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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티스의 한 뼘 더 깊은 세계사 : 중동 편 - 6,000년 중동사의 흐름이 단숨에 읽히는
저스티스(윤경록)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1월
평점 :
뉴스에선 연일 '분쟁', '테러', '전쟁'이라는 단어와 함께 중동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자연스레 "위험한 곳" "가까이하기 어려운 세계"로 중동을 기억하게 되었지요. 하지만 역사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중동은 그와 정반대의 얼굴을 지닌 곳입니다. - ''작가의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저스티스(윤경록)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유튜브 채널 '저스티스의 역사여행'을 운영하고 있는 역사 스토리텔러로 교과서 내용만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코자 7년째 동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하고 있다.
총 두 개 파트로 구성된 책은 '인류 문명의 요람, 세계사의 교차로: 중동 역사'(1부), '유랑하는 민족, 세계를 바꾸다: 유대인의 역사'(2부) 등을 통해 마흔 가지의 흥미로운 중동 역사 이야기를 조근조근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이야기들 중에서 유독 관심을 끈 내용을 요약해 보려 한다.
'중동中東'이라는 이름
좁은 의미에선 지중해 동쪽에서 페르시아만까지의 서아시아 지역을 가리킨다. 넓게는 북아프리카의 아랍 국가들을 포함하는데, 이는 많은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아랍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용어는 서구 열강들의 구분에 따른 것으로 유럽의 가까운 동쪽을 '근동', 중간에 위치한 동쪽을 '중동', 가장 먼 동쪽을 '극동'이라 불렀다.
중동의 민족 구성은 매우 다양하다. 쿠르드인을 비롯해 아르메니아인, 베르베르인 등 기타 민족들도 존재한다. 사용하는 언어를 기준으로 크게 네 그룹으로 나눈다. 이란인, 튀르크인, 이스라엘인(유대인), 아랍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유대인은 수백 년 동안 유럽인들과 섞여 유럽식 교육을 받으며 살아왔기에 사실상 유럽인이다. 아랍인은 아랍어를 사용하면서 이슬람을 자신들의 종교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다.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 기준으로 아랍연맹(아라비아반도, 레반트 지역, 북아프리카)은 22개국이며, 중동 대다수의 국가들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기원전 3500년경부터 이라크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사이에 있는 평야에서 시작된 여러 도시국가(문명)들을 총칭해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라 부르며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고 말한다. 가장 남쪽에 있는 수메르 문명을 비롯해 아카드,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등이 제국을 건설하고 메소포타미아를 지배해 왔다.

(사진, 수메르)
수메르 문명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뿌리가 되어준 선행 문명으로, 메소포타미아 지역 중에서도 오늘날 이라크 남부의 비옥한 평야와 강수 덕분에 농업에 기반하여 발전한 도시국가들을 말한다. 수메르가 발전하면서 수많은 중요 도시들이 형성되었고 훗날 아카드, 바빌로니아, 아시리아 등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고대 세계의 중심, 바빌론
기원전 2350년 경에 등장한 '아카드 왕국'이 메소포타미아 최초의 통일 국가이다. 아카드의 사르곤 대제는 중앙 집권 행정 체계를 확립하고 대규모 군대를 조직해 주변 지역으로 활발한 정복 활동을 펼쳤다. 이 시기부터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북北으론 '아카드', 남南으론 '수메르'로 구분해서 불리었다.
역사는 흥망성쇠가 필연적으로 뒤따른다. 아카드도 마찬가지다. 기원전 22세기 후반 자그로스 산맥의 산악 민족인 구티인의 침입과 내부 혼란으로 인해 급격히 쇠퇴하면서 붕괴하자 이후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다시 여러 군소 도시들이 경쟁하는 혼란기에 접어들었다.
기원전 19세기 말, 고古바빌로니아 왕국이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소도시였던 바빌론을 중심으로 세워졌다. 초기엔 도시국가에 불과했지만, 기원전 18세기에 이르러 제6대 왕 함무라비의 통치 아래 큰 변화를 맞이했다. 즉 뛰어난 군사적·외교적 전략으로 주변 도시국가들을 잇달아 정복하고 바빌로니아를 메소포타미아의 중심지로 성장시켰다.

(사진, 바빌로니아)
함무라비는 정복한 지역들을 하나의 통일된 법 체계로 묶기 위해 탄생시킨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함무라비 법전’이다. 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생활을 규율하는 민법, 형법, 상법, 가족법 등을 포괄하고 있었는데, 비록 잘 알려진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보복 원칙이 이 법전에 담겨 있는 조항일지라도 바빌로니아의 법치주의는 지금까지도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철기 문명의 히타이트 제국
히타이트인은 기원전 2천년 이전에 아나톨리아 반도로 이주해 온 인도-유럽계 민족이다. 이들은 오늘날 튀르키예(구, 터키)에 해당하는 지역에 자리잡은 후 수백 년에 걸쳐 다양한 소국과 도시 국가들을 정복하면서 그 세력을 넓혀 나갔다.
기원전 1595년 경 고대 바빌로니아 왕국을 침공, 바빌론을 함락시키고 히타이트 왕국의 첫 번째 전성기를 열었다. 이 원정 이후 내분과 귀국 도중 암살로 인해 히타이트는 일시적 혼란에 빠지면서 불안정한 시기를 겪다가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남쪽의 이집트까지 진군하여 오리엔트 지역의 강력한 제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집트와 히타이트 두 강대국이 충돌한 '카데시 전투'는 대규모 전차전戰車戰으로 기록되는데 고대 오리엔트 문명과 이집트 문명이라는 문명 간의 전투였다. 당시 이집트군을 이끈 사령관은 람세스 2세였고, 히타이트 지휘관은 무와탈리 2세였다. 어느 일방도 확정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기원전 1259년 평화 조약을 체결했지만 히타이트 제국도 오래가지 못했다. 내부적으론 잦은 왕위 계승에 따른 권력 다툼과 외부적으론 바다 민족의 잦은 침략에 기인했던 것이다.

