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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세우지 않는 귀한 마음
유형길 지음 / 문장의힘 / 2026년 1월
평점 :
하루하루를 보내며 글이 나를 닮아가는지, 내가 글을 닮아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시간이 흘렀습니다. 어떤 한 해였는지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이 버텼습니다. 다만 분명한 마음 하나는 있었습니다. 다시는 내가 거두고 이뤄낸 것들을 앞세우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은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서라도 우선 행복해져야 한다(1장), 당신의 아침이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2장), 당신뿐 아니라 당신의 사랑까지도 사랑하고 있음을(3장) 등에 걸쳐서 작가 유형길의 168개 단상短想들을 담고 있다.
행복을 빌어주기 위해서라도 우선 행복해져야 한다
행복은 일종의 에너지이자 자원이므로 충분히 채워져 있을 때 비로소 타인에게 흘러간다. 지키고 싶은, 지켜야만 하는 그들의 샘이 메말라갈 때 물을 떠다 주기 위해서는 내 삶이 먼저 가득 차 있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나의 잔을 먼저 채운 뒤에 넘침으로 타인을 데우는 일이다.
행복은 늘 반 걸음 늦게 찾아온다
행복은 늘 반 걸음 늦게 찾아온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때에 순간이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행복은 실제로 있는 감정이라기보다 깨닫는 감정에 더 가까운 것은 아닐까. 행복은 흔히 무언가를 갖고 있을 때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사진)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말은 감정에만 매몰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쉽지만 말을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일련의 과정은 어렵다. 그렇다. 사랑은 받아들이는 훈련이자 동시에 나를 다스리는 훈련이기도 하다. 사랑할 줄 안다는 것은 함께 있는 시간보다는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으로 증명된다.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사진)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으면 어떤 태도로 사랑에 임할 건지를 고민해야 한다. 무엇도 소용없다. 사랑 앞에서는 방법을 찾은 사랑보다 그러기로한 사랑이 중요한 것이다. 나의 명곡 리스트에 들어 있는 노래 중 김동률 가수가 부른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의 가삿말을 음미해 본다.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조금 멀리 돌아왔지만 기다려왔다고
널 기다리는 게 나에겐 제일 쉬운 일이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고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여전히 난 부족하지만 받아주겠냐고
널 사랑하는 게 내 삶에 전부라
어쩔 수 없다고 말야
뭐니 뭐니 해도 우선순위는 인성이다
인성人性이란 다정함, 무해함과 같은 축軸에 있는 '타인을 다루는 능력'
이다. 이제 '인성은 착한 사람'이라는 구식 표현으론 설명되지 않는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양해진 시대라서 그렇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들이 많을지라도 나는 여전히 인성이 모든 것의 바탕이라고 믿는다.
다정함, 무해함, 배려, 신뢰 같은 단어를 한데 묶는 말. 결국 그것이 인성인 것이다. 이런 나는 구식인가? 아마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난 엄한 아버지로부터 천자문, 채근담, 명심보감, 소학, 논어 등 한문으로 가득한 고전古典을 배웠으니 말이다.(사진)

그럼에도 난 옛것을 여전히 좋아한다. 욕심쟁이였던 내가 이제 늙어서 그 많았던 여러 취미들도 대부분 사라지고 남은 건 딱 두 가지, 이 중 하나가 바로 새벽 독서인데 이 시간에 손 때가 잔뜩 묻은 아버지의 유품이기도 한 '채근담'을 펼처 읽는다. 어릴 적 회초리를 맞으며 배웠던 채근담은 이제 늙은 나에게도 여전한 인성 교과서이기에.
최고의 복수는 잘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기준 삼지 않는 것이다
마치 위로처럼 들리는 글귀이다. 우리 모두는 대체로 경쟁심이 강한 동물들이라 마음 속에 날카로운 칼 한 자루씩 품고 산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간에 나를 괴롭혔던 사람에게 언젠가 반드시 이를 사용하기 위함이다. 이를 일컬어 복수심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마음이 자신을 위로 끌어올린 원동력이었음을 안다. 흔히 '남과 비교하지 말라'는 조언들을 자주 접한다. 이는 심약心弱한 사람들을 위한 말이 아닐까. 마음 약한 사람들은 그런 상대방을 뛰어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란 트라우마에 사로잡힐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 이런 긍정적인 비교심이 없다면 오히려 자신을 겁쟁이로 추락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저자 또한 복수심을 불러일으킨 그사람을 완전히 망각하라는 것은 아닌 듯하다. 단지 그사람이 내 삶에 들어와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을 금禁하란 조언인 것 같다. 이렇게 저자 자신의 단상을 남긴다.
"그래서 우리는 관점觀點을 달리 해야 한다. 그때의 일은 한때의 일일 뿐,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방향이 될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 복수의 대상을 증명하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 진짜 복수란 복수심을 품게 한 그 사람에게서 중심의 무게를 내게로 이동하는 일인 것이다."(147쪽)
위로는 많지만, 끝내 용기를 건네는 사람은 귀하다
위로보다 용기를 주는 사람은 잘없다. 위로는 아픈 마음을 함께 바라봐 주는 일이다. 슬픔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다소 놓일 수 있다. 그래서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될 수 있음을 알기에 많은 사람들은 위로하는 사람으로 남으려 한다.
반면 용기를 건넨다는 건 이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상처를 보듬어 주는 일을 넘어 실의에 빠져 어깨가 축 처진 사람이 다시금 알어나 걸어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야 한다. 말만 하는 위로보다 더 큰 책임이 따르고, 함께 걷는 각오까지 필요하기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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