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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의 시대, 위기를 지배하라
김경준 지음 / 원앤원북스 / 2026년 3월
평점 :
위대한 리더와 성공한 조직은 위기를 통해 재도약의 기회를 잡고 더욱 발전했다. 고대 로마는 국가의 존망을 건 카르타고와의 포에니전쟁을 치러 내면서 지중해 세계를 재패했고, 근대 서양의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도 위기를 극복하면서 변방 약소국에서 강대국으로 변모했다. - '들어가며' 중에서

"폭풍우는 위대한 뱃사공을 만든다"
책의 저자 김경준은 딜로이트 컨설팅 부회장으로 21세기 디지털 AI 격변과 글로벌 기업의 동향을 이해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조예가 깊어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융합형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총 3부 14장으로 구성한 책에서 위기를 통제하는 시야를 3단계로 제시하는데 리더가 먼저 장악해야 할 요소, 판을 뒤집는 전략의 기술, 제도 개혁과 구조 혁신으로의 전환 등이 바로 그것이다.
리더가 먼저 장악해야 할 것들
조직은 리더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소우주다. 크든 작든 조직은 리더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리더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은 조직 문화의 바탕을 이룬다. 리더가 용기와 투지를 불태우면 조직도 따라간다. 리더의 수준이 곧 조직의 수준으로 직결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탁월한 리더를 만난 조직이 이룬 커다란 성취는 무수하게 많다.
조선 후기의 개혁 군주로 평가받는 정조의 사례에서도 나타난다. 사도세자의 아들이라는 위태로운 정치적 입지에도 불구하고 정국을 주무르고 있는 노론 집권층을 향해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고 천명함으로써 이들과의 대결을 예고했다. 신뢰할 만한 인물이 홍국영 뿐인 상태라 그는 친위 세력 구축에 착수해 규장각을 설치했다. 세종 시절의 싱크탱크인 집현전을 벤치마킹한 조직이었다.
어떤 조직이든 원칙은 항상 지켜져야 하지만 위기 상황일수록 더욱 중요하다. 위기 상황을 일시 모면코자 원칙을 버리는 것은 장기적으로 공동체를 파멸시킨다. 위기 극복을 통해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근본적인 개혁을 추구해 더 큰 발전적 계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리더의 진정한 목표일 것이다.
판을 뒤집는 전략의 기술
병법의 대가 손자는 자신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에서 "승리는 똑같은 방법으로 반복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세상의 모든 만물은 흐르는 물처럼 끊임없이 변하고, 장수는 실전實戰에서도 물 흐르듯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하면서 적절한 방법론을 구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 기존의 만들어진 틀을 깨뜨려야 출구가 보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330년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지시로 만들어진 콘스탄티노플은 로마 제국의 멸망이란 격변을 겪었음에도 23차례의 외침에도 난공불락의 요새였디. 약관 20세의 술탄은 대포 기술자 우르반을 만나면서 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즉 메흐메트 2세는 콘스탄티노플 성벽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제안에 흥미를 느끼고 대포 제작을 명했다. 시험 발사에서 8m가 넘는 길이의 ‘우르반 거포’가 500kg의 돌포탄을 1.5km 이상 날리는 괴력을 선보이자 메흐메트 2세는 1453년 4월 신무기인 대포를 앞세워 10만 명 의 병력으로 콘스탄티노플 공략에 나섰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의 수비 병력은 8천 명에 불과했으나 철옹성 테오도시우스 성벽에 의지하고 있었다.
이후 전개된 47일간의 전투에서 69문의 우르반 대포는 5천 발의 돌포탄을 날려 보내 성벽을 무너뜨렸고 비잔틴 제국은 로마 건국 이후 2,200년의 역사를 남기고 패망했다. 정복자로 입성한 메흐메트 2세는 콘스탄티노플을 이스탄불로 개명하고 오스만 제국의 수도로 선포했다.
또 마음을 모아 꼴찌에서 챔피언으로 변모한 사례도 있다. 미국 해군 구축함 벤폴드의 함장으로 부임한 마이클 에브라소프 중령이 그 주인공이다. 아날로그 시대 구식 군함의 함장은 배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었지만 디지털 시대의 이지스함은 병사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하고 잠재력을 이끌어야 했다. 최첨단 장비의 하이테크 기술을 다루는 병사들의 전문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신세대 병사들은 장교의 어줍잖은 명령에 조목조목 반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를 계급으로 억누를수록 반발은 커졌다.
에브라소프 함장은 계급이 높으면 우월하다고 믿고 행동하는 기존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병사 개개인과의 면담을 통해 심리를 이해하고 신뢰를 구축하면서 역량과 특성을 파악하고 가능한 권한을 위임했다. 함정 전체의 성과는 획기적으로 향상되었다.
위기 극본엔 설계가 필요하다
지멘스 창업자 에른스트 베르너 폰 지멘스의 꿈은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는 것이었다. 직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서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는 것은 불가능했다. 직원들이 회사를 자기 것으로 여겨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면 회사는 더 크게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멘스는 당시에 파격적인 사회보장제도를 회사에 도입, 직원들의 신뢰를 확보했다. 1854년 고위 관리직들에게 성과에 따른 이익배당금을 주기로 계약한 데 이어, 하위직 직원들은 문서로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보조금을 받았다.
1872년에는 사재를 털어 퇴직금 예탁제도를 시행했다. 직원들은 회사의 실적이 자신의 수입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업무 태도는 적극적으로 변해 갔다. 독일 전역에서 최고의 기술자들이 지멘스에서 일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밖에도 책은 윈스턴 처칠, 이순신, 오다 노부나가, 박정희, 손정의,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진문공, 어니스트 섀클턴 등 동서양의 위기를 극복한 주요 인물들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폭풍우가 위대한 뱃사공을 만드는 것처럼 역사에서 찾은 위기 극복 리더십은 격변의 시대를 맞은 경영자와 경영학도들에게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므로 책의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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