비슷한 시기에 삼도고에 온 세 사람은 환생還生에 무관심하다는 결정적인 공통점이 있어서 금방 의기투합할 수 있었다.
삼고도의 아침 일과는 아침 동이 트는 시간에 맞추어 광천못에서 물을 길어올려 이를 5백 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서천꽃밭의 환생꽃에 급수하는 일이었다. 학생들은 못에서 물을 뜰 때 두 손 모아서 기도를 했다.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한편, 도깨비 선생은 경건하게 온 마을을 다해야 한다고 잔소리했다.
환생 따위엔 별 관심이 없던 삼총사들은 운동화 끈을 풀고 힘껏 운동화를 위로 차올렸다. 목표물인 도깨비뿔을 향해서 말이다. 이중 문이철의 신발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학생들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한 쇼였기에 폭소가 터져 나왔다. 환생해 봤자 지겨운 공부 지옥이라 이를 결코 원치 않는 문이철의 눈에 환생꽃 꽃봉오리가 오히려 충격이었다.
이에 환생꽃을 피우지 않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학생 출입 금지 구역인 '좌선방'에 있는 '지경'이란 거울에게 묻고자 삼총사는 도서실로 향했다. 꼭대기 층에 금줄을 쳐둔 좌선방과 지경이 있기 때문이다. 앞장을 섰던 문이철은 금줄을 껑충 뛰어넘었다. 방의 벽과 천장, 그리고 바닥까지 모두 거울이었다. 벽을 더듬던 문이철의 손끝에 까칠한 촉감이 느껴졌다. 거울 위로 붉은 글씨가 피어올랐다.
"기억돌을 모두 가진 자의 피로 움직인다"
삼도고 학생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 중에 삼도천 깊은 강물 아래엔 삼도고 학생들의 죽음에 관한 기억이 돌로 변해 가라앉아 있다는 한번도 확인되지 않았던 전설이 있었다. 이에 이들은 손끝에서 피를 내어 거울에 갖다 댔다. 이중 이하록의 피에 마침내 반응하여 벼락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지경을 찾은 이여, 무엇이 궁금한가. 지식은 지혜가 아니며 지혜는 경험을 날줄과 씨줄로 베를 짜듯 엮어야만 얻을 수 있음을 명심하라'
환생꽃을 시들게 할 방법을 얻었다. 망자의 죄 무게를 재는 의령수 옆 흑천못의 물을 꽃에 주면 환생꽃은 죄를 빨아들여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과 이 물을 얻기 위해선 지장보살의 축복을 받거나 가장 무거운 죄를 지은 망자의 옷을 걸치고 들어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좌선방을 빠져나온 삼총사는 비밀 작전 회의 장소인 탱자나무 숲으로 향했다. 숲 안으로 들어서자 스산한 바람이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검은 도포 자락을 펄럭이는 저승사자의 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놀란 삼총사는 숲 밖으로 뜀박질을 했다. 나오고 보니 이하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저승사자에게 잡힌 듯했다.
과연 이하록은 무사할까?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가 더욱 흥미진진하다. 환생을 해서 다시 살았던 곳으로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삼도천 환생 고등학교의 삼총사는 마침내 흑천못의 물을 구할 수 있을지, 또 다른 모험의 길이 닥치지 않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더 이상 스포를 하면 안 될 것 같아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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