(사진, 아나톨리아 반도)
아시리아의 두 얼굴
레반트 지역은 기원전 2천년 대 초반부터 페니키아인, 히브리인(고대 이스라엘) 등 여러 민족이 패권을 다투던 지역이었다. 이후 '신아시리아 제국'이 등장(기원전 10세기 경)하여 지역의 판도를 확 바꾸었다. 이 제국은 강력한 중앙집권제 국가였다.
초기 아시리아(기원전 2500~2025년)~ 도시 중심의 소규모 정착
구아시리아(기원전 2025~1378년)~ 중앙집권 권력 형성의 시작
중아시리아(기원전 1392~934년)~ 군사적, 정치적으로 강대국
신아시리아(기원전 911~609년)~ 가장 강력한 마지막 전성기
아시리아 제국은 왕위 계승에 따른 갈등, 피정복자에 대한 과도한 폭압 정책 등으로 멸망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최근 학자들은 아시리아가 특정 지역에선 비교적 관대한 정책을 펼쳤다는 기록을 근거로 기존의 주장을 재검토하고 있다.

(사진, 아시리아 제국)
페르시아 제국
아시리아의 멸망 후 메소포타미아와 그 주변은 신바빌로니아 왕국, 이집트 왕국, 리디아 왕국, 메디아 왕국 등이 세력을 재편했다. 인도-유럽계 백인들은 아나톨리아 반도에 리디아 왕국을, 이란 지역엔 메디아 왕국을 건국했다.
메디아 왕국의 마지막 왕 아스티아게스의 외손자인 키루스 2세는 반란을 일으켜 왕국을 정복해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를 건국했다. 아케메네스 가문은 이란 남부의 작은 지방인 안샨을 지배하던 집안이었지만 키루스 2세의 등장으로 신바빌로니아, 리디아까지 무너뜨리며 거의 모든 중동 지역을 포함하는 대제국을 건설했다. 참고로 키루스 2세는 바빌론 끌려와 있던 유대인들을 예루살렘으로 귀환시킨 메시아(성경엔 고레스)로 여겨졌다.
이런 관용 정책은 페르시아가 중동에서 2백년 간 제국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이 제국을 전성기로 이끈 인물은 제3대 다리우스 1세였다. 정복 전쟁으로 제국의 영토를 최대로 확장했다. 그러나 기원전 514년 경 북방의 스키타이 원정 실패로 그리스인들에겐 오히려 용기를 준 셈이다. 이후 그리스-페르시아 전쟁은 약 반세기 동안 이어졌다.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1세는 아테네에 진입, 도시를 불태웠지만 이루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 해군에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고 대부분의 병력을 페르시아로 철수했다. 이 전쟁 후,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은 아테네를 중심으로 델로스 동맹을 결성해 페르시에 대항했다. 하지만 스파르타와의 갈등으로 펠레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하고 남부 그리스는 분열되었다. 이 틈을 탄 북부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는 타 세력을 계속 규합하며 기원전 338년에 그리스를 통일했다. 필리포스 2세의 암살 후 그의 아들 알렉산드로스 3세가 즉위해 페르시아 원정을 단행했다.
당시의 페르시아는 이미 200년 이상 전통과 문화를 지켜오며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던 대제국이었다. 반면 알렉산드로스가 이끌던 마케도니아는 이제 겨우 그리스를 통일한 신흥 강국으로, 강력한 군사력 외에는 특별한 강점이 없었다. 알렉산드로스의 정복 활동은 본질적으로 마케도니아의 군사적 확장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어쩌면 그리스 통일 과정에서 급격히 확장된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알렉산드로스의 헬레니즘 제국은 그의 사망으로 분열되고 말았다.

(사진, 제국 분열)
중동 지역의 패권 전쟁
이밖에도 책은 아랍인을 결속시킨 강력한 종교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와 '지하드'의 타민족 정복을 통한 이슬람 제국의 형성. 또 조율과 절충을 통해 다양성을 포용하며 수백년 간 존속했던 오스만 제국, 유대인의 역사와 이스라엘 건국 과정의 시오니즘 운동 등이 소개된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범이란 세력과 이스라엘 간의 충돌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닌 중동 지역의 패권 전쟁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중동 지역의 역사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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