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차전지 인사이트 - 배터리 지식의 총집편
정용진 지음 / 원앤원북스 / 2024년 7월
평점 :
직업적인 특성상 많은 글을 썼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결에 집중했습니다. 어떠한 의견이나 해석을 제시하기 앞서 사실과 정보를 되짚었습니다. 내용에 충실하기 위해 제 개인적인 시각보다는 객관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 ‘프롤로그’ 중에서
책의 저자 정용진은 현재 신한투자증권에서 자동차·2차전지 섹터 애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2차전지의 미래, 정치와 정책으로 맥락 읽기, 2차전지 투자자를 위한 최소한의 지식, 2차전지 투자 매트릭스 순順으로 2차전지 투자자들의 건강한 투자관 확립을 위해 유익한 도움을 준다.
전기 전성시대
2차전지는 전기를 잘 활용하려는 제품이다. 만약에 갑자기 전기가 중단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충분히 상상된다. 가야할 장소에 가려면 두 발로 걷거나 비동력 운송수단인 자전거를 타고 다녀야 하며, 인터넷·TV·라디오 또한 불통이므로 이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도 없다. 특히, 햇볕이 없는 야간엔 온 세상이 캄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므로 우리들의 삶은 원시시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 이미 삶의 필수품이 되어 버린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고 전자기기도 사용 불가능이라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려면 주문받기 위해 종업원이 올 때까지 한참 대기하거나 아니면 큰 목소리로 주방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치르며 주문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단편적인 모습만으로도 전기 없는 삶이란 참으로 암담함을 느낄 수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1차에너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변환이나 가공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연으로부터 직접 얻을 수 있는 에너지’라고 말한다.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대표적인 원료는 바로 석유나 석탄이다. 천연가스, 원자력, 신재생에너지원도 1차에너지에 포함된다.
전기가 많아지기 위해서는 1차에너지를 활용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바로 ‘발전’이다. 최종에너지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더라도 1차에너지가 환경을 파괴한다면 의미는 없다. 결국 전기사회는 사용의 영역인 ‘최종에너지의 전기화’와 발전의 영역인 ‘1차에너지의 청정화’를 동시에 살펴봐야 한다.
자동차 산업은 정치적이다
대표적인 이동수단인 자동차는 지금껏 화석연료. 즉 원유(정제된 가솔린, 경유, 디젤유 등)가 주된 동력원이었다. 산업혁명이라는 커다란 패러다임의 등장과 함께 석유는 거의 만능적인 물질이 되었다. 이후 현재의 지구는 무제한적 탄소 배출로 인해 지구온난화와 이로 인한 지구 녹색환경의 파괴라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에 자동차 산업에도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바로 전기자동차의 등장이다. 화석연료 대신에 전기로 자동차가 주행한다면 대기오염과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지의 발전이 전기차 시장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기존의 전지(밧데리)는 IT 또는 전자제품의 가장 큰 수요처였는데, 이젠 전기차에도 가장 중요한 핵심 소재가 되었다. 사실 전기차의 중요한 논쟁 이슈는 주행거리다. 즉 어떤 2차전지를 탑재하느냐에 따라 성능이 평가된다.
한편, 한동안 주식시장의 대세는 AI 제품의 등장이었다. 지금까지 AI를 구동하는 반도체의 중요성에 초점을 두었기에 엔디비아 전성시대를 구가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결국 AI 제품도 전기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결론에 이르면서 새로운 투자포인트가 등장했다. 최근 많이 올라서 피로감 때문에 엔디비아의 주가가 하락하는 측면도 있지만 전기 부족 시대에 대한 우려감이 미리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사진, 2021년 기준 국가별 에너지 자립율)
투자란 미래를 바라보고 이에 대응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단순히 고품질의 2차전지를 낮은 생산원가로 만들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머물면 안된다. 이미 시작된 것처럼 미래의 모빌리티인 전기차 시대의 가장 핵심적인 소재인 2차전지 확보를 위한 주도권 잡기에 접어들었다. 이른바 미국의 IRA 규제책이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넘어 친한 국가인가, 어떤 나라에서 생산하는가 등의 요인이 관련 산업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중국의 반도체굴기를 걲기 위해 시작한 미국의 반도체 전쟁이 이젠 전기차 산업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해 2차전지 생산에까지 개입한 것이다. 리쇼어링이바로 그것이다.
전기차와 2차전지가 정치적 분쟁의 핵심이 된 이유는 뭘까? 두말할 필요 없이 자동차 산업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강대국들은 모두 자동차 산업을 핵심 산업으로 여기며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은 원래부터 항상 정치적이었다.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에 따르면 2023년에 팔린 자동차는 총 9,274만 대입니다. 매출 규모로 따지면 2조~3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의 규모 총합이 0.6조 달러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산업의 규모가 어마어마함을 알 수 있습니다.(78쪽)
미국의 IRA 정책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11월 22일 기사)
IRA 초안 및 세부안에서는 핵심광물과 구성재료를 정의하고 2025년부터 해외우려기관 규정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마찬가지로 배터리 부품도 정확하게 종류를 명시한 후2024년부터 해외우려기관 규정을 적용, 리쇼어링을 강요하고 있다. 이에 반감을 가진 완성치 업체들이 중국과 우회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려는 풍선효과를 야기했다.
IRA 최종안은 문제를 인식한 미정부가 실제로 기업이 공급망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대표적으로 흑연이나 전해질 염의 경우 핵심광물 또는 구성재료에 속해 매우 빠르게 탈중국화가 필요한 소재였다. 최종안에서는 ‘추적 불가능한 소재’로 분류해 2년간 해외우려기관 규정에서 유예를 줬다. 결국 2026년까지는 중국산 소재를 사용해도 되는 상황으로 유연성이 생겼다.
(사진, IRA 최종안, 137쪽)
EU의 핵심원자재
미국의 IRA 정책에 대응키위해 유럽은 실리정책의 일환으로 첨단산업의 핵심원자재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움직임을 택했다. 2023년 3월에 CRMA를 발표했다. 이는 친환경·디지털 전환 속에서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정학적 환경까지 고려한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천명했다.
핵심원자재는 3년마다 리스트를 지정하는데, 2023년에 갱신된 리스트엔 34개 품목이 지정되었다. 신규로 비소