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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세계사의 미스터리
기묘한 밤 지음 / 믹스커피 / 2026년 4월
평점 :
미스터리가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현실과 맞닿을 때, 그것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습니다.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각 시대의 두려움과 꿈을 담아 몸집을 불려 갑니다. 그렇게 수많은 세월을 견디며 결국 지금의 우리 앞에까지 도달해, 여전히 생생한 숨을 전하고 있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기묘한 밤은 대중에 알려진 것부터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었던 것들까지 '미스터리'로 분류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로 구독자 수 110만 명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1등 미스터리 채널이다.
총 여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조선의 역사, 그 뒤에 숨은 의문들(1장), 전쟁은 끝났지만 미스터리는 남았다(2장), 역사를 뒤흔든 기묘한 인물들(3장), 기독교 전설의 숨겨진 수수께끼(4장), 신화가 된 역사 속 미스터리(5장), 세상을 놀라게 한 기묘한 선비(6장)에 이르기까지 기묘한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도선의 왕건 탄생 예언
"내가 왕이 될 상相인가?"라는 유명한 대사를 용하다는 관상쟁이에게 날린 주인공은 바로 '수양대군(훗날 세조)'이다. 그는 당시 어린 왕인 조카 단종을 허수아비 격인 상왕으로 승격시키고 조선 7대 왕위에 오른 인물이다. 조카 단종을 등에 업고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좌의정 김종서와 영의정 황보인을 추종하던 세력들을 일거에 도륙한 무자비한 폭력성을 내보였던 '계유정난'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런 유형의 이야기들은 제법 있다.
통일신라를 물려받고 소위 후삼국을 평정해 새롭게 고려 시대를 연 태조 왕건의 탄생에 관한 설화 또한 미스터리다. 시대가 혼탁한 상황엔 여지없이 등장하는 게 바로 소위 '예언'이다. 이는 입에서 입으로 전하며 '침소봉대針小棒大'되는 형태를 띤다. 미스터리란 그 실체가 겉으로 온전히 드러나지 않아야 점점 기승을 부리며 효과가 극대화되는 법이다.
별안간 ‘왕이 될 인물이 날 것’이라는 예언을 명승名僧 도선으로부터 들은 왕융(왕건의 아버지)이 이를 믿지 못하는 표정을 짓자, 도선은 송악松嶽(지금의 개성)의 지맥이 백두산에서 시작해 물의 운명[水母]을 띠고 있음을 설명하고 물의 대수大數에 맞춰 집을 짓고 기운을 받아야 대영웅을 얻을 수 있다고 상세한 설명을 했다고 전한다.
이에 왕융은 '같은 값이면 붉은 치마'란 심정으로 도선이 지정한 곳에 새로운 집을 지었고, 이후 예언대로 아들을 얻어 이름을 ‘건建’이라 지었다. 이 인물이 바로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다. 그런데, 왕건은 도선의 능력을 완전 믿었다. 자신의 묫자리는 물론이고, 후대 왕들에게 남긴 '훈요 10조訓要十條'에 도선과 관련된 내용을 국가 지침 중 하나로 기록했다.

바다민족, 청동기 시대를 파괴하다
이집트 가자지구에서 트로이에 이르기까지 그간 번성했던 수많은 대도시들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하거나 살아남은 문명조차 회복 불능 상태의 상처를 입고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불과 50년 남짓 사이에 동부 지중해 전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은 충격적인 사건을 역사는 '후기 청동기 시대의 붕괴'라고 부른다.
수많은 문자와 기록이 사라졌고, 발달했던 기술의 맥이 끊겼으며, 세상은 '암흑 시대'로 퇴보하고 말았다. 당시 지중해 경제의 큰 축을 담당했던 문명과 많은 왕국들이 줄줄이 망했으니, 지중해 연안 전체의 경제력 또한 침체되고 말았다. 이 사건의 중심엔 소위 '바다민족'이라 불린 정체 불명의 집단이 있었다. 고대사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중 하나이다.
이들은 마치 재앙처럼 갑자기 출현하여 인류 최초의 주요 제국 중 하나인 히타이트 제국과 고대 그리스의 청동기 시대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미케네 문명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고대 이집트조차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쇠퇴하기 시작하게끔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 민족이 얼마나 무자비했는지는 당시의 기록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집트 메디네트 하부 대신전에 새겨진 비문에는 당시 이집트 제20왕조 제2대 파라오 람세스 3세가 델타 전투에서 바다민족을 격퇴한 기록이 남아 있다.(사진)


