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시프트 - AI시대 한국 언론, 생존을 넘어 압도하라
장성혁 지음 / 바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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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귀에 딱지가 앉도록 "신문 산업의 위기"를 들어왔다. "종이 신문의 종말"이라는 말은 이제 너무 진부해서 하품조차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진짜 위기는 종이Paper라는 매체의 소멸이 아니다. '영향력'의 소멸이다. 마부가 운전사로 바뀌는 것은 산업의 변화일 뿐이지만, 운송 수단이 멈춰 서는 것은 죽음이다. 지금 한국 언론은 멈춰 서 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장성혁은 미디어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체험해 온 현장형 전략가로 이런 실무나 기획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매일신문사> 미래전략실에서 언론사의 10년 후 비전과 생존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언론광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영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외래교수를 거쳐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산학협력교수로 활동 중이다.


총 다섯 개의 파트로 구성된 책은 콘텐츠 혁명:텍스트를 넘어 경험으로(파트1), 플랫폼 독립:내 땅에 집을 짓는 법(파트2), 소통의 전환:독자는 계몽의 대상이 아니다(파트3), 부의 미래:광고 없는 언론사(파트4), 조직과 사람:혁신을 지속하는 힘(파트5) 등을 통해 지금 한국 언론이 당장 실행해야 할 구체적인 생존 매뉴얼을 담았다.


콘텐츠 혁명


과거 종이 신문 시절의 단독 보도는 힘이 셌다. 아침에 배달된 신문의 특종은 저녁 뉴스에 나올 때까지 반나절, 길게는 다음 날 아침까지 이슈를 독점했다. 독자들은 그 뉴스를 보기 위해 가판대로 달려가거나 구독 신청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초연결 사회다. 포털 사이트에 '[단독]'이란 타이틀을 달고 기사가 송고되는 순간, 그 기사의 독점적 수명은 5분을 넘기지 못한다.(사진)



송고버튼을 누르자마자 순식간에 많은 매체들이 소위 '우라까이(베껴쓰기)'를 통해 팩트는 순식간에 복제되고, 포털의 알고리즘은 원본 기사의 깊이보다 최신성最新性을 우대한다. 거대한 취재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발굴한 팩트가 디지털 생태계에선 순식간에 공짜 공공재公共財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달라진 시장의 법칙이다. 지금 뉴스룸이 집중해야 할 곳은 팩트 그 자체가 아니라, 팩트와 팩트 사이의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미디어의 경쟁력의 최우선 과제로 '기사 형식의 파괴'를 꼽았다. 이는 천편일률적인 스트레이트 기사체, 육하원칙에 갇힌 건조한 문장의 종말을 의미한다. AI는 '게으른 기자'를 대체할 뿐이다. 이제 기자는 '정보의 전달자'에서 '의미의 해석자'로 진화해야 한다. 편집국 내의 칸막이를 부수고 코딩하는 기자, 디자이너, 영상 기획 PD 등이 글쓰는 기자와 한 팀이 되어 '팔리는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뉴욕타임스>가 론칭한 팟캐스트 '더 데일리'(2017년)가 종이 신문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보였다. AI시대의 미디어 전략에서 '오디오'는 선택 아닌 필수로 귀를 위한 콘텐츠는 '기회의 땅'이다.(사진, 레드 오션 vs 블루 오션)



"이 기사는 AI가 읽어드립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언론사 웹사이트의 '듣기' 버튼을 누르면 영혼 없는 기계음이 마치 국어책 읽듯 기사를 낭독했다. 어색한 억양과 틀리게 읽기는 독자들의 손가락을 종료 버튼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생성형 AI 기술은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뉴럴 보이스' 기술은 실제 아나운서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독자의 일상에 침투하라('타임 쉐어' 전략)

오디오 저널리즘의 핵심은 콘텐츠가 아니라 '루틴'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는 이유로는 첫째 오디오 광고는 건너뛰기가 어려워 청취 집중도가 높아서 광고 단가의 재발견이 기능하고 둘째 '멤버십 앵커'로서 구독자 유지의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매체와 구독자 간에 정서적 유대감이 형성된다.


(사진, 54쪽)


플랫폼 독립


남의 땅에 지은 집은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다. 집주인이 "방 빼"라고 요구하면 바로 나가야 한다. 이는 비즈니스의 기본 원칙이다. 지난 20년을 되돌아보면 신문사는 포털이라는 지주에게 소작료를 바치며 살아온 '디지털 소작농'이었다. 이젠 독립을 선언해야 할 때다. 단순한 자존심 때문이 아니라 외부 환경이 급변한 탓이다.(사진, 소작농 vs 지주)



예를 들어 AI챗봇에게 "이번 부동산 대책 핵심을 요약해 줘"라고 하면, AI가 수십 개의 기사를 학습한 후, 단 3줄 정도로 이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그렇다. 사용자들은 더 이상 언론사 링크를 누르지 않는다. 바로 '제로 클릭'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내 신문사의 독자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모른다. 20대 대학생인지, 50대 은퇴자인지, 40대 직장인인지, 60대 이상 고령자인지를 말이다. 고객이 누구인지를 모르는 기업이 도대체 뭘 마케팅하고 상품을 팔아야 하는지를 모르는 격이다. 지금까지 한국 언론이 자체 수익 모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한 근본 원인이다.(사진, 깔때기 설계)



부의 미래


지금껏 한국 언론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했다. 기사를 많이 써서 트래픽을 올려 배너 광고 수익을 올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트래픽은 돈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광고주의 눈치를 보느라 비판의 칼날은 무디어졌다. 클릭 수에 비례하는 네트워크 광고 수익을 얻으려고 낚시성 제목 장사에 몰두했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떠났고, 브랜드는 망가졌다. 인정해야 한다. 독자의 시선을 헐값에 팔아넘기고 광고 수익을 챙기려는 얄팍한 정책은 이미 그 수명을 다했다. 


"누가 돈을 내고 뉴스를 봐?"


그렇다. 시대가 많이 변했다. 뉴스는 미끼 상품 정도일 뿐, 실제로 구독자는 라이프스타일 서비스에 더 눈길을 준다. 경제지는 주식 투자 데이터 서비스나 기업 분석 리포트를 묶어서 제공하고, 종합지는 자녀 교육 콘텐츠/인문학 강좌/프리미엄 뉴스레터 등을 번들로 제공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실질적 이득을 주는 서비스와 뉴스를 묶을 때, 비로소 지갑이 열린다. 이에 저자는 언론사의 '업業의 정의'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즉 뉴스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회사로 말이다.(사진, 라이프스타일 번들)



저널리즘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인쇄기가 발명되고, 라디오와 TV가 등장하고, 인터넷이 출현하자 그때마다 사람들은 저널리즘은 죽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론은 죽지 않았다. 단지 그릇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AI가 급속도로 기사를 쏟아내는 세상일지라도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 당장 변화를 시작하라. 포털의 하청업체로 전락하지 않고 당당한 주인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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