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명상 - 365일 깨달음의 잠언집
오양용 엮음 / 지식과감성#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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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책자의 핵심 주제는 깨달음, 명상, 삶, 행복, 진리, 인간, 인생, 자유, 평등, 평화, 자연, 우주, 해탈, 지혜, 공덕, 수행 등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빈틈없는 자유, 자연의 무심, 궁극의 삶, 하늘 냄새, 꽃과 쓰레기, 께달음의 씨앗, 영혼의 순결 등 승화된 언어적 구사와 간결하고도 짤막한 표현 방식으로 놀랍도록 신비로운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 ‘머리글’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을 엮은 현공玄空 오양용은 공무원 생활을 퇴직하고 불교에 입문하여 여러 경전공부, 참선과 명상, 수행, 그리고 국내 성지 순례 등 신행信行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재가불자在家佛者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책은 ‘365일 깨달음의 잠언집’이란 소제목처럼 동서고금의 경전經典과 선지식善知識들의 가르침 중에서 추려낸 선시禪詩, 글귀 등 335편을 소개하고 있다. 익히 잘 알고 있는 내용들도 포함되어 있는데, 다시 반추反芻해 보는 유익한 기회가 될 것 같다.


해탈시


生也一片浮雲起생야일편부운기

死也一片浮雲滅사야일편부운멸

浮雲自體本無實부운자체본무실

生死去來亦如然생사거래역여연


서산대사西山大師(휴정休靜)


이 시는 칠언절구七言絶句 형식의 기승전결起承轉結이 뚜렷하다. 삶과 죽음을 해탈한 선승禪僧의 태도가 잘 드러난 듯하다. 흔히 우리들 인생을 뜬구름 잡기로 표현하는 것처럼 서산대사 또한 뜬구름浮雲의 일어남起과 사라짐滅으로 삶과 죽음을 대비한다. 여기서, 어차피 뜬구름은 본디 실체가 없는 것임을 일깨우며 ‘낳고·죽고·오고·감生死去來’도 바로 그런 모습이라는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서산대사(1520~1604년)는 평안도 안주安州 태생으로 18살에 출가하여 계戒를 받았으며, 1549년 승과僧科에 급제했지만 승려는 벼슬이 어울리지 않는다며 관직을 버리고 금강산 백화암에 들어가 수행정진했다. 이후 묘향산에서 해탈의 경지을 닦으며 제자 양성에 노력을 기울였는데, 유명한 제자로 사명당(대사)이 있다.


1592년 선조 임금 때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전국 사찰에 승병僧兵을 독려하고 제자 사명당과 함께 왜군을 무찌르는데 앞장섰다. 1604년 묘향산 원적암에서 설법을 마친 후 가부좌하여 앉은 채로 입적하였다. 그의 나이 85세였다.


순수한 마음


오늘은 어제의 생각에서 비롯되었고

현재의 생각은 내일의 삶을 만들어 간다

삶은 이 마음이

만들어 내는 것이니

순수한 마음으로

말과 행동을 하게 되면

기쁨은 그를 따른다

그림자가 물체를 따르듯


법구경法句經


법구경은 불교 수행자가 지녀야 할 덕목에 관한 경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폭력, 애욕愛慾 등을 멀리하고 삼보(불佛·법法·승僧)에 귀의하여 선한 행위로 덕을 쌓고 깨달음을 얻으라는 부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경전인데, 석가모니 부처님 사후에 전승傳承되던 부처님 말씀을 묶어 만들었다고 전한다.


생각은 행동을 만들고 그 행동은 운명을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위 귀절의 가르침 또한 마찬가지다. 좋은 생각이라는 마음의 씨앗을 심으면 착한 행동으로 나타나게 되어 그 삶도 밝고 행복할 것이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부디 선업善業을 지으며 살아가자.


연꽃 위의 물처럼


성자의 삶을 사는 님은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

결코 사랑하거나

미워하지 않습니다

연꽃 위의 물이

더럽혀지지 못하듯

슬픔도 인색함도

그를 더럽히지 못합니다


숫타니파타


숫타니파타는 가장 오래된 불교의 원시 경전이다. 이는 ‘숫타 + 니파타’로 숫타란 말의 묶음經이요, 니피타란 모음集을 뜻한다. 즉 ‘부처님의 설법’이다. 이는 부처님의 육성을 생생히 기록한 최초의 경전인 셈이다.


(사진, 연꽃)


성자聖者의 삶은 애증愛憎이 없기에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미워하지도 않는다. 깨끗한 한방울의 물처럼 주위의 온갖 더러움에도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연꽃은 진흙탕 물 속에서 자라면서도 아리따운 꽃을 피운다. 바로 그런 것이다.


배려이자 사랑


용서는 단지 상처를 준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를 향한 미움과 원망하는 마음을

스스로 놓아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용서는

자신에게 배우는

가장 큰 배려이자 사랑입니다


달라이 라마


달라이라마(1935년생)는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끄는 정치지도자로 정식명칭은 달라이 라마 14세다. 환생을 믿는 티베트 사람들은 관음보살의 화신化身이라 여긴다. 관음보살은 여러 모습으로 변신해 중생 앞에 나타나 자비를 베푼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용서는 단순히 말로만 행하는 것이 아니다. 용서容恕란 말 중의 ‘서恕’를 풀이하자면 바로 같은 여如와 마음 심心의 합성이다. 즉 ‘같은 마음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그냥 ‘용서할게’란 말 한마디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과 같은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로)“평생 실천할 만한 게 있습니까?”

(공자)“그것은 바로 서恕다.”


이는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와 스승인 공자 사이에 나눈 대화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같은 마음이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며, 자신이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행하지 않는 그런 마음이라고 했다. 이는 바로 불가佛家의 ‘보시布施’와 같은 개념인 셈이다.


삿된 도道


만약 몸으로써

나를 보려고 하거나

음성으로써

나를 구하려고 하면

그 사람은 삿된 도道를

행하는 것이니

결코 여래를 볼 수

없을 것이니라


금강경 4구게


금강경은 ‘금강반야바라밀경’의 줄임말이자, 부처님의 지혜와 설법을 단단한 금강저金剛杵에 비유했다. 절대 부숴지지 않는 중생의 인식을 무엇이든 부수는 무기가 바로 금강저인데, 이는 승려들의 수행도구이자 고대 인도의 무기다.


(사진, 금강저)


한편, ‘금강경 4구게’란 금강경의 핵심사상을 4구四句 형식으로 요약한 게송이다. 위에 소개된 4구게는 금강경 제 26분(법신비상분法身非相分)에 나오는 게송이다. 이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若以色見我(약이색견아)

以音聲求我(이음성구아)

是人行邪道(시인행사도)

不能見如來(불능견여래)


참고로 내 책상 곁에 세워 둔 사구게는 아래 사진 속의 게송이다.

이를 이해하기 쉽게 풀이하자면,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모두가 다 허망하다/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곧 여래를 보리라


(사진, 금강경 제5 여리실견분如理實見分 사구게)


깨달음은 긴 여정이다


불교 선종禪宗에선 깨달음에 이르는 방식으로 돈오점수頓悟漸修와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얘기한다. 돈오돈수란 단번에 깨닫고 단번에 수행을 끝내는 것인 반면, 돈오점수란 문득 깨달았어도 점진적으로 수행을 계속한다는 의미이다. 성철 큰스님은 돈오돈수를 강조하며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수행하는 나를 꾸짖는 듯하다. 그래도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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