람세스 3세의 델타 전투 승전을 기록한 신전 벽의 부조엔 깃털 모자를 쓰고 둥근 방패와 긴 창을 든 침략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다. 이집트 기록과 다른 고대 문헌을 종합해 볼 때, 바다민족은 제커, 데니엔, 웨세쉬 등 다수의 해양 민족으로 구성된 연합체였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들의 기원과 목적에 대해선 여전히 미스터리이다.
기독교 전설의 수수께끼
성경 속 이야기는 팩트(진실)일까, 꾸며낸 허구일까? 고고학자는 구약성서에 나오는 블레셋의 거인 골리앗을 찾아나섰다. 성경에 따르면 골리앗은 블레셋의 '가드' 출신이다. 이스라엘 바일란대학교의 고고학자 아렌 메이어 박사는 1997년 동료들과 함께 발굴 후보지 중 한 곳인 팔레스타인의 '텔 에스 사피'란 마을에서 첫 삽을 뜬 것이다.(사진)

메이어 박사팀은 발굴 현장에서 '오스트라콘'이란 작은 도기 조각을 발견함으로써 성경 속 골리앗의 고향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 도기 조각에 새겨진 비문에 등장하는 글자가 성경 속 골리앗을 뜻하는 글자와 매우 유사한 철자와 문양을 갖고 있었던 거다.
성경에 묘사된 골리앗은 키가 무려 3미터에 달하고, 입고 다니는 갑옷의 무게만 50킬로그램, 창날의 무게만 7킬로그램에 달했다고 하는 괴력을 소유한 거인이었다. 오늘날의 기준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 수치 때문에 골리앗은 오랫동안 허구의 인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현대 의학과 유전학 전문가들은 골리앗의 거대한 체구가 특정 질병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2014년, 퀸즈대학교의 디어드리 도넬리와 유전학 전문가 패트릭 모리슨은 골리앗이 ‘유전성 뇌하수체 장애’, 즉 말단 비대증을 앓았을 거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성경은 골리앗의 거대함이 유전적 요인임을 시사한다. '사무엘기(하권)'엔 골리앗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한 거인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여섯 개씩 모두 스물넷으로 거인족의 자손 중 한 명인데, 이는 다지증多指症으로 유전 증후군의 증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골리앗은 실존 인물이었을까?
명나라의 수도 북경 대폭발과 하늘의 버섯구름
1626년 명나라 천계天啓 6년 5월 초엿새 사시巳時, 명나라의 수도 북경은 일순간 아비규환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도시 전체가 흔들렸고, 놀란 시민들이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즉 하늘에는 거대한 버섯 모양의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역사 기록은 흔히 정통성을 부여하거나 사건을 과장하고자 신화적 은유를 사용하곤 하지만 ‘북경 대폭발’ 혹은 ‘천계 대폭발’ 사건은 명나라 조정의 공식 기록인 <희종실록熹宗實錄>, 명나라 조정이 발행하는 신문인 '저보邸報', 청나라 학자 주이준이 저술한 <일하구문日下舊聞> 등 비교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여러 사료에 공통적으로,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가 미궁에 빠져 있는 기괴한 사건이다.


버섯구름이란 핵폭탄을 연상시키는 참상이 아닌가 말이다. 혹시 외계인의 소행일까? 1986년, 중국에서 북경 대폭발 360주년을 맞아 대규모 학술 토론회를 가졌다. 새로운 가설들이 등장했지만, 그 어느 것도 명쾌한 결론을 못내고 막을 내렸다고 한다.
기묘한 미스터리 이야기는 더욱 흥미를 끈다
총 서른 가지의 미스터리한 세계사 이야기는 정말로 흥미진진하다. 내 취향에는 잘 맞다. 사실 학창시절 이런 류의 미스터리에 빠져 관련 책을 읽는다고 밤을 꼬박 지새우다가 제대로 된 공부는 안 하고 엉뚱한 책을 읽는다고 아버님에게 꾸중을 듣기도 했었던 추억도 떠오른다. 그럼에도 그 호기심을 결코 멈출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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