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육아는 게을러야 한다
박미경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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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다시 세우는 기록이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먼저 나의 삶을 선택하기로 한 엄마의 이야기다. 그리고 예전의 나처럼 자책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당신에게 건네는 응원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박미경은 의료기사로 일하며 글을 쓰는 워킹맘으로 육아와 일, 사랑과 책임, 돈과 불안 사이에서 균형을 잡느라 자주 흔들렸고, 그 흔들림 속에서 글을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며 마주한 비교와 죄책감의 무게를 기록하면서 부모가 먼저 회복될 필요를 발견했다. 이에 작가는 '미안한 육아' 대신 '가능한 육아'를 제안한다.


총 다섯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워킹맘의 임신은 전투에 가깝다(1장), 당신의 육아는 게을러야 한다(2장), 부모님 찬스를 써야 하는 당신(3장), 아이도 엄마도 자라고 있어요(4장),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나를 찾는 법(5장) 등을 통해 중요한 건 완벽한 육아법이 아니라 시작임을 이야기한다.


먼저 이 도서를 읽게 된 사연을 소개하려 한다. 현재 18개월 정도의 아기(딸)을 육아 중인 나의 딸에게 이 도서가 다소 도움될 듯해서 서평단에 응모하여 선정되어 편의점 택배를 통해 지난 1월 말경에 수령했었다. 설연휴 때 만난 딸에게 이 책을 전달했는데 다시 나에게 되돌아왔다.


사정을 말하자면, 사위가 수원에 위치한 삼성 그룹사에 경력직으로 이직함에 따라 현재 거주 중인 고양시 덕양구에서 수원까지 출퇴근하기엔 너무 벅차서 이사하기로 결정, 관련 일들을 준비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늙은 아버지인 나에게 글쓰기 숙제가 생기고 말았다. 사실 글솜씨는 고등학교 선생님인 딸이 나보다 좋다. 결혼 후 늦게사 7년 만에 딸을 얻어 현재 육아 휴직 중이다.


워킹맘의 임신은 전투에 가깝다


마흔이 다 되어 난 늦장가를 갔다. 혼자 사는 라이프 스타일이 좋아서 결혼은 아예 포기하고 10년 가까이 그렇게 지냈다. 네 살 아래인 여동생은 진작 먼저 결혼했지만 열 살 아래의 막내 남동생은 짝이 있음에도 굳이 형이 먼저 결혼해야 자기도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나를 압박했다.


아동용 도서 출판사에서 일하다 결혼한 여동생은 시어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임산부로 직장에서 근무했다. 제약회사 영업직이던 남편의 월수입만으론 집을 장만해서 분가하는 게 힘들다고 판단헤서 맞벌이를 유지하고 있었다. 짧은 출산 휴가 뒤 회사에 복직, 워킹맘의 육아가 이어졌다. 가히 전투에 가까웠다. 


한편, 나는 당시 대학에서 전임 강사로 일하던 노처녀와 맞선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 함께했던 양가 부모님들은 서로 만족스러웠는지 사주를 교환하고 결혼을 서둘렀다. 이때 내가 내건 조건은 결혼 초기엔 대학 강의를 포기하고 가사와 육아에만 전념해 달라는 것이었다. 워킹맘의 육아가 어렵다는 걸 여동생의 사례를 통해 이미 알았기에.


선남선녀善男善女가 만나 사랑해서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면 자연히 아이가 태어난다. 물론 삼신할미의 개으름과 시기猜忌로 인해 난임難姙을 겪는 경우도 제법 많다. 앞서 밝혔던 것처럼 현재 육아 휴직 중인 내 딸도 난임을 겪다가 7년 만에 임신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얼마나 속이 탔을까?     


“엄마도 좀 누워있고 싶어.”란 말을 저자는 차마 내뱉지 못한다. 자신의 선택에 따른 결과이므로. 그렇다. 워킹맘 대부분은 일도 육아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다. 오히려 자괴감自愧感마저 들며 스스로를 원망까지 한다. 여러 차례 고민 끝에 내 여동생은 직장을 포기했다. 따가운 주변의 눈총이 더욱 원망스러웠던 것이다. 


