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학이 말을 걸었다 - 오늘 나에게 필요한 동양의 지혜
박병기.강수정 지음 / 사유정원 / 2025년 11월
평점 :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할까?"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일까?" 무엇이 은 선택일까?' "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평온해질까?" 이 책은 그런 물음들에서 출발한다. 철학은 정답을 주지 않는다. 다만 그 물음 앞에 머무를 용기를 가르쳐 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은 각자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묻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 갔다. - '철학과 함께 한 하루' 중에서

책의 공저자인 박병기 교수는 서울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 이후 불교원전전문학원 삼학원에서 불교철학과 윤리를 공부했으며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또 다른 저자 강수정 작가는 대학에서 윤리교육을 전공한 후 25년 넘게 고등학교에서 윤리 교사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퇴직 후 철학의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고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책은 나를 지키는 지혜(제1부), 사람다움의 지례(제2부), 마음을 세우는 지혜(제3부), 다름을 풀어내는 지혜(제4부)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노자, 장자, 석가모니, 공자, 맹자, 순자, 주희, 남명, 퇴계, 율곡, 원효, 지눌, 휴정 등 13명의 선각자를 통해 동양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 노자
자유로운 영혼, 장자
붓다가 된 왕자, 석가모니
길 위의 선생, 공자
불굴의 이상주의자, 맹자
잊혀진 현실주의자, 순자
성리학의 집대성자, 주희
칼을 찬 선비, 남명
다정한 유학자, 퇴계
행동하는 지성, 율곡
파격의 수행자, 원효
혼란 속의 개혁가, 지눌
나라를 지킨 고승, 휴정
미니멀리스트, 노자
극심한 혼란기였던 중국의 춘추시대에 등장했던 철학자 노자老子는 도가道家를 창시했다. 후세인들이 그를 '늙은 스승'으로 부른 이유는 그의 모친이 80년 동안이나 잉태하고 있다가 출산했기에 태어난 순간 이미 81세였다는 설說이 전해졌기 때문이란다. 아무튼 어린 시절부터 '노인의 지혜'를 갖고 있었던 듯하며, 그가 완성한 <도덕경道德經>은 도가의 경전이다.

미니멀리즘을 위한 지혜
덜어내라~ 불필요한 것을 줄여라
비워두라~ 비움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욕망을 줄이라~ 만족을 아는 자가 부유하다
겸허하라~ 겸허함이 삶을 더 넉넉하게 만든다
자연을 따르라~ 자연스런 흐름이 삶의 길이다
여기서 노자가 말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란 대체 어떤 의미일까? 만물엔 각자 타고난 천성天性이 있는데, 이에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걸 말한다. 즉 물고기는 물에서, 새는 하늘에서, 사람은 땅에서 살아가는 게 자연스럽다. 노자는 이를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며 천성을 거스르지 말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친 우리 인간들은 일부러 뭔가를 만들거나 조작하는 '인위人爲'의 삶을 추구함으로써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노자는 '사람들이 무지無知하고 무욕無慾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이 자연에 가까운 삶'이라고 보았다. 그런데, 여기서의 무지와 무욕에 대해 괜한 오해는 하지 마시라. 이는 사이비 지식과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며 인위적인 지식과 욕망에서 벗어나라는 교훈이다.
내가 노자의 교훈을 첫 번째로 소개한 이유는 분명 있다. IMF 이후 나는 전업투자자의 길로 나서며 큰 富를 일구었다. 하나둘 빈 그릇이 채워지는 즐거움이 갈수록 욕심으로 변했다. 소박하고, 겸허하게, 자연스러운 삶을 추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의 노예가 되어 안분자족을 넘어 지나치게 배팅에 나섰다가 투자 실패로 말미암아 일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내 그릇이 깨지고 난 후에야 이를 깨달은 점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하겠다.
자유로운 영혼, 장자
장구한 시간을 거쳐 생성된 우주의 나이에 비한다면 우리 인간들의 삶은 정말 보잘것 없다. 마치 하루살이의 삶처럼 짧다. 또 우주의 넓디 넓은 공간에 비하면 인간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은 마치 개구리의 우물 안처럼 좁다. 이럴진대 세상 이치를 모두 아는 것처럼, 자신의 좁은 소견이 절대적 앎이자 선善인 것처럼 행세하며 방송에서 떠들어대는 사이비들이 우리들 주변에 넘치고 넘친다.
곡사曲士에게 도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없는 것은
곡사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교리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 <장자>, 추수편
장자가 말하는 ‘곡사’란 바로 자신의 앎만이 진리라 믿고, 더 나아가 남의 말엔 아예 귀를 닫아버린다. 그렇다. 장자의 말처럼 이런 이들에게 참된 진리를 전하는 일은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를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서 대한민국의 내부로 시선을 옮겨보자. 나라는 정말 오래토록 '보수'와 '진보'라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툭하면 시시비비를 가리는 언쟁이 번지면서 상대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그런 풍토가 조성되어 있다. 우리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이렇게 만든 장본인인 정치인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럼에도 이들은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나라의 진정한 발전과 번영을 위한다면 짧은 소견으로 시비를 가르고 차별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붓다가 된 왕자, 석가모니
고대 인도의 작은 나라 카필라國에서 왕자로 태어난 석가모니는 삶의 본질이 고통임을 깨닫고, 이를 똑바로 직시하는 것이 지혜의 시작이라 가르쳤다. 불교에서는 이를 '고성제苦聖諦'라 부른다. 사실 뭐든 마찬가지다. 그 핵심을 회피하면 진정한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석가모니는 스스로 깨달았다. 고통은 단지 우리를 짓누르는 짐이 아니라, 존재를 성찰하게 하는 거울이자 깨어남으로 이끄는 문임을.
그렇다면 고통은 왜 생겨날까? 석가모니는 그 근원을 집착에서 찾았다. 사람(사랑), 물건, 권력과 명예, 돈 등에 대한 집착이 우리를 고통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예컨대, 갓난아기는 엄마의 품을, 어린아이는 장난감을 결코 포기하지 못하고 집착한다. 석가모니는 이런 집착을 갈애渴愛라고 말하는데, 이는 '욕망의 대상을 애타게 갈구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집착이 고통의 원인임을 깨달아 아는 것을 '집성제集聖諦'라고 말한다.

