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와 인간, 그 오래된 동행
김서형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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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구성하는 수많은 원소 중에서 인류의 기원, 문명, 그리고 미래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탄소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작은 원소는 별의 심장에서 태어나 생명의 토대를 이루고 인간의 문명을 일으켰다. 그리고 지금은 지구 환경의 위기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김서형은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 미국 질병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화여대에서 국내 최초로 빅히스토리 교양과목을 강의했으며, 역사와 자연과학의 융합적 의미와 가치를 대중들에게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총 일곱 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별의 탄생부터 생명의 기원까지(1장), 탄소의 순환과 생명으로 가는 길(2장), 생명체 탄생의 골디락스 조건(3장), 탄소, 인류 문명을 이야기하다(4장), 소빙기와 석탄, 그리고 유럽의 부상(5장), 탄소중립 시대와 미래 문명 설계(6장), 탄소, 우주를 향한 열쇠(7장) 등을 통해 탄소라는 작은 원소 속에 담긴 거대한 우주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황도黃道 12궁을 아시나요?

하늘을 따라 태양이 이동하는 경로를 기준으로 12등분한 별자리를 '황도 12궁'이라고 부른다. 황도黃道는 태양이 1년 동안 지나는 길을 의미한다. 고대인들은 하늘을 관찰하면서 시간, 계절, 자신의 위치를 가늠했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황도 주변의 별자리에 관심을 가졌고, 가장 먼저 설정된 별자리가 황소자리다. 

황소자리는 그리스 신화 에우로페 이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를 살펴보자. 제우스는 꽃을 따던 페니키아 공주 에우로폐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에우로페에 접근할 목적으로 제우스는 흰색 황소로 변신해서 에우로페 가까이 다가간다. 마침 에우로페가 등에 올라타자 그길로 크레타로 데려가 버렸다. 둘 사이에 세 명의 아들이 태어났으며, 나중에 이 황소는 하늘로 올라가 황소자리가 되었다.



(사진, 에우로페의 납치)

황도 12궁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기원전 4천 년경, 수메르 문명에서 시작되었다. 수메르인은 하늘을 12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밤하늘을 체계적으로 관찰했다. 이 중 두 번째 자리에 해당하는 황소자리는 농경과 노동, 힘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수메르의 별자리 체계는 농사의 시기 결정, 제례, 왕의 즉위식, 전쟁 개시 등 사회적·종교적인 결정에 직접 활용되었다. 이후 이런 관련 지식은 바빌로니아, 이집트, 그리스로 전파되어 오늘날 황도 12궁의 기초가 되었다. 특히 황소자리는 밤하늘에 밝게 빛나는 별자리에 속한다. 

지구의 탄생

지구는 약45억 년 전에 탄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과학자들은 ‘성운설’을 바탕으로 지구의 탄생을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약46억 년 전 거대한 가스와 먼지구름이 중력 수축을 시작하면서 회전했고, 이후 납작한 원반 형태로 변했다. 중심부의 밀도는 점점 높아져서 온도가 상승했고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면서 태양이 탄생했다.

태양 주변의 원반에는 고온의 가스와 먼지가 남아 있었는데 입자들이 충돌과 응집을 반복하면서 미행성체를 형성했다. 이와 같은 미행성체들은 중력으로 서로 끌어당기면서 더 큰 천체로 성장했는데, 이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 바로 원시原始지구다.

생명의 탄생

탄소는 생명의 구조를 이루는 데 핵심적인 원소다. 아미노산에서는 중심 원자로 단백질 형성을 주도하고, 인지질에서는 지방산과 글리세롤 구조를 통해 세포막 형성을 가능하게 한다. 결국 아미노산과 지질은 모두 탄소 사슬 위에 생명 기능을 실현한 분자들이며, 탄소가 없었다면 생명 탄생과 유지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탄소는 단순한 구성 원소를 넘어 생명의 설계자이자 근본적인 틀이라고 할 수 있다. 

탄소, 시간의 기록자

탄소-14 측정 결과, 토리노 수의의 제작 시점은 1260년에서 1390년 사이로 판명되었다. 이는 수의가 예수의 시신을 감쌌다는 전통적 주장과는 약 1,200년이나 차이가 나는 결과였다. 분석은 과학적 정밀성에 기반하는 결론으로, 수의가 중세 유럽에서 만들어진 물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녀사냥은 기후 변화에 대한 집단 대응

17세기 유럽은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생존마저 위협받을 정도였다. 소빙기小氷期의 절정이었던 당시 빈번한 흉작과 대기근, 감염병 창궐 등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 요소였다. 더구나 심리적 요인인 불안과 공포심까지 확산되고 있었다. 

이에 사람들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이같은 재앙을 신의 분노, 악마의 간섭, 사악한 존재의 저주 등으로 몰고 갔다. 당시 유럽 사회를 뒤흔들었던 '마녀사냥'이 이런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탄생했다. 한마디로 '마녀'라는 사회적 희생양을 만든 셈이다. 



(사진, 명화 '마녀 검사')

유럽 전역에서 벌어진 마녀사냥은 종교적 광신狂信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한 집단 대응이었다. 흉작, 가축의 질병, 이상 기후, 전염병 등의 원인을 마녀에게 책임을 전가해 사회의 불안과 분노를 해소하려 했다. 실제로 마녀사냥의 발생 시기와 빈도는 흉작이나 기후 재앙의 주기와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역사학자에 따르면, 1560~1660년 사이에 마녀사냥이 절정에 달했는데 이 시기는 마운더 극소기와 중첩되는 가장 불안정한 시기였다.

탄소섬유

탄소섬유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금속을 대체하는 차세대 재료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우주 공간에선 진공 상태, 극심한 온도 차이, 고방사선 환경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기존의 철이나 알루미늄, 티타늄 등의 금속 재료로는 한계가 있었다. 탄소섬유는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며 우주선, 인공위성, 로켓 추진체, 우주복 등에서 핵심 부품 소재로 채택되고 있다. 

우주 탐사에서 무게는 곧 비용이다. 로켓 발사체에 실리는 물체의 무게 1Kg당 비용은 수천만 원에 달한다. 중량이 줄어들수록 연료 소비는 이에 비례해 줄어들고 탐사 거리는 늘어나며 탑재할 수 있는 장비와 물자도 많아진다. 그러므로 가볍고 강한 재료는 우주 산업에서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탄소섬유는 이러한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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