"당신의 육아는 게을러야 한다. 엄마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아이도 엄마도 자라고 있어요

저자의 동생 부부는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상황이라 저자의 과거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단다. 새벽엔 출근 준비를, 퇴근해선 두 아이를 돌보느라 녹초 신세를 면할 수가 없다. 그나마 첫 아이는 교대로 돌보며 숨을 고를 수 있었지만, 둘째 출산 후엔 육아의 난이도가 무려 네 배로 증가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내 딸이 사위의 직장 근처인 수원으로 집을 이사하는 것은 잘한 결정이란 생각이 든다. 딸은 현재 경기 북부 지역 공립 고등학교의 교사이지만 육아 휴직이 종료되는 올해 연말 쯤 경기 남부 지역으로 전근 신청를 할 계획인 모양이다. 

아이를 외동으로 키우는 저자임에도 놀이 육아를 졸업하는 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 준다. 그러면서 아이는 성장한다. 좀 더 쉽게 이 시기를 넘기는 방법도 터득했다. 즉 둘 다 좋아하는 놀이를 찾는 것과 아이의 놀이터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아이가 노는 동안 옆에서 줄넘기라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사진, 슬기로운 놀아주기)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나를 찾는 법

외손녀를 만나려고 가끔 딸의 아파트에 들린다. 엄마와 함께 놀이를 즐기던 외손녀는 오랫만에 보는 외할아버지가 여전히 낯설다. 한 동안 말도 없고 백발 머리가 이상한지 계속 머리카락만 쳐다 본다. 옆에서 엄마가 외할아버지라고 계속 얘기해줘도 아이의 관심은 온통 백발 머리에만 가 있다.

현재 1년 6개월 쯤 된 외손녀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한다. 일전에 갔을 때만 해도 혼자서 잘 걷질 못했는데 이젠 혼자서 여기저기 걸어 다닌다. 딸은 이런 모습을 보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의 사업 실패로 인해 채권자들 등살에 힘겨워하는 아내와 황혼 이혼을 하고 보니 딸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많다. 부산 친정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는 아내는 딸의 육아 휴직이 끝나기 전에 수원 딸의 집에 머물면서 한동안 육아 뒷바라지를 하겠다고 약속했다니 고마울 뿐이다.



(사진, 하루를 행복으로 채우는 법)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사나와 딸은 대학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정도로 우울감에 빠졌지만 이런 감정이 서서히 회복될 수 있었는데, 이는 독서를 하면서 '소확행'의 의미를 깨닫게 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행복은 삶의 고단함을 이겨내는 커다란 힘이 된다. 소소하고 작은 행복을 삶의 도구로 사용해 보는 것도 정신 건강에 매우 좋을 것이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모닝커피라는 작은 행복을 누려 왔고, 요샌 숙면을 위해 허브티를 마신다고 한다. 최근에는 '다이어리 꾸미기'라는 새로운 행복도 발견했으며, 주말에는 '드라마 몰아보기'라는 행복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생각이란다. 이렇게 소확행들을 배치하면 힘들게만 느껴졌던 일상도 활기찬 하루로 변할 것이다.

행복한 사람은 강인하다고 했던가. 내 주변만 봐도 그렇다. 사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고, 취미를 즐기며 긍정적인 사람들은 강인하고 또 멋져 보인다. 회복탄력성이 좋으며 힘든 일이 있어도 잠시 넘어졌다 툴툴 털고 일어난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236쪽) 

육아는 게을러도 괜찮다 

책을 읽고 책장을 덮고 나니 앞으로 고생할 딸의 육아 모습이 마치 영화 한편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혼한 아내가 친정집을 떠나 수원으로 올라와 딸의 육아 뒷바라지를 하겠다니 다소 위안감이 든다. 이러고 보니 남자는 세상에 쓸모 없는 존재처럼 느껴져 내 어깨가 더욱 축처진다. 아무튼 딸에게 말하고 싶다. 일상이 행복해야 육아애도 도움이 되므로 "좀 게을러도 괜찮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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