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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박수 칠 때 떠나라
송인창 지음 / 미류책방 / 2026년 4월
평점 :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 할 것이냐?” 하는 질문에 앞서 “비트코인이 왜 가치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게 우선이다. 비트코인은 당초에 스스로를 ‘미래의 화폐’라고 하더니 이제는 ‘가치 저장 수단’이라고 한다. 화폐로서의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디지털 금’이 될 거라고 한다. 비트코인의 가능성이 부정될 때마다 비트코인 옹호자들은 그럴듯한 새로운 서사story를 창작해서 설파한다. - '시작하며' 중에서

책의 저자 송인창은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석사, 요크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재정경제부에서 국제금융정책국장과 국제경제관리관을 지내며 국제 통화, 금융 업무를 담당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이사로 근무하며 개발 금융 현장을 경험했다. 최근까지 G20 국제협력대사로 활동하며 국제 경제 이슈를 다루었다.
총 6막으로 구성된 책은 탐욕과 투기, 그리고 버블(1막 전설), 비트코인과 다양한 암호 화폐(2막 심문), 비트코인의 본질(3막 물고기), 국가와 비트코인(4막 굿), 연극이 끝나고 난 뒤(5막 쇼), 무엇을 신뢰할 것인가(6막 끝을 보다) 등으로 이어지면서 장진 감독의 영화 '박수 칠 때 떠나라'(2005년)의 스토리 구성을 차용, 비트코인 붕괴 시나리오를 소개한다.
암호 화폐의 성지 대한민국
한국이 암호 화폐 투기의 핫존이란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사실상 한국은 '전 세계 2대 암호 화폐 시장’으로 평가받는데, 그리 유쾌한 얘기는 아니다. 초스피드를 자랑하는 모바일 환경, 24시간 열려 있는 거래소,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 제도적 빈틈 등이 중첩되어 암호 화폐 투기 자체가 하나의 유흥용 게임처럼 변질된 것이다.
심지어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고자 1,000만 명 이상이 거래소 계정을 통해 가상 자산 거래를 한다. 그 규모가 연간 2,500조 원에 달해 세계 3위 수준이다. 또 원화는 달러화에 이어 전 세계 거래소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법정 통화 2위다. 특히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 거래에선 세계 1위이다.
탐욕의 광풍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인간은 여전히 비합리적인 동물이다. 탐욕의 광풍엔 너무나도 빨리 올라탄다. 역사적으로 투기 광풍은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신제도 또는 신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맹신’이다.
즉 신기술이 새로운 부를 초래한다는 기대감을 부풀리지만 정작 그 기술을 검증할 역량이나 신뢰할 만한 정보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이리 되면 스스로의 판단을 포기하고 남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하며 이를 맹신한다. 그렇다. 사람들은 팩트보다는 그럴듯한 스토리에 쉽게 빠져든다. 더구나 큰 이득을 보장받을수록 열광적으로 이를 믿는다.
네델란드에서 벌어졌던 '튤립 광풍'을 떠올려 보라. 양파 뿌리와 흡사한 튤립 구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당시 집 한 채 가격으로 거래되다가 한 선원이 이를 양파로 착각해 먹어치운 사고로 인해 제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이내 광풍은 거품 녹듯 사그러들었고 튤립 가격은 급락세를 탔다.
이번엔 다르다?
비트코인이 등장할 때 '미래의 화폐'란 말로 유혹했지만 그 신뢰성에 의구심이 커지자 이젠 '디지털 금'으로 변신해 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전의 버블은 튤립, 닷컴 기업등 그 실체를 볼 수 있었으나 비트코인의 경우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다. 더구나 경제학자와 금융인들은 비트코인의 쓰임새조차 불명확하므로 위험한 투기로 간주하고 있다. 시세가 급등락을 반복할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는 환각제를 마구 뿌려 시세의 반등을 유도한다.
세상에 출현한 지 15년이 지났음에도 과거의 대표적 버블 붕괴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그 숨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금융사를 보면 버블이 붕괴된 후 시세는 거의 바닥 수준까지 하락한 다음 반등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러 차례의 롤러코스터를 거듭했던 비트코인은 하락한 후 또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곤 했다.
이런 모습이 그릇된 이해로 인해 오히려 투기 광풍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다. 가치가 있어서 시세가 반등하므로 이는 '버블이 아니다'는 주장까지 한다. 하지만 이 주장은 틀렸다. 버블이 아니란 일종의 착각이 빚어낸 현상일 뿐이다. 또 가치가 있어서 오르는 게 아니라 사이비 종교 신도들처럼 맹신에 빠져 이를 매수하기 때문에 오를 뿐이다.
비트코인의 반등은 기술적 개선이나 실제 사용의 확대보다는, 기관 투자자의 진입, ETF 승인 기대, 통화 불안, 반감기 등 새롭게 만들어진 서사에 의해 촉발되어 왔다. 기업의 주가 상승은 신기술 개발, 신상품 발매, 신시장의 개척 등으로 매출과 이익의 증가 때문인 것과 다르다. 즉 비트코인 가격의 반등이 ‘내재 가치의 회복’인지, ‘다음 사이클의 투기적 기대’인지는 도무지 오리무중이다. 이는 여전히 버블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된다.
화폐로서의 비트코인
비트코인의 최대 약점은 현실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없다. 법정화폐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거래마다 복잡하고 분산화된 인증이 필요하고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위해 검증을 거쳐야 하며, 이 검증은 새 블록이 생성되는 주기에 맞추어 진행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평균 10분에 한 번씩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고, 이 블록은 1MB 크기로 제한되어 있어서 한 블록에 포함될 수 있는 거래 수는 대략 2,000~3,500건 정도에 불과하다. 이를 초당 처리량으로 환산하면 거래 처리 속도는 초당 약 3~7건 정도다. 이는 비자카드의 평균 초당 최대 처리량인 2만 4,000건과 비교하면 극도로 낮은 수준이다. 이런 한계점은 거래가 몰릴 때 확연하게 취약점으로 드러난다.
