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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설계된다 - 리더십·문화·시스템을 연결하는 통합 HR 아키텍처
조현철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6년 4월
평점 :
나는 오래전부터 전략, 조직 문화는 함께 작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특히 조직은 전략을 일회성 계획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문화로 전환하는 핵심 메카니즘이다. 전략은 조직을 통해 실행되고, 그 실행이 반복될 때 비로소 문화로 자리 잡는다. 이 책은 전략이 실제 조직 속에서 리더십과 제도, 행동을 통해 어떻게 구현되고 정착되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 '추천의 말'(조동성 서울대 명예교수) 중에서

책의 저자 조현철 경영학 박사는 대학생이던 2003년 한국무역협회 산하 코엑스 신입사원 공채에서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연소로 선발됐다. 기획 운영, 임대 마케팅, 현장 지원 등 주요 부서를 거치며 현장 경험과 함께 이후 인재개발 실무를 총괄하고 코엑스 최초의 조직개발 TF를 이끌었다. 현재는 대표이사 직속 미래성장전략팀에서 지속 가능 성장 시스템을 설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리더는 조직의 한계를 규정한다(1장 리더십), 의도적 설계의 결과다(2장 조직 문화),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3장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사람을 이긴다(4장 HR 제도), 조직을 움직이는 근본 원리(5장 행동과학) 등을 통해 조직은 어떻게 설계되는지를 보여준다.
책의 리뷰에 앞서 내 경력을 소개하려 한다. 나는 직장생활로 사회에 발을 들여 직장에서 일하며 배우고 성장해 회사의 핵심 임원으로까지 승진했다. IMF 사태로 회사를 강제 퇴직 당한 후, 창업의 길로 뛰어들어 평소 주관심사였던 전업투자자로 크게 성공했다. 이후 몇 차례 M&A에 나섰다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거액의 투자금을 허공에 날리다가 한 창업주 오너의 제안으로 코스닥 기업에 투자와 함께 전문 경영인으로 재직했다. 상고 출신인 나는 회계, 자금, 재무 등의 업무에 특출한 재능을 보여 그 분야에서 높이 평가받았고 은행, 종합건설사, 증권회사, 백화점, 아파트 전문 건설사, 환경 처리 회사 등을 거쳐 직장 생활을 마감했다. 현재는 중소업체의 경영고문직을 수행하며 재능기부로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내가 경험했던 바를 토대로 책의 내용을 리뷰하려 한다.
리더십
조직의 역량은 결코 리더의 역량을 뛰어넘지 못한다. 조직은 리더십을 통해 조직 역량을 구현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흔히 '양이 이끄는 늑대 무리보다는 늑대가 이끄는 양의 무리가 훨씬 강하다'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동일한 환경, 동일한 구성원이 모여 있더라도 어떤 리더가 조직을 이끄느냐에 따라 조직 구성원의 행동이 달라진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어떤 리더이냐?'가 바로 조직의 백년대계를 좌우한다.
내 젊음과 영혼까지 바쳤던 직장 생활 동안 많은 리더들을 경험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리더는 정주영 현대 그룹 창업주였다. 대한민국 산업 태동기에 비전과 뚝심 만으로 한국 기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이 분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주어졌다. 당시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던 난 대학 선배의 권유로 현대건설 외화자금 조달 전문 요원으로 이직했는데, 현대건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여러 계열사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느라 자금면에서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었다.
외화자금 차입 현황을 매주마다 회장님께 보고하는 일을 맡았는데, 군시절 차트병은 아니었지만 보고 업무를 너무 잘해서 군사령부 사령관과 참모장으로부터 박수받았던 경험을 되살려 커다란 차트 용지애 차입현황 변동표를 작성해 회장님을 마주했다. 차입 거래선도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표기했다. 예를들어 실무에서 BOA(뱅크 오브 아메리카)로 통하던 은행명을 '아메리카은행'으로 보고했더니 생각이 기특하다고 칭찬받았다. 겉보기엔 우람하고 무뚝뚝해 보여도 감성은 매우 세심해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이었다. 이런저런 가르침과 지적은 내 성장을 도왔다. 어느 날, 계속해서 보고를 직접 받던 회장님은 이젠 다 알았다며 다음부터는 작성한 현황표를 비서실에 제출하고 시간낭비 말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 탁월한 리더는 촌음寸陰을 아낀다.
