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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이라는 세계 - 생각하는 힘을 잃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양필성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시험만을 목표로 한 공부는 괴롭고 압벅이 크다. 시험이 끝나면 그 지식은 자신의 피와 살이 되기도 전에 머리에서 사라진다.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알고 싶어서, 흥미가 있어서, 더 깊이 파고들고 싶어서 하는 공부만큼 강한 동기는 없다. 그런 동기는 억지로 유지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시작하는 말' 중에서

책의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일본 최고의 자성인으로 꼽히는 철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어린 시절, 궁금한 게 많아 주변 어른에게 질문해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현재의 다독 습관을 완성했다. 이에 어른은 스스로 의문을 갖고 탐구하는 '독학'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독학의 세계(1장), 책의 세계(2장), 교양의 세계(3장), 언어의 세계(4장), 질문의 세계(5장) 등으로 이어지면서 독학에 임하는 자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AI 시대에 인간은 왜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는 탐구는 오직 자신으로 사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다. 인간은 스스로 탐구할 때만 비로소 자신이 된다. 자신이 된다는 것은,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독보적인 창의력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뜻이다."(7쪽)
독학의 세계
교과서가 가장 기본적인 책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학창 시절의 역사 교과서를 예로 들어보자. 수많은 사건을 문장으로 이어 붙여 놓았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제한된 지면에 가르쳐야 할 내용을 담다 보니 마치 교과서는 설명이 매우 부족한 사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의구심이 없이 사전에 나열된 지식을 암기하는 것은 더 이상의 발전이 없는 단순한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 즉 진정한 공부가 아니다. 이런 단순한 작업은 컴퓨터가 대신해 준다. 이제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고, 지금까지 없었던 견해나 추론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바로 독학의 최종 목적이다. 의문을 갖고서 질문하고 찾아 헤매지 않는 한 누구도 진실에 닿을 수 없다.
독학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집중하는 태도다
그렇다고 독학을 위해 일부러 일정 시간을 비워 둘 필요는 없다. 독학에 실제로 방해되는 것은 시간 부족이 아니라 감정의 롤러코스터와 건강하지 않은 몸이다. 분노나 울분을 품고서는 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할 수 없다. 독서는 먼저 타인의 낯선 생각을 받아들이고, 그 논리를 따라가는 과정이다. 그런 포용력이 없다면 사람은 쉽게 화를 내고, 울분을 터뜨린다.
책의 세계
읽을 책을 선택할 때 우리 대부분은 가독성可讀性이 좋은 도서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는 그렇지 않지만 과거만 해도 철학이나 과학 관련 도서는 가급적 피했다. 그런데, 독서 목적이 명확해 알고 싶은 지식을 향하고 있으면, 그간 기피했던 분야의 도서도 읽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려운 책은 어렵기 때문에 읽을 가치가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왜냐하면 어렵다고 피했던 책에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사고방식과 지식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 정치와 관련된 세상사를 듣고 싶지 않은 이유도 남에게 무관심해서가 아니라 그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다. 뭐든지 기본적 배경 지식이 부족하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게 마련이다. 이런 관련 지식들은 바로 책 속에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게 아닐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바로 이런 의미일 것이다.
공상과학소설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상이 찾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홀로 운전하며 도로 위를 주행하거나 하늘을 날으는 상상 속의 자동차도 이런 앞선 이의 상상력이 책 속에 담겨 있었기에 현실로 나타나게 된 거다. 현재 누리는, 나아가 미래에 누리게 될 문명의 이기利器들은 책 때문에 발명되는 게 아닐까.
언어의 세계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나 모습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성격이 거친 사람은 그 말도 거칠고, 폭력적인 사람은 그 말에 폭력성이 들어있음을 우리 안다. 이처럼 우리 인간의 생각은 바로 행동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 언어는 타인의 사고와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최근 세계적인 보이그룹 BTS의 노랫말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강동의 눈물까지 흘리는 외국 여성들의 모습을 영상으로 접할 정도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모국어만큼은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실제론 200자 남짓한 글을 아무런 오류 없이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 모국어도 제대로 구사하는 게 쉽지 않다. 이런 부류의 사람은 인지도 높은 외국어 학원을 다녀봐도 해당 외국어 실력이 제대로 늘지 않는다.
외국어는 본디 어렵다. 누군가는 현지인과 연애를 하면 된다는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기도 한다. 일상적인 가벼운 언어는 가능할테지만 해당 외국어에 능통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언어의 구사력은 바로 책 속에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모국어 표현력이 단단하지 않으면 외국어도 '수박 겉 핥기' 수준에 머물고 만다. 영유아 영어학원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된다.
오직 나만을 위한 공부를 하라
이밖에도 책은 교양의 세계, 질문의 세계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담겨 있다. 독학을 지속하면 인생이 바뀐다는 것은 지식이 늘고 이에 따라 사고방식과 관점觀點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리 되면 자연히 생각과 행동이 바뀌고 스스로의 삶도 변한다. 따라서 나만을 위한 공부가 이렇게 중요한 것이다. 공부하기를 즐기는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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