과거 나의 투자사업이 펀드 운영자의 잘못으로 큰 손실을 입고 이로 인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되어 마음의 화병이 너무나도 커서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룰 수가 없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던 佛心 가득한 아내의 권유로 큰 스님의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나의 어리석음을 3가지로 교화하면서 모든 결과는 내 탓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3가지가 바로 '탐진치貪瞋痴'이며, 佛家에선 이를 삼독三毒(탐욕, 분노, 어리석음)이라고 말한다.
길 위의 선생, 공자
3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손에서 자랐던 공자는 어릴 적부터 논밭을 가꾸고, 소와 양을 돌보며, 남의 곡식을 지키는 등 온갖 궂은일을 해야만 했다.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는 배우려는 열의가 남달랐다. 학문에 정진한 결 나이 서른에 학문과 인품으로 널리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애쓸 필요는 없다. 모두에게서 사랑을 받으려면 ‘마음으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관계를 위해 억지로 하는 일’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부당한 상사로부터 이런 지시를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지시를 받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속이고, 마음속에 거짓을 심는다. 이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인仁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진실 없는 겉치레에만 익숙하게 된다.
공자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을 경계했다. 이는 남의 환심歡心을 사기 위해 교묘하게 말을 꾸미고 표정을 다듬는 일을 뜻한다. 요새말로 치자면 진심 없는 '립서비스'인 셈이다. 더구나 겉으로만 친한 척하는 '가짜 친절'은 속마음을 숨긴 솔직하지 못한 행동이기에 결코 어진 것(仁)이 아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입니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기 마련입니다.
- <논어>중에서
공자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는 무질서와 혼란이 난무하던 시대였다. 공자는 이런 혼란을 극복하려면 이름을 바르게 세우는 일(정명正名)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임금이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게"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각자의 역할에 걸맞은 행동을 하라는 뜻이다. 정치의 근본은 강제력이 아니라, 지도자의 품격에 있음을 강조했다. 바로 덕치德治를 말한다.

책은 이밖에도 조선 시대를 달구었던 치열한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을 다루면서 인간의 감정은 매우 중요해서 감정의 주인이냐, 노예이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격과 인생이 달라짐을 보여주고, '줄탁동시'를 통해 공부란 잠시간의 열심으론 부족하며 참된 배움엔 간절함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인문 #철학 #동양의지혜 #철학이말을걸었다 #책추천 #동양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