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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필독 고전 - 중학생이 반드시 읽어야 할 동서양 고전 이야기
이현옥.이현주 지음 / 체인지업 / 2025년 10월
평점 :
'고전은 어렵다'는 선입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사실 고전 작품의 대부분은 사랑과 우정, 정의, 인생의 참된 의미 같은 친숙한 주제를 다룬다. 고전을 읽고 분속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관계와 사회현상을 판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며, 나아가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게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공저자인 이현옥은 현재 중학교 특수교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현주는 중고등학교 국어교사를 거쳐 현재 장학사로 일하고 있다.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동양고전 고전문학, 동양고전 철학 윤리, 서양고전 고전문학, 서양고전 철학 윤리 등을 통해 고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고력과 창의력, 논리력을 기르는데 도움을 준다.
허균의 '홍길동전' vs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조선 시대, 홍 판서의 자식 중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서자庶子가 있었는데, 해당 인물인 '길동'은 아버지와 형을 각각 아버지와 형으로 부를 수 없는 차별적 대우를 받았다. 어릴 때부터 도술을 익혀서 비범한 능력이 있음에도, 조선의 신분제도 때문에 그 능력을 펼칠 수가 없었다.
한편, 판서의 또 다른 첩인 초란은 사랑을 독차지할 욕심에 자객을 보내 길동을 죽이려 시도했다. 이에 길동은 이같은 음모를 미리 눈치채고 가출家出한 후 세상을 유랑한다. 이후 산속에서 동지同志들을 모아 ‘활빈당’이라는 도적 떼를 만든다. 이들은 부정축재를 일삼으며 큰 부富를 축적한 탐관오리나 부자들의 재물을 빼앗아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눠주었다. 둔갑술과 분신술 등으로 길동은 관군들을 농락하며 전국 팔도를 돌아다녔다.
이런 줄거리의 '홍길동전'은 허균(1569~1618년)이 쓴 한국 최초의 한글 소설이란 점이 이목을 끈다. 소설의 후반부 전개는 가히 혁명적인 발상을 내보인다. 이후 조선 왕이 길동이 요구하는 서자 차별 폐지와 함께 '호조판서' 벼슬을 내리지만 오히려 길동은 조선을 떠나 미지의 섬 율도국에 이상국가를 세우고 왕이 된다.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모어(1478~1535년)가 쓴 '유토피아'도 섬이름이다. 실존이 아닌 상상의 섬이다. 이 섬의 주민은 10만 명이고, 가족 단위로 편성, 50가구가 모여 하나의 집단을 이뤄 '시포그란트'를 선출한다. 시포그란트들이 평의회를 구성하고 4명의 후보 중 1명을 평생직 '왕을 선출한다.
섬엔 화폐가 없다.
시장에서 누구나 필요한 물품을 가져가 사용한다.
모든 집은 같은 모양이며, 자물쇠가 없다.
2년 동안 농사를 지을 의무가 있다.
하루에 6시간 노동을 한다.
간통하거나 섬을 탈출하다 잡히면 '노예'가 된다.
10년 마다 이사를 가야한다.
홍길동전의 율도국,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 모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말하자면 '이상향理想鄕'인 셈이다. 세월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중국 동진시대의 시인 도연명(365~427년)이 '도화원기桃花源記'에서 거론한 '무릉도원'이 바로 이상향의 시초인 셈이다. 이같은 고전들은 현실 사회의 부조리와 불평등을 비판함으로써 모두가 평등하게 살아가는 이상국가를 제안한다.

(사진, 탐구 주제)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vs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1724~1804년)는 관념철학의 기반을 확립했다. 우리가 무엇을 알 수 있고, 무엇을 알 수 없는지 밝히기 위해 이성 자체를 비판한다. 지식을 오직 경험에서 얻는다는 ‘경험론’과 이성에서 얻는다는 ‘합리론’을 모두 비판하며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감성’은 우리가 감각을 통해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경험하기 전부터 모든 것을 ‘시간’과 ‘공간’이라는 우리 마음속의 틀 안에서 인식한다. 시간과 공간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대상을 받아들이기 위해 내재된 형식과 같다.
둘째, ‘오성悟性’은 감각으로 들어온 잡다한 정보들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며 ‘범주’(예: 원인과 결과, 양, 질)라는 12가지 규칙을 통해 세상을 개념적으로 파악한다.
결국 우리가 아는 세상은 우리 마음이 시간, 공간, 범주라는 틀로 구성한 것이다. 즉, 우리는 대상 자체를 있는 그대로 알 수 없고, 우리에게 '나타나는 모습'(현상)만 알 수 있다. 반대로 결코 알 수 없는 대상 자체를 '물자체物自體'라고 부른다. 신, 영혼, 우주 전체와 같이 경험으로 확인할 수 없는 대상들은 우리의 이성이 알 수 없다고 말한다.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은 과거의 경험을 다시 떠올리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이 변형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소설에선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감정과 함께 재구성되며, 하나의 기억이 여러 감정과 연결된다. 이는 시간과 공간이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의 기억과 경험을 재생성하는 것을 보여준다.

(사진, 탐구 주제)
아는 만큼 보인다
현대 그림은 참 난해難解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설명한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아는 만큼 보이기 마련이다. 책 속엔 동서양의 고전문학과 철학 윤리에 관한 여러 책들이 소개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도서임에도 대학 시절 철학 개론 수업 시간에 머리카락을 뽑아가며 배웠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실려 있어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이렇게 만들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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