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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개념어 사전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2월
평점 :
역사가 유독 다른 학문과는 달리 공부하는 재미가 쉽게 생겨나지 않습니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와 개념이 가득하고 하나의 사건에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역사가 친숙해지고 재미있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역사 용어집을 출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 '작가의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유정호는 딱딱하고 어려운 용어로 가득한 역사가 아닌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역사를 가르치고자 노력하는 중,고등학교 역사 교사 출신이다. 유튜브, 라디오 등 다양한 장소에서 강연하고 여러 기관에 글을 기고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가별초家別抄
함경도로 이주한 태조 이성계의 조상인 이안사(목조)가 원나라에게서 천호장의 벼슬을 받으면서 고려인과 여진족 1천여 명으로 사병 집단인 가별초(가별치)를 구성했다. 이성계는 가별초를 기반으로 홍건적과 왜구를 상대로 한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며 고려를 위기에서 여러 차례 구했다. 이후 가별초는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는 데 군사적 기반이 되었으나, 태종이 왕권 강화를 위해 사병을 혁파하는 과정에서 1411년(태종 11) 해체되었다.
나경언의 고변
1762년 형조판서 윤급의 청지기였던 나경언이 사도세자의 풍기 문란 등 10여 가지 비행을 형조에 고변했다. 사도세자가 나경언과 직접 만나 진위를 따지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묵살당했다. 포도청은 나경언이 벽파인 우의정 윤동도의 아들 광유의 사주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영조는 사도세자의 비행을 알려준 나경언을 충직한 사람으로 보고 살려주고자 했다. 그러나 세자를 모함한 죄를 물어야 한다는 관료들의 주장에 따라 나경언은 처형당한다.
다모茶母
관청에서 밥을 짓고 잡일을 하던 여자 노비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조선 중기 이후 의금부·형조·포도청 등에 소속되어 여성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거나 여성 피의자를 수색하는 일을 담당했다. 역적모의가 있다는 정보가 들어오면, 치마 속에 쇠도리깨와 포승줄을 숨겨 죄인을 잡아오기도 했다. 다모가 되기 위해서는 5척(150cm)이 넘어야 했고, 쌀 5말(40kg)을 들어 올릴 수 있어야 했다.
민무구의 옥
외척을 견제하려는 태종이 원경왕후의 동생 민무구를 비롯한 4형제를 제거한 사건이다. 민무구와 민무질은 제주도로 유배 보내져 스스로 목숨을 끊고, 민무휼과 민무희는 양녕대군에게 두 형의 죽음이 억울하다고 호소한 일로 처형당했다. 이 일로 원경왕후는 태종과 자주 다투다가 폐비가 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북벌론北伐論
효종은 청에 당한 치욕을 갚기 위해 훈련도감 병력을 늘리고 어영군과 금군을 개편했다. 그 외에도 김자점 등 청나라에 우호적인 인사를 조정에서 제거하고 북벌에 찬성하는 이완 등 무인을 등용했다. 그러나 송시열 등 서인의 북벌 반대론에 부딪혀 시행되지 못했다. 현종과 숙종 때 윤휴와 허적 등 남인을 중심으로 북벌론이 제기되었으나 대부분이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었다.
사고史庫
역사 기록이 담겨 있는 주요 서적 및 문서를 보관하는 장소로 힌양(춘추관), 충주, 성주, 전주 사고본을 토대로 실록 다섯 질을 만들어 강화도, 묘향산, 태백산, 오대산, 춘추관 다섯 곳에 보관했다.

(사진, 사고)
원경왕후(1365~1420)
태종의 비妃로 양녕·효령·충녕·성녕대군과 공주 네 명을 낳았다. 제1차 왕자의 난 때 태종에게 무기를 제공하며 거사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도왔다. 하지만 태종이 국왕으로 즉위한 이후 후궁을 많이 두고, 외척의 발호를 견제하기 위해 원경왕후의 남동생 네 명을 죽이면서 관계가 매우 나빠져 폐비가 될 위기를 겪었다.
정조(1752~1800, 재위 1776~1800)
아버지 사도세자가 죽자, 효장세자의 양자로 입적했다. 영조를 대신해 대리청정하다가 스물다섯 살에 국왕으로 즉위했다. 즉위 초 삼대모역사건 등 불안한 상황을 홍국영의 도움을 받아 안정시켰다. 왕권 강화를 위해 규장각을 통해 친위 세력을 육성하고, 노론이 장악한 5군영에 맞설 장용영을 설치했다. 시전 상인의 독과점을 막고 노론을 견제하기 위해 금난전권을 폐지하고 난전 상인을 보호하는 통공정책을 실시했다. 종교에서도 서학을 강압적으로 탄압하지 않는 등 포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재위 후반기에는 화성을 건설하는 등 왕권 강화에 힘쓰다가 갑작스러운 병으로 마흔아홉 살에 죽었다.
홍이포紅夷砲
붉은 머리카락의 네덜란드인이 사용하던 무기라고 해 명나라에서 홍이포라 불렀다. 네덜란드와의 전쟁에서 홍이포의 위력을 체감한 명나라는 홍이포를 수입·제작해 전쟁에서 활용했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군도 홍이포를 활용해 조선의 항복을 받아냈다. 조선도 박연 등 네덜란드인을 훈련도감에 배속해 홍이포 제작과 사용법을 가르치도록 하는 등 국방력 강화에 활용했다.

(사진, 홍이포)
흥청興淸
연산군 때 운평 중에서 나이와 용모를 보고 선발된 300명의 여인으로 왕을 가까이 모신 지과흥청, 임금과 잠자리를 함께한 천과흥청으로 나뉜다. 흥청의 보증인을 ‘꽃을 보호하고 봄을 보탠다’는 뜻의 ‘호화첨춘(護花添春)’이라 불렀고, 흥청이 입는 옷은 ‘상서로움을 맞이하는 옷’이란 뜻의 ‘아상복(迓祥服)’, 흥청의 식료품을 저장하는 공간은 ‘화려함을 보호하는 창고’라 해 ‘호화고(護華庫)’라 불렀다. 대표적인 흥청 출신 인물로 장녹수가 있다.
역사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누구나 한번쯤 TV 드라마에서 역사극을 시청하다가 생소한 용어기 나올 경우 사전을 들춰보거나 인터넷에서 검색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궁금증을 잔뜩 유발하던 그 용어의 뜻이 이해되는 순간, 마치 앓던 이가 쑥 빠지는 듯 한결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주는 역사 용어 사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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