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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적 인간
오종호 지음 / 知&智(지앤지) / 2025년 9월
평점 :
"부디 선생님의 가르침을 글로 지어 주십시오" 노자는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문득 노자는 봇짐을 풀어 붓을 꺼내 들었다. 윤희가 함박 미소를 지으며 벼루에 먹을 갈기 시작했다. '이 사람처럼 나의 뜻을 알아주는 이들을 통해 이 글이 전해진다면 백성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겠지. 인간은 조금이나마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겠지' 마음을 굳힌 노자는 일필휘지로 글을 써 내려갔다. <도덕경>은 이렇게 탄생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오종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명리학 공부와 함께 강의와 상담 등을 즐기며 책과 함께하는 성찰의 순간들을 사랑하며 살아간다. 유튜브(운인사명리)를 통해 진정한 명리를 여러 사람과 공유하며, 또 크리에이터로서 인문, 교양 분야의 글을 써오고 있다. <이것이 사주명리학이다>를 포함한 다수의 저서가 있다.
5천여 자로 구성된 노자의 <도덕경>은 운문 형식의 글로 총 81장으로 구성되었는데 37장까지를 도경, 이후 나머지를 덕경이라 부른다. 도경은 도에 대한 형이상학적 탐구를 중심으로 무위無爲를 강조하고, 덕경은 도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와 덕의 실천법을 역설한다.

이에 저자는 兩分된 도덕경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대신에 전체를 관련 깊은 내용들끼리 묶어서 총 일곱 편으로 책을 구성하여 도와 진리(제1편), 무위와 인위(제2편), 욕망과 만족(제3편), 지식과 지혜(제4편), 경쟁과 조화(제5편), 덕과 리더십(제6편), 정치와 행정(제7편) 등을 통해 노자의 철학을 우리들에게 전한다.
도은무명道隱無名(도는 이름 없이 숨어 있다)
인간이 이름을 붙인 그 이름이란 한계적 진리에 기인한 시한부 개념으로 본질을 대표하지 못한다. 그래서 노자는 이를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이라 말했다. 즉 이름名을 이름이라 말해도 항상 그 이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명칭의 비본질성을 가리키는 표현인 셈이다. 노자는 '무無를 천지의 시작' 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도道란 이름 없이 숨어 있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글을 쓸 때 筆名으로 호시우행을 사용한다. 이 이름은 어느 고전 책을 읽다가 깨달음이 떠올라 이를 내 삶에 항상 반영하자는 취지에서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이란 호랑이의 눈과 소의 걸음이 합쳐진 말로 호이처럼 날카로운 시야와 비록 느릴지라도 묵묵히 논밭에서 쟁기를 가는 소의 행동을 본받자는 희망이 담긴 셈이다. 여전히 호시우행의 경지엔 이르지 못했기에 이 필명이 나를 대표하는 이름이라고 말할 순 없다. 즉 非常名인 셈이다.

무위무패無爲無敗(무위로 하면 패하지 않는다)
노자의 '무위無爲'란 자연스러움을 상징하는 말이다. 이에 반해 '유의有爲'란 인위적이고 가공적인 무언가를 벌이는 상태를 가리킨다. 어떤 일이 진행된 다음에 뭔가를 수정하고자 하면 작위성(유위有爲)이 개입된다. 이때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태에서 욕심을 내면 실패하기 쉽다.
다소 극단적인 예일 수도 있겠지만 종종 TV에서 얼굴의 모습이 달라진 연예인들을 목격한다. 처음 데뷔 시절의 모습이 차라리 좋았는데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당사자는 자신의 얼굴에서 뭔가 부족함을 느껴 쌍거풀을 만들고 나니 부자연스러워 이번엔 코를 좀 높여본다. 여전히 균형이 잡히지 않은 듯해서 여기저기 성형成形을 해본다. 이런 것들이 바로 有爲이다. 그 결과 자신의 풋풋했던 리즈 시절의 얼굴은 온데간데 없다. 망쳐진 얼굴에서 예쁘기는커녕 오히려 괴물이 보인다. 그렇다. 처음의 자연스러움이 더 좋았던 것이다.

지족불욕知足不辱(만족을 알면 욕되지 않는다)
노자는 "적당히 가졌으면 만족할 줄 알아라(지족知足)"라고 말한다. 이는 본디 인간의 物慾이란 끝이 없음을 알기에 이를 경계하는 말이다.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무언가를 더 채우려는 욕심은 결국 스스로를 돈(재물)의 하인으로 만드는 격이라는 것이다.
또 우리들의 지혜로운 선인先人들도 일찍이 안분지족安分知足을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그 분수를 지킨다면 결코 욕됨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노자는 이를 '고지족지족故知足之足 상족의常足矣'(도덕경, 46장)라고 말했다. 풀이하자면 '만족을 아는 마음의 넉넉함'이다. 우리들이 만족을 망각하면 '오징어게임'의 희생물이 될 뿐이다.

이밖에도 책은 불출호不出戶 지천하知天下(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안다), 상선약수上善若水(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유약처상柔弱處上(부드럽고 약한 것이 위를 차지한다), 이백성심위심以百姓心爲心(백성의 마음으로 마음을 잡는다) 등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마음에 와닿는 귀절을 필사하면서 익히면 좋을 듯하다.
묻고 또 물어라
철학의 시작은 의심이다. 의심은 질문을 만든다. 그렇다고 철학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비약하지는 말자. 괴테, 니체, 쇼펜하우어 등 여러 철학도서를 만나 읽으며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마음이 끌리는 철학자를 만나고 사색의 깊이와 함께 더 넓은 마음인 浩然之氣를 기를 수 있다. 동양철학인 <도덕경>에 끌려 '상선약수'의 지혜를 배워 더 부드럽고 강한 나를 만들 수 있었다.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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