소위 전문 경영인이라는 대표이사 중 일부는 관계(인맥관리)에만 매몰되어 술을 곁들인 회식자리나 골프장 모임을 즐긴다. 물론 어느 정도는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조직 내의 자기편 만들기에 활용한다면 되겠는가. 내 눈에 이런 리더로 비친 분들의 초대엔 늘 사양했기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난 승진에서 여러 차례 불이익 받기도 했다. 정주영 회장의 가르침인 '촌음을 아끼는 시간관리'는 리더에게 반드시 필요한 소양이다.
조직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어쩌면 앞서 밝힌 회식과 골프 회동이란 주제와 맞닿을 수도 있겠다. 조직 정치가 구성원들의 업무 몰입을 저해하고 조직 냉소주의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는 무수히 많다. 자신의 노력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낮아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뻔한 결과로 이어진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거나 이직할 정도까지의 능력에 미달한다면 '대충 일하기'로 대응한다.
다른 구성원이 어떻게 되든 간에 오직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고자 조직 정치를 펼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조직은 어찌 될까? 조직 정치는 조직의 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직 정치는 반드시 제대로 관리되어야 한다. 학연, 지연 등의 이유로 능력과 성과 이상의 대우를 받는 문화가 안착되어 있다면 사실상 결론은 뻔한 거다. 이 조직은 '불사不死가 아닌 즉사卽死라는 위기를 직면할 것이다. 하나회를 척결하듯 조직정치파를 완전 제거해야 조직이 산다.
결국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직원들의 주관적 의견이 배제된 구체적인 사건과 팩트, 행동 위주로 먼저 듣는 노력이 리더에겐 갖추어야 할 태도다. 왜냐하면 경영진은 있는 그대로 정보를 취합하여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취합 단계에서부터 해당 정보들이 사사로운 주관이 개입되어 팩트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실패한 경영자들은 필요한 정보를 제때 충분히 갖지 못한 상태에서 중대한 의사 결정을 내렸던 과오를 저질렀다.
HR 제도와 행동과학
평가의 대전제는 관찰과 기록, 즉 실질적인 근거의 수집이다. 다면평가 제도가 유행이지만 이는 주관적 감정 평가이기에 실패 확률이 매우 높다. "안 봐도 안다"는 말은 정말 무책임한 언사다. 리더들은 평가 대상을 평소에 '다 알고 다 보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을 뿐이다. 결국 리더의 시야 밖에 있는 사람들은 방치되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진실한 인사기록 없이는 어떤 역량진단도 불가능하다. 최초의 기록 자료가 진실하지 않다면 그 후에 진행된 모든 진단과 평가는 물론 온전한 조직운영이 불가능하다" - 최동석, '성과 예측 모형' 중에서
탁월한 조직을 완성하는 10가지 설계 원칙
학습하는 조직
강점 기반 조직
두려움 없는 조직
투명한 조직
행복한 조직
시스템 기반 조직
실천하는 조직
다양성 기반 조직
효율성 지향 조직
사람 중심 조직
리더는 잘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적합한 업무를 부여하고, 지속적으로 확장과 성장이 이어지는 ‘선순환 사이클’을 설계해줘야 한다. 모든 조직은 오직 강점에 초점을 맞춰 인재를 개발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무능함을 평범함으로 바꾸려 애쓰기보다는 이미 뛰어난 것을 탁월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며 확실한 성공의 길이다.

조직은 설계할 수 있다
조직은 개인의 역량을 모아 집단의 성공을 만드는 그릇이다. 결국 리더십, 조직 문화, 커뮤니케이션, HR 제도, 행동과학 등 모두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기적으로 설계되었을 때 그 조직은 가장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이미 조직의 리더이거나 리더를 꿈꾸는 관리자와 경영학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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