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역사는 다양한 기후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혼란에 빠져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의 지구가 오늘날보다 더 따뜻했음을 지적하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온난화는 지극히 자연스러룬 일로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반대 진영에 있는 사람들은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본래 안정적인 낙원과도 같았는데 인간 때문에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기후의 역사가 복잡하고 여러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진, 책표지)
이 책의 저자 레이다르 뮐러는 지질학 박사로 현재 오슬로대학 지구과학과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또 그는 노르웨이 일간지에 자연과학에 관한 글을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며 기후변화와 지구 역사에 대한 이해 증진을 돕는 데 앞장서고 있다.
책은 총 7개 장으로 구성되어 남극의 기후 미스터리, 탄소 수수께끼, 대혹한, 전환점의 기후, 마지막 낙원, 기후위기, 인간의 시대 등의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면서 지구의 장구한 역사를 통해 기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이야기한다. 과거의 지구 기후를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지구 온난화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우리들에게 화두를 던진다.
남극의 식물 화석
1911년, 로버트 스콧과 테라노바 원정대는 남극점에 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대륙을 탐험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거의 하루 종일 지질 셈플을 채취했다. 암석 샘플을 영국으로 운반해 자세히 분석한 결과, 전문가들은 스콧의 탐험대가 글로소프테리스 화석을 발견했다고 결론지었다. 이 식물은 2억 8,000만 년 전에 살았던 멸종된 나무 속, 정확히 말하면 양치식물이었다.
이 식물 화석은 지질 시기에 지구의 기후가 더 따뜻했을 뿐 아니라, 남극의 빙상이 한때 숲을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당시 과학자들은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분명히 밝혀낼 수 없었고, 지구의 기후가 어떻게 변하는지 이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콧의 나뭇잎 화석은 독일 과학자 알프레트 베게너가 세운 장대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작은 증거로 밝혀졌다. 베게너는 기후뿐만 아니라 지구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덴마크 푸르섬이 간직한 선사시대의 기후
덴마크의 푸르섬은 선사시대의 기후를 간직하고 있다. 마치 거대한 흰색 소프트 케이크 조각처럼 보이는 이 섬의 절벽은 수조 마리의 미생물 사체死體들로 이루어져 있다. 5,000만 년 전에 죽은 플랑크톤은 해저에 얇은 층으로 내려앉았다가 규조니암이라는 구멍이 많이 난 암석으로 응고되었다. 이곳에서 기후 시스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선사시대 사건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섬에는 육안으로 볼 수 있는 5,600만 년 전의 상징적인 경계선이 있는데, 이는 지질학적으로 수천 년 만에 급격하게 기후가 변화했던 팔레오세와 에오세 사이의 전환기를 의미한다.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는 미래의 과열된 지구에 대해 무언가를 알려줄 것이다.
대혹한기의 지구
2만 년 전 지구는 3분의 1이 얼음으로 덮여 있었고, 북아메리카와 유럽 대부분 지역에 빙상이 펼쳐져 있었다. 당시는 아마도 2억 6천만 년 동안 가장 낮은 기온이었을 것이다. 빙상은 덴마크의 유틀란트반도까지 내려와 독일 함부르크 바로 북쪽, 폴란드를 거쳐 동쪽으로 뻗어 나갔고 러시아의 노바야제믈랴까지 북동쪽으로 계속 이어졌다.
간빙기와 빙하기 사이에 해수면은 예측이 쉽지 않을 정도로 급격하게 변동했다. 빙모氷帽가 느리지만 확실하게 증가하면서 해수면이 낮아졌다. 물은 얼음에 묶였고 지질학적으로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인 불과 2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의 기온이 가장 낮았던 시기에 전 세계 해수면은 지금보다 130미터나 낮았다.
이때의 세계지도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호주는 아프리카의 기니와 연결되어 있었고 시베리아 북쪽의 랍테프, 북극의 카라해, 동시베리아해의 대부분은 육지였다. 아시아에서 북아메리카까지 베링 해협을 걸어서 건널 수 있었다. 또한 영국과 노르웨이 해안 사이에는 매머드와 털코뿔소가 살던 도거랜드(오늘날릐 북해지역에 있었던 땅)가 있었다.
전환점의 기후
코펜하겐 외곽 브뢴뷔의 산업 지역에 있는 갈색과 무채색의 창고 317호엔 현대문명에 치명적 재앙을 초래했을 수도 있었던 증거들이 잠들어 있다. 이는 동위원소, 먼지, 나트륨, 황산염, 납 등 물질적인 흔적들이다. 모두 합치면 24k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빙핵氷核 저장고가 있는데 이 얼음에는 한때 그린랜드에 내린 강수의 흔적이 기록되어 있다. 수천 년 전에 내린 눈에서 추출한 희미한 증거를 통해 기후가 어떻게 변동했는지 알 수 있다.
