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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페이지 인문학 - 하루 5분이면 충분한 실천 인문학
김익한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저는 비로소 오래 묵은 질문의 답을 찾았습니다. 인문학은 '지식'이 아니라 '습관'이라는 것을요. 매사를 인문학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은, 어려운 책 몇 권을 읽는다고 단번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박제된 공부'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천으로 '생각의 습관'
이 먼저 몸에 붙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은 12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작은 시작', '아름다운 태도', '관계', '세상 읽기', '단단함', '기록의 습관' 등, 여러 삶의 지혜를 주제로 삼았다. 그리고 각 주제별로 약 30개의 인문학적 사유의 결과를 담아냄으로써 단순한 지식의 나열이 아니라, 365일 동안 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며 아는 것을 넘어 '되어가는 것'을 위한 실천 도구인 셈이다.
저자 김익환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그는 국내 최초의 기록학 전문대학원인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을 설립했으며, 한국기록학회장과 한국국가기록연구원장을 역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이제 책 속으로 들어가서 '하루 5분 실천 인문학'의 맛을 느껴보려 한다. 좁은 지면에 12개 장에 수록된 주제 전부를 담을 수 없으므로 이 중에서 나에게 감동을 준 인상적인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서평(리뷰)에 갈음하려 한다.
조급함을 극복하는 지혜
대부분의 현대인은 조급한 삶을 살아간다. 그렇지 않을 경우 남들보다 뒤쳐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현역에서 은퇴한 나도 뭔가 보람있는 재능기부를 해보려고 대학 후배가 경영하는 작은 회사의 경영고문 일을 수행하고 있기에 새로운 경영사조와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면 허투루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수요일 저녁에도 갑자기 긴급회의가 소집되어 참석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나름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귀가한 후 새벽시간을 활용해 지금 서평 초고를 수정하고 마무리하고 있다. 이런 일이 나에게 그리 특별한 것도 아니다. 기업체 임원과 대표이사 직을 수행했던 지난 시간들이 이렇게 촘촘하게 내 삶에 박혀 있어서 익숙한 편이다.
아무튼 책은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아래 사진 참조)

자신의 삶을 조망하는 시간엔 집중이 요구된다. 난 주위가 캄캄하고 조용한 새벽시간을 이용하는 편이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면 마치 회사일과 결혼한 사람처럼 항상 일 보따리를 안고서 귀가했다. 일이 지나치게 많으면 조급한 마음에 이렇게 어리석은 짓을 하게 된다. 완전무결하지 않아도 괜찮다. 남들과 일을 나눌 줄도 알아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멀리 가려면 함께가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지난 시간이 나에게 가르쳐 준 교훈이다.
모소대나무(모죽毛竹)를 아시나요?
모소대나무는 대만과 중국 극동 지방에 자라는 대나무로, 씨를 부린 후 몇년 동안 별 자람이 없다가 5년 후부터 폭풍 성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에 30센티미터 이상 자라 6주만에 키가 15미터에 달한다고 한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사자성어의 주인공 격이다.
우리에게도 모소대나무처럼 충분히 뿌리내릴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성장이 더디다고 좌절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지요. 사람마다 성장 속도가 다르니 남들과 비교하지 않아야 합니다. 지난 시간의 나와 현재의 나를 견주며 성장하고 있는 나를 신뢰해주어야 하지요.(37쪽)
하루하루 내가 공을 들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고 매 순간은 나름의 의미를 갖고 있다. 하루하루의 점들이 이어져서 결코 쉽게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선이 된다. 이렇게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흔적이 늘 아쉽다고 조급해 하는가? 지금은 '모죽'처럼 나라는 기둥을 세워줄 강인한 뿌리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오히려 신뢰하고 격려하자. 이것이 바로 모소대나무가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우월성보다는 탁월성을 향해
이렇게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들은 남보다 우월해지고픈 욕구를 가진다. 상대적으로 나보다 취약한 남을 딛고 설 수 있어서다. 이런 단순한 지배력은 동물적인 발상이다. 진정한 경쟁력은 오히려 탁월함에 있다. 학창시절 내가 즐겨 사용하던 족탈불급足脫不及이란 말이 이에 가깝다. 즉 절대적 우위를 가리킨다. 책은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사진, 탁월성 추구법)
먼저 자만심과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불가佛家에선 이를 '하심下心'이라고 가르친다. 그렇다. 남을 치켜 세워주는 행동이 오히려 나를 빛나게 만든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부족한 자신을 겸허히 수용함으로써 모든 사람은 각자의 쓰임새가 있음을 인정하는 긍정적인 열린 마인드가 현재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노력과 함께 탁월함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칸트 철학의 교훈
독일 철학자 칸트(1724~1804)는 경험주의와 합리주의를 통합하는 입장에서 비판 철학을 확립했는데, 경험을 선험적先驗的 틀로 이해하려는 교훈을 제공했다. 즉 과거 경험을 되새기고 메모하며 선명하게 함으로써 생각의 힘生覺力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책은 우리들의 생각 능력을 최대화하는 일상에서의 실천법을 제시한다.
첫째, 어제의 경험이 오늘의 행동과 상상에 녹아들도록 어제의 경험을 되새기고 종합한 다음에 오늘 하루를 계획하고 상상한다.
둘째, 독서하거나 공부할 때 먼저 지금까지의 공부를 되새기고 종합한 다음 앞으로 공부할 내용의 질문과 답을 미리 상상하고 독서하거나 공부한다.
셋째, 일을 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때 과거의 경험을 돠새기고 종합한 다음 그 일을 어떻게 풀 것인지 상상한다.
미세한 차이가 만드는 격차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는 '차이와 생성의 철학자로 불린다. '차이와 반복'이란 개념으로 세상의 생성을 설명했다. 그의 철학에 따르면, 어떠한 반복도 완전히 똑같은 반복은 없으며, 모든 반복은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바로 이 '미세한 차이'가 성장의 비밀이다.
"반복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창조의 행위다"
- 질 들뢰즈
일상의 작은 노력은 처음에는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미세한 차이는 복리처럼 쌓여, 어느 순간 거대한 격차를 만들어냅니다. 이 큰 차이는 다시 새로운 반복의 기반이 되고, 그 위에서 또 다른 미세한 차이들이 생겨나며 우리의 성장을 가속합니다.(169쪽)

나를 위한 선물
올 한 해 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의미 있는 연말 선물을 해보면 어떨까? 한 자루의 만년필일 수도 있고, 새로운 배움을 위한 내년도 인문학 수강권일 수도 있다. 단순한 물질적인 가치를 넘어 정신적인 가치를 함께 담은 선물이라면 '나날이 성장하는 나'라는 브랜드를 만들지 않겠는가. 하루하루 성장을 꿈꾸는 모든 면학도들에게 책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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