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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시인의 얼굴 - 윤동주·백석·이상, 시대의 언어를 담은 산문필사집
윤동주.백석.이상 지음 / 지식여행 / 2025년 9월
평점 :
시인의 삶과 내면을 진솔하게 담아낸 수필은, 시인이 노래한 시詩를 만든 시인의 처음 생각을 드러냅니다. 그 문장에는 시인의 문체가 묻어 있고, 그 속엔 꾸밈없는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윤동주, 백석, 이상. 지금도 우리 곁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시를 남긴 사람들입니다. - '시작하며' 중에서

(사진, 책표지)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1부(조용한 고백의 시작/윤동주)에선 별똥 떨어진 데, 회원에 꽃이 핀다, 달을 쏘다, 종시終始 등 네 편의 산문이 소개되고 2부(풍경이 되고 사람으로 남다/백석)에선 편지, 입춘, 단풍, 소월과 조선생, 슬픔과 진실, 당나귀, 해빈수첩海濱手帖, 마포 등 여덟 편의 산문이, 3부(익숙한 고독, 익숙하지 않은 말들/이상)에선 산책의 가을, 행복, 혈서삼태血書三態, 권태 등 네 편의 산문이 소개된다.
윤동주의 글에서는 순하고 조용한 사유가 흐릅니다.
백석의 산문은 사람과 풍경, 계절과 기억을 품고 잇습니다.
이상의 수필은 실험적이고 모호한 시 너머의 내면을 보여줍니다.
윤동주
윤동주의 문장은 조용하다. 소리를 낮추고, 마음을 들여다보며, 자기 안의 고백과 질문을 가만히 꺼낸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감정을 오래 바라본다. 그래서 짧은 문장 하나에도 부끄러움과 망설임이 함께 머문다. 거절할듯 말하면서도, 끝내 꺼내고 마는 마음이 있다. 윤동주와 수필은 자기 자신을 향한 고백이다. 이유 없는 슬픔과 선한 의지를 고요히 껴안은 문장들. 그 조용한 시작에서, 나를 꺼내는 말이 시작된다.

(사진,'달을 쏘다' 중에서)
백석
백석의 문장은 살아 있는 풍경 속에 있다. 계절의 기척, 사람의 숨결, 잊힞; 않는 마음이 소박한 말들로 남았다. 그는 슬픔을 말하지 않고도 슬프고, 사랑을 말하지 않고도 오래 남긴다. 말을 아끼는 문장, 꾸밈없는 기록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진하게 남는다. 백석의 수필은 삶에서 길어 올린 시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라 움직인다. 그 문장들이 풍경이 되고, 사람으로 남는다.

(사진, '편지' 중에서)
이상
이상은 불안한 말들을 적는다. 산문도 예외는 아니다. 문장은 삐걱거리고, 감정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안에는 타인의 언어가 아닌, 철저하게 '나'의 감각이 있다. 문장을 쓰다 보면 그 문장이 나를 밀어내기도 하고, 끝내 안으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이상의 산문은 완성된 생각이 아니라, 생각이 만들어지는 순간의 기록이다. 낯선 말들이 내면을 두드릴지도 모른다. 그때, 그 문장을 놓치지 않는다.

(사진, '행복' 중에서)
산문에서 시인을 발견하다
시인의 시보다 시인의 산문에서 더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문장 속에 담긴 말투와 고요한 호흡, 그 사람만의 삶의 물결이 문득 드러난다. 윤동주 시인의 고요한 슬픔, 백석의 따뜻한 체온, 이상의 낯설고도 치열한 사유 등 그들이 남긴 산문을 천천히 따라 쓰며, 우리는 시인의 얼굴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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