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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 - 생각이 자라고 말과 글이 깊어지는 시간
박균호 지음 / 그래도봄 / 2025년 11월
평점 :
나의 어쭙잖은 견해로는 고전古典은 어릴 적부터 일찍 접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이는 천주님이 계신다는 별나라로 떠나가신 아버님의 훈육 탓과 무관하지 않다. 나 어릴 적 공부는 엄한 아버님의 회초리와 함께 천자문千字文부터 시작되었다. 이 효과는 지금 내 나이 칠십대 중반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가 국민학교를 다닐 적만 해도 소위 상급반(4~6학년) 국어 교과서엔 한자漢字가 실려 있었다. 아침에 아버님과 함께 구독했던 조간 신문에는 한자로 표기된 부분이 많았다. 이때에도 나의 한자 공부는 계속 되었다. 신문에 나오는 한자 중 미처 모르는 것도 있었기에 말이다.
나중에 우리글만 강조하는 시대적 분위기에 휩쓸려 국민학교 교과서에서 한자(한문)는 사라진 적이 있었다. 물론 당시에도 찬반논쟁이 뜨거웠다. 늘 그렇다. 정치는 우리 국민들에게 그리 큰 도움이 안 된다. 공자님께선 정치란 '사람들이 먹고 사는걸 고민하는 일'이라고 했다. 한자(문)를 단순히 배움의 대상으로 이해하면 될 일을 왜 그리 교육 문제에 정치가 개입되는지 도무지 참~~ 난 정치인을 지독하게 혐오하는 사람이다.
천자문을 다 떼고난 후 고전 공부는 줄곧 이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은 '명심보감'과 '채근담' 이었다. 책에 실린 글의 의미를 알고 모르고는 둘째였다. 아버님의 지론은 자꾸 읽다 보면 언젠가 갑자기 그 뜻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고 믿었던 듯하다. 이를테면,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만난 글귀인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과 맞닿아 있었음을 나중에 깨닫게 되었다.
난 집안의 가세가 갑자기 급격히 기울어 고등학교를 商高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 아버님의 사업체가 도산하면서 상황이 매우 어려워 대학 공부까지 뒷바라지를 할 수 없다고 판단, 취업에 특성화된 상고의 입학을 종용했었기 때문이다. 전교 1등 성적을 3년 내내 유지하던 나 못지 않게 담임 선생에게도 날벼락이었지만 아버님과 면담을 가진 후 나를 설득하기도 했다.
상고는 공부하는 과목도 인문계 고등학교와는 많이 달랐다. 몇 가지 비교하면, 영어는 상업영어(비즈니스 영어), 수학은 1학년 때 공통 수학만, 국어 또한 비중이 낮았으며, 상품학, 주산, 부기(회계) 등 중학교 교과목과 연결되는 게 별로 많지 않았다. 다만 3학년 때 만난 고전공부는 내 눈을 초롱초롱하게 만들었다. 고전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은 나만 유일해서 기특했는지 이를 수업 시간에 소개하는 통에 급우들의 박수갈채 속에 내 얼굴이 화끈거렸다. 혼란한 시기를 겪으면서 고 3 가을에 입행 시험에 합격하여 상경上京했다.
비로소 촌놈의 서울 생활이 시작되었다. 보고 느끼는 게 많아서 나의 포부는 더욱 커져만 갔다. 이후 공부에 대한 간절함이 나의 대학 입학 도전에 불을 당겼다. 결국 늦은 대학 입시 준비와 함께 초급 행원(상고 졸업생이 입행시험에 합격한 후 얻는 직위, 대졸자는 중견 행원)을 사직하고 소위 '우골탑牛骨塔'이라고 비아냥 받기도 한 명문 대학교에 입학했다. 나의 전공은 '경영학'이었다.

얼마전 '알라딘 서재'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던 중, 박균호 님 서재에서 소개된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이란 도서를 접했다. 이즈음 나는 '중등필독고전'이란 도서를 읽던 중이라 이 책 또한 궁금해서 구매하기로 찜했다. 결국 이 도서를 구매했다. 오늘 저녁 늦게 배송되었다.
맛보기로 책 속 한줄을 소개한다. 이 책의 특징은 필사筆寫 공간이 있다. 좋은 글을 필사해서 마음에 새기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 또한 아버님의 교육을 떠올리게 한다. 어릴 적부터 늘 가르쳤던 말씀이 "사내 대장부는 신언서판이 좋아야 한다"였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운동으로 단련된 몸, 조리 있는 말솜씨, 뛰어난 글(필체), 판단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 필사를 습관 삼아 계속하면 내 마음의 그릇이 점점 커져감을 느끼게 된다. 각인刻印이란 말의 의미가 단순히 마음에 새기는 것 이상으로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아버님 장례를 마치고 귀가하는 대절 버스에서 나는 "아버님 공부 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란 말로 최종 인사를 했었다.이만 줄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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