요르겐 페데르 스테펜센이 들고 있는 빙핵에는 작은 점들이 가득했는데 그는 이를 ‘보물’이라고 말했다. 이 작은 점들은 눈이 내린 후 압축되면서 눈송이 사이의 공기가 일부 갇힌 기포이다. 연구자들은 이를 분석하여 대기의 구성 요소를 재구성할 수 있다. 빙핵은 산업혁명 이전, 즉 1958년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을 측정하기 전에 이산화탄소 수준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이 기포는 어떤 의미에서 대기 중 온실가스와 온도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기 타임캡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늘날 대기 중 이산화탄소 수치가 100만 년 전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이는 남극의 돔 C에서 채취한 빙핵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놀랍게도 이 돔에는 최소 9번의 빙하기 동안의 눈이 포함되어 있으며 8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지막 낙원
스웨덴의과학자이자 활동가인 요한 로크스트룀은 "홀로세야말로 지구의 낙원, 우리의 에덴동산"이라고 말했다. 이 간빙기에 주요 문명이 출현했다는 사실은 기후가 안정적이었다는 뜻이다. 여러 곳에서 '홀로세의 안정된 환경 조건'에 대해 언급했다. 이러한 시대를 기준으로 우리는 현재의 기후변화를 바라본다.
1991년, 에리카와 헬무트 시몬 부부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경계의 외스탈-알프스산맥에 있는 피닐스피체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름길을 택해 빙하를 지나가던 중 얼음 속의 갈색 물체를 발견했다. 시체였다. 법의학자들이 조사한 결과 매우 오래된 시신임을 알아챗다. 연대 측정 결과 5,3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고인은 '외치'(아이스맨)라는 이름을 얻었다.
외치는 5,000여 년 전 유럽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사냥을 위해 주목나무로 만든 활과 부싯돌 화살촉이 달린 회화나무 화살을 사용했다. 그는 염소 가죽으로 만든 상의와 샅바를 입고 있었다. 모자는 곰가죽으로 만들었고 건초를 덧대어 만든 신발을 신었다. 허리띠에는 부싯돌 단검을 차고 있었다. 그가 들고 다녔던 구리 도끼는 당시에는 다른 사람들이 거의 가지고 있지 않은 매우 특별한 무기였다. 그의 몸에서 높은 수준의 비소가 검출된 것으로 보아 그가 구리 세공 기술자였음을 알 수 있다. 고대 살인 사건도 밝혀졌다. 화살이 그의 동맥을 관통하여 단 몇 분 만에 피를 흘리고 사망한 것이다. 외치는 녹아내리는 빙하 속에서 깨어난 과거 인류를 상징하게 되었다.
기후 위기
1644년에 '소빙하기'라고 불린 추운 시기가 있었다. 소빙하기는 안정된 기후를 내세우던 홀로세의 신화를 깨뜨린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지난 2,000년 동안 따뜻한 로마시대, 후기 고대 빙하기, 따뜻한 중세시대,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빙하기와 같은 독특한 기후 현상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은 습지와 연못의 바닥이나 나무의 나이테와 같은 자연의 기록물뿐만 아니라 일기, 기도서, 교회 서적, 편지, 기상 관측 자료, 설교, 농장 일기, 선원 일지, 그림과 문학, 세금 기록, 곡물 가격 등 풍부한 문헌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0년의 기후 역사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뭘까? 과거에 따뜻했다면 오늘날의 온난화도 자연스런 현상일 수 있다는 일부 기후 회의론자들의 주장을 두고 여러 차례 논쟁이 벌어졌다. 1999년 미국 연구자 마이클 만이 발표한 하키 스틱 그래프가 가장 큰 논란을 초래했었다.
그는 주로 북반구의 나무 나이테에서 여러 가지 대리지표를 수집햇다. 그래프에 따르면 소빙하기와 중세 온난기의 기온 변동은 인가닝 초했한 온난화에 비하면 사소한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그래프 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이를 검토하기 위해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었고, 하키 스틱 그래프는 "과학계에서 가장 정치화된 그래프"라고 불리게 되었다.
인간의 시대
두바이는 어떤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화석연료는 일종의 몬순으로 변형되어 사막에 물이 흐르고 지구에서 가장 불모의 땅이 대도시로 변모했다. 두바이는 인류의 시대인 인류세에서 가장 극단적인 삶의 양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우리 시대는 과연 어떻게 달라질까?
모든 포유류 중에서 야생동물은 전체 육류 무게의 4퍼센트에 불과한 반면, 가축은 무려 60퍼센트를 차지한다. 나머지 야생동물은 우리 인간이 쫓아냈다. 우리는 폭력과 힘으로 지구화학적 순환에 개입한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석탄, 가스, 석유를 태울 뿐만 아니라 공기에서 다량의 질소를 추출하고 땅에서 인을 추출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지구에 지속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지구는 답을 알고 있었다
책은 지구의 오랜 역사를 통해 기후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이야기한다. 우리가 과거의 기후를 살펴봄으로써 미래의 지구 온난화에 대해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과연 우리들에게 과거는 미래 예측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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