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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승 9패 - 시골 작은 가게를 세계 최고 브랜드로 키운 야나이 다다시의 인생 철학
야나이 다다시 지음, 이정미 옮김 / 다산북스 / 2025년 6월
평점 :
습관처럼 곱씹던 ‘한 명도 안 오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그렇게 기우로 끝났다. 지역 라디오 방송국에서 첫날 매장에 몰린 인파에 대해 보도했고, 나는 인터뷰에서 “죄송하지만 지금 당장 줄을 서도 입장하지 못할 수 있으니 오지 말아 주세요”라는 전대미문의 발언을 해야 했다. 이것이 유니클로의 출발점이다. - '머리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야나이 다다시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창업자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CEO' 중 1인으로 선정(2014년)되었고, <포브스> 100주년 기념호에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100대 기업가'(2017년)에 이름을 올렸던 일본 최고의 부자로 소개되는 인물이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2003년에 출간된 같은 제목의 도서 <1승 9패>의 개정판으로 시골의 작은 양복점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킨 야나이 다다시의 도전기를 담고 있다. 10번 도전 중 9번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 이후 성공의 싹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유니클로의 성장 비결임을 밝힌다.
일본은 '야구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대중들이 가장 선호하고 즐기는 스포츠로 야구를 꼽는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이 계절에도 선수들은 비지 땀을 흘리며 승리를 쟁취하려고 무던히 애쓴다. 그래서일까, 책의 내용 중 안타, 도루성공률 등 야구용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야나이 다다시도 야구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다.
가업家業의 탈피
일본은 패전국임에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정말 운좋은(?) 나라다. 북의 기습적인 남침으로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인해 한반도는 주요 시설들이 모두 부숴지면서 수만흥 사상자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웃에 위치한 일본은 군수물자 생산으로 떼돈을 벌고 있었고, 전후 한국은 경제발전의 종자돈 마련을 위해 달러를 벌고자 젊은 청춘들이 월남전에 참전하는 모험을 감행할 때 일본은 군수산업으로 더 큰 돈을 벌었으니 말이다. 전범국이 전쟁으로 망하더니 전쟁으로 일어나다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일본은 경제대국이라는 훈장까지 얻으며 한 시절 우쭐거렸다. 이런 경제성정사를 겪은 일본은 '회사를 중심에 두고 일하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신화가 탄생했다. 반면에 야나이 다다시는 이런 신화가 작동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판단했다. 즉 회사란 원래부터 기한이 있어서 새로운 사업의 싹을 연이어 틔워내지 못하는 한, 유통기한이 다 되면 끝나는 것이며, 이 본질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그의 아버지는 1949년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맨즈숍 오고리상사'라는 신사복 소매점을 열었다. 품질 좋은 양복을 팔았다. 사실 그의 집안은 규슈와 야마구치에서 옷 가게와 신사복 가게를 하는 친척들이 많았다. 이를테면 옷은 바로 그들 집안의 가업이었다. 그런데, 1984년 뇌출혈로 아버지가 쓰러지자 사장으로 승진한 아냐이 다다시는 유니클로 1호점을 열었으며, 성장을 거듭하며 마침내 1999년 도쿄증권거래소에 회사를 상장했다. 이 소식을 듣고 닷새 후 그이 아버지는 7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도전과 시행착오
1991년 9월, 회사이름을 '패스트 리테일링'으로 개명하고, 본격적으로 유니클로 매장을 전국 체인으로 확장하겠다고 선언, 3년 후에 매장이 100곳을 넘으면 주식공개를 하겠다는 포부까지 밝혔다. 당시 유니클로 직영점 16곳을 포함해 회사는 총 29곳의 옷 매장들이 있었을 뿐이었다.
장사와 경영은 다르다
저자 스스로는 경영자보다는 상인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주식공개를 준비하는 동안 경영자가 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경영자와 상인은 어떻게 다를까? 상인은 사고파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거의 모든 중소기업 사장들은 경영자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영자란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계획을 세워서 기업을 성장시키고 이익을 올리는 사람이다.
실패는 단순한 상처가 아니다. 1998년 하라주쿠점 개점에 이르기까지 실패의 연속이었다. 사업계획을 아무리 꼼꼼하게 세워도 일이 그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위기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패는 결코 해서는 안 되지만, 실행해 보고 실패하는 것이 실행해 보지 않고 분석만 하며 꾸물대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실패의 경험은 학습 효과를 통해서 재산이 된다.

급성장 이후의 전환
극단적으로 말하면 장사란 곧 실천이다. 경영도 곧 실천이다. 머리로만 생각하거나 지식을 앞세워 생각하는 사람은 과제나 문제점을 전부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겨서 ‘이것은 이렇다’라는 현상 분석에서 멈출 뿐 실천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실천을 할 때도 그냥 실천만 해서는 안 된다. 실천하며 생각해야 한다.
실천하며 생각한다는 것은 곧 몸을 쓴다는 것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한 일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다. 당연히 시간도 걸리고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천을 동반하지 않고 머리로만 생각하면 전부 탁상공론으로 끝날 위험이 있다.(191쪽)
모든 사람이 각자 '자영업자'로서 회사에 헌신하는 조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 대전제로 경영에 대한 사고방식과 경영 이념이 명확히 제시되고, 경영지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실행하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개방적이고 활력 있는 회사에 톱다운 방식의 일방통행은 어울리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직
우리 회사에 입사하는 수많은 인재는 언젠가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것이다. 경영자는 이론공부만으로는 절대 육성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철학이다. 경영 업무는 실제로 체험해 봐야만 몸에 익어서 배인다. 머리로만 경영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버려야 한다. 경험이 쌓여야 한다.
지금 일본의 대기업들을 보면 젊은 사람이 경영자로 활약할 기회가 너무 없다. 우리 회사에는 젊은 사람이라도 충분한 능력이 있으면 걸맞은 자리에 올라 경영자다운 일을 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춰져 있다. 사장 다마쓰카, 상무이사 도마에와 모리타, 작년에 임원이 된 오토마, 중국 자회사 대표 린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사람들은 모두 30대에서 40대 초중반이다. 경영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그에 맞는 자리를 주면 대부분의 경우 잘 해낸다.
실패에서 키워내는 다음 도전의 싹
성공 속에 숨은 실패의 싹을 경계해야 한다. 유니클로는 후리스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반대로 대성공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부분도 있다. 후리스 열풍으로 후리스 외의 상품들도 잘 팔렸다. 그 결과, 장사란 의외로 쉽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상품만 채워넣으면 그냥 둬도 팔리는 자판기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대기업에서 익숙했던 경영 관리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는 보수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 성공한다는 것은 보수적으로 된다는 뜻이다.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성공했다는 생각이 곧 매너리즘, 보수화, 형식화, 자만심을 낳는 원천이다. 장사에 유익할 리 없다. 장사란 일이 그다지 잘 풀리지 않을 때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잘 풀릴까?’를 철저히 생각하는 것이므로, 성공했다고 여기는 시점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뛰면 뛸수록 도루 성공률이 높아진다
세상은 나를 성공한 사람으로 보는 듯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말했듯 알고 보면 ‘1승 9패’ 인생이다. 승률로 말하면 1할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이것도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 왔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고 본다. 야구에서도 도루 성공률이 높은 팀은 도루를 노리고 뛰는 횟수가 아주 많다. 아웃을 걱정하면 뛸 수 없다. 뛰면 뛸수록 도루 성공률이 높아진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 '맺음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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