2011년 상업적 거래에 최초로 사용된 실적은 '실크로드'라는 웹사이트였다. 이 사이트에선 헤로인, 엑스터시, 코카인, 총기 등이 거래되었다. 비트코인의 익명성을 활용해 암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만 관심을 가졌다. 그렇다. 비트코인은 지하 경제용이다. 해킹 사건이 생겨도 이를 되찾으려하기보다 오히려 쉬쉬한다.
비트코인은 이론상 脫중앙화된 화폐임애도 실제론 국가 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는 시스템으로 변질되었다. 이는 비트코인이 주장하는 '국경과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자유로운 네트워크라는 이상理想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비트코인의 가치와 가격
고대 그리스 철학가 플라톤에서부터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에 이르기까지 고민했던 문제가 바로 '가치와 가격의 불일치' 였다. 인간에게 정말 소중한 물은 가격이 낮은 반면, 아름다움 말고는 별 소용이 없는 다이아몬드의 가격은 엄청 비싸다. 오늘날의 경제학자는 이를 '한계 효용'으로 설명한다. 즉 물의 총효용은 압도적으로 크지만 충분히 공급되기에 추가 1단위가 제공하는 만족(한계 효용)은 낮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가치와 가격의 관계에 있어서 '시장은 항상 옳다는 믿음'이 작용해서 '가격을 가치로 간주'하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하루 아침에도 몇 배 상승하는 암호 화폐의 가격을 보노라면 과연 암호 화폐의 가치가 일순간에 그렇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분명 의문이 든다.
시장이 합리적이라면 가격은 가치를 기준으로 등락을 거듭하면서 장기적으론 가격이 가치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많은 행동 경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인지적 편향과 감정이 가격을 체계적으로 왜곡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행동 경제학은 가치의 심리적 기반을 강조하며 반복적 편향이 가격을 합리적 가치로부터 장기간 이탈시키는 메카니즘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앵커링, 과신, 확증 편향, 군집 행동 등이 그러하다.
따라서 '항상 모든 가격이 곧 가치'라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현재의 가격은 사람들의 편향, 시장 구조, 사회적 제도, 정보 부족, 정보의 비대칭성 등의 이유로 '본질적인 가격(가치)'으로 이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트코인 옹호자들은 "가격이 중요하지 가치는 생각치 마라" 또는 "비트코인 가격이 곧 가치"란 말을 자주 한다. 마치 소피스트처럼 말이다.
비트코인 붕괴 시나리오
터지지 않는 버블은 없다. 지금까지의 금융사金融史를 살펴보면 그러하다. 터지지 직전까지 도달한 풍선은 결국 터지고 만다. 수많은 경제학자, 금융인, 투자자들이 암호 화폐의 위험성을 지적해 왔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닥터 둠'이란 별칭을 가진 루비니는 "암호 화폐의 99퍼센트는 사기이며, 나머지 1퍼센트도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세로운 형태의 '폰지 사기'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맹신도의 귀엔 그저 잡소리일 뿐, 오히려 미친 개가 짖는다고 폄하한다.
2022년 11월 6~8일, 단 72시간 동안 세계 2대 암호 화폐 거래소였던 FTX 거래소에서 약 60억 달러가 인출되었다. 사상 최초의 대규모 '코인 런' 사태였다. FTX의 파산은 가상 자산 업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붕괴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비트코인은 은행 예금과 달라서 누군가의 채무가 아니라서 '뱅크 런'과는 또 다른 위험이다. 즉 '자산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공포로 변해 급속히 확산되고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된다.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면 암호 화폐가 무용지물이 되는가?'라는 논쟁이 진행 중이다. 일부는 양자 컴퓨터가 현재의 컴퓨터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연산을 빠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으므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 화폐를 보호하는 안전 장치를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리되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 화폐는 탈취될 위험에 놓이게 된다.
그런데, 과연 이런 해킹이 가능할까? 현재의 양자 컴퓨터는 실험실 수준으로 미약하므로 실제로 암호 화폐 체계를 공격할 만큼 안정적인 용량을 갖추고 있질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론적으론 가능할지라도 현실적으론 거리가 멀다는 얘기가 된다. 언제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2050년 이전에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1988년 대학가요제 은상 수상곡인 <연극이 끝난 후>의 노랫말을 흥얼거린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혼자서 객석에 남아/조명이 거진 무대를 본 적이 있나요/음악 소리도/분주히 돌아가던 조명도/모두 다 멈춘 후/객석에는/정적만이 남아 있죠'
비트코인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믿을 것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에 대해 비트코인은 "사람들이 만든 권력이 아니라 누구도 변형할 수 없는 코드를 신뢰하라"라고 명확한 대답을 한다. 하지만 강철 같은 규칙은 흔들리는 권력보다 위험하다.
비트코인은 투자 대상인가?
실질적인 생산 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도 않으면서 끝없이 가격 상승을 통한 '불로소득不勞所得'을 추구하는 행위는 결코 투자라고 불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그저 '투기'일 뿐이다. '한탕주의'라는 모험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스트래티지란 회사가 일찌기 비트코인에 투자해서 과거 4년간 수익률이 무려 2,228퍼센트라는 명성을 얻었다. 과연 이 회사는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걸까? 더 이상의 부조리는 멈춰야 한다. 지나친 탐욕은 화를 부를 뿐이다. '박수 칠 때 떠나라'는 이 말 정말 명언이라 생각된다. 비트코인 투자를 고민중인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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