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갑니다 - 김주하 앵커가 단단한 목소리로 전하는 위로
김주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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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는 공부하기에 바빴고 뉴스하기에 더 바빴다. 세상을 배울 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일에는 승승장구하여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가 됐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삶에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인생은 본인의 노력으로 안 된다는 것을 살아보며 배웠다. 이 책은 그렇게 배운 김주하가 쓰는 인생의 참고서다. - '추천의 글' 중에서


(사진, 책표지)


항상 세상을 깨우는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해온 김주하 앵커는 거친 폭풍우에 하루하루 삶이 흔들리는 사람들이 쉽게 풍랑에 휩쓸리지 않도록 잠시라고 의지할 수 있는 닻이 되고자 이 책을 썼다. "나의 목소리가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내가 겪은 모든 고통도 충분한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총 열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목소리를 꿈꾸던 소녀, 유리 천장을 향하여, 완벽한 삶이라는 신기루, 거짓의 성, 약속과 배신, 법정이라는 무대, 홀로서기, 새 둥지를 틀다,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새로운 시대를 위한 메시지 등을 통해 그녀의 단단한 갑옷 아래, 가장 연약한 살을 파고들었던 시련의 이야기를담고 있다. 


케이블TV가 생겨나던 시절, 모 케이블 방송사에 입사 지원을 했다가 낙방한 김주하(이하 '주하')는 당시 담당자을 찾아가 탈락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의 대답은 오히려 '본인이 잘 알지 않느냐'는 퉁명스런 말투였다. "자기 목소리를 모르는 겁니까?" 그렇다. 목소리가 너무 낮은 중저음이라서 떨어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상파 방송사 입사는 언감생심焉敢生心 격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신문반 활동을 하며 줄곧 꿈꿔왔던 언론고시를 임용고시로 방향을 돌리는 게 현명하단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다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과科 친구들의 노력을 봐왔던 터라 이또한 마찬가지 쉽지 않을거란 생각에 여러 가지 고민과 걱정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주하는 이화여대에서 열린 언론인 강연을 들은 후 질의응답 때 미처 자신의 궁금한 점을 묻지 못해 안타까워하다가 운좋게 강연장 뒷자리에서 높이 쳐든 손을 바라본 김동건 아나운서가 그녀를 지목했다. "제 목소리도 아나운서가 될 수 있습니까?"란 질문에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목소리는 다르게 들린다"는 대답이 돌아왔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지상파 방송사 입사의 꿈은 지속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하가 이화여대 출신 방송인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고교를 졸업하고 맨 처음 입학한 곳은 건국대학교였다. 여기서 공부하다가 이화여대 출신 중에 유명 앵커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다시 입시를 준비해 이화여대에 입학했을 정도로 그녀의 꿈은 간절했다. 누군가 말했다. "재능은 간절함을 이길 수 없다"고. 간절함은 필히 뼈를 깎는 노력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하는 바라던 공중파 방송사 MBC에 입사했지만, 나이 많은 주하를 향한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    


(사진, 앵커 김주하)


여성 앵커라는 일에만 집중하며 개인적인 시간을 거의 즐기지 못했던 주하는 미국에서 계속 찾아오는 한 중년 여성의 끈질긴 집념 때문에 외국계 금융회사에 다니는 전도 유망한 청년과 결혼,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렸다. 언론에선 마치 공주와 왕자 같은 세기의 커플로 침소봉대했지만 실상은 그러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연애기간이 길었거나 첫 눈에 혹하고 반할 만한 그런 첫 만남의 인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교회에서 만난 사이라는 것 또한 거짓이었던 일종의 사기 결혼에 휘말린 셈이었다. 그 중년 여성의 의도적인 접근은 이혼 경력이 있는 자신의 아들을 주하와 결혼시키려던 고도의 작전이었다. 


어느 날, 한 선배가 주하에게 예비 신랑이 유부남이란 제보가 있음을 전하자 마치 둔기에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이를 따지는 주하에게 예비 신랑은 미국에서 결혼 증명서를 떼면 그런 의혹은 모두 밝혀진다며 오히려 더 큰 소리를 쳤다.


(사진, 이혼자로 표기된 결혼증명서)


본디 거짓말이 더 큰 소리임을 애써 무시하고 결국 2004년 결혼식을 올렸다. 아이를 낳고 육아를 도와 줄 친정 근처로 이사한 날 시어머니의 짐을 풀다가 우연히 발견한 남편의 결혼 증명서엔 '이혼자'라고 분명하게 적혀 있었던 것이다. 거짓의 城은 이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치명적인 거짓말을 결혼 전에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던 자신에게 '헛똑똑이'라고 비난할 뿐이었다. 


"거짓된 희망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 프리드리히 니체


뿌려진 '악의 씨앗'이 갑자기 착한 얼굴을 한 천사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겠는가. 주하의 엉터리 신랑은 서서히 그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혼 경력을 감춘 것 외에도 잦은 외도, 도박, 그리고 심지어 대마초 흡입 등 한 마디로 쓰레기 인성이 하나둘 노출되더니 이젠 어린 아들에게 폭행까지 서슴치 않았다. 이를 멈출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시어머니라고 판단, 긴급 구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못난 아들 감싸기였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우리 속담이 꼭 들어맞는 장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치 팬인 것처럼 거짓 호의로 주하에게 접근, 유부님인 아들을 싱글로 속이고 사기 결혼을 주도했던 시어머니 슬하에서 착한 인성을 가진 아들로 어찌 성장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더 이상 이런 거짓의 성에서 어린 자식들(아들과 딸)이 살개 해선 안 된다고 느껴져 주하는 이혼을 결심하고 그 성을 탈출했다. 이후 지루한 이혼 소송이 진행되면서 시어머니와 신랑이 보여준 추태는 분노감을 금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사진, 김주하의 '그런데')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말한다. 힘든 가정사를 겪으면서 주하는 비로소 더 넓은 세상을 보게 되었다. 이렇게 값지고 가치 있는 인생 경험은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자양분이 되었다. 홀로서기로 인해 비록 많은 것들을 잃었지만 그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제 주하는 새로운 직장에서 많은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녀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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