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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소사회 대한민국 - 사회교사의 눈으로 본 인구 소멸과 우리의 미래
정선렬.엄혜용 지음 / 행북 / 2024년 11월
평점 :
현장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 특히 인구 구조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지방 학교와 청년들의 이야기, 수도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청년과 중년들의 이야기, 세대 담론에서 조직적으로 배제당하고 상실감을 느끼는 노년층의 이야기를 통해 인구 구조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구조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본서 말미에는 다문화가정, 국방, 지방 소멸, 사회보험의 붕괴 등 어느 정도 분석이 진행된 사회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견해를 바탕으로 정리해 보고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머리말’ 중에서
(사진, 책표지)
책의 저자 정선렬은 전남 일반사회교과교육연구회 회원으로 해남중학교, 문태고등학교, 남해고등학교 등에서 근무, 현재 고금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공저자인 엄혜용은 고양국제고등학교, 안양예술고등학교, 안산국제비즈니스고등학교 등에서 근무, 현재 화정고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은 ‘붕괴하는 대한민국, 인구 구조가 가져올 재앙’, ‘각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인구 문제와 구조’, ‘인구 구조 변화가 가져올 미래 사회 문제’, ‘잿빛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것들’ 순으로 펼쳐진다. 현직 사회교사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구 소멸과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해 알찬 내용을 담고 있다.
인구 구조가 초래할 재앙
인구 정책 슬로건의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듯 정부는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출산율 수준인 2.1명보다 낮아진 후에도 장기간 저출산정책을 유지해 왔다. 한 마디로 장기적인 인구 관리 계획이 없었던 거다.
(사진, 합계출산율 변화 추이)
저출산이 마치 ‘사회악’인 것처럼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저출산 자체가 대한민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란 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는 고도로 산업회된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다.
여성들의 학력 수준 향상과 사회 진출 확대는 전통적으로 여성의 영역으로만 치부되던 육아育兒에 대한 인식을 바꾸도록 요구하게 된다. 출산은 여성의 신체에 큰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최소 1년 이상 사회와의 단절을 강제强制한다. 자아실현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의 여성들이 이를 쉽게 수용할 수 있을까?
<인구론>의 저자이자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더스(1766~1834년)도 생태학적 관점에선 사회 내 경쟁이 심화될수록 출산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특히, 경쟁에서 도태되어 생존에 위협을 받거나 현재의 삶 자체가 생존에 현저히 불리하다고 인식하는 순간 인간은 출산을 포기하게 되므로 대도시의 출산율이 중소 도시나 농어촌에 비해 훨씬 더 낮다는 거다.
(사진, 2022년 주요 선진국 합계출산율)
저출산 문제는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워낙 극단적이고 빠르게 진행되는 경향이란 사실이 앞으로 우리 사회에 미칠 인구 구조의 변화가 연금 등 사회안전망을 위협하고, 노동력 감소는 미래 성장 동력을 약화시켜 사회 유지를 어렵게 만들며, 청년 인구 감소는 직접적으로 국방력 약화를 초래함으로써 국가 안보가 불안해지는 원인이 된다. 미래를 생각하면 정말 암울할 수밖에 없다.
지방 학교의 교육 질 저하 우려
지방 학교의 학생 감소가 이젠 마치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 아직은 지방 소규모 고등학교에 국한된 일이지만, 고등학교 신입생이 한 자릿수로 감소했다는 것은 꽤나 의미심장하다. 수도권보다 지방, 20대보다 10대 인구의 감소가 빨라지는 가운데 지방 학교에서 벌어지는 인구 문제는 조만간 수도권에서 현실로 마주칠 문제일 것이다.
도시에 비해 지방 고등학교는 교육 여건상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중3이 되는 자녀를 도시 고등학교로 전학시킬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럴진대 학부모든 학생이든 면 단위에 위치한 소규모 고등학교를 선택하겠는가.
지방의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도시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점을 이유로 지방의 교원 감축 정책은 몇 년 전부터 광범위하게 추진되고 있다. 지방 소규모 학교의 교원 중 상당수는 3~4개 학교를 순회하며 수업을 제공함에 따라 그 수업의 질이 온전하겠는가. 그리고 지방 소규모 학교엔 경력이 짧은 젊은 교사들이 배치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방 학교에 저경력 교사 위주 배치 추세가 일반화된다면 이는 다시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 교육의 질 저하는 교사로 하여금 교육 현장에서의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게 만들고, 결국 교사들도 지방 학교에서 벗어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부정적인 분위기 가운데 교사들에게 교육적 사명감만으로 지방 교육에 헌신하길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지역 소규모 학교에서 근무하는 대부분 교사들은 짧으면 1년, 늦어도 3년 이내에 근무를 마치고 그 지역을 떠난다. 교사의 교육 연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양질의 교육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제공되기를 바라는 것은 그야말로 욕심이다.
그래도 노력할 시간은 있다
<통섭의 식탁>이라는 책을 쓴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들이 생존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청년층 입장에서는 지금도 충분히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나마 ‘현재가 가장 살만한 상황’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다시말해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셈이다.
인구 구조가 대한민국이란 땅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은 정해진 사실이지만, 그 충격을 다소나마 완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 골든아워를 놓치기 않기 위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 사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의무이자 책임이다. 이에 책의 일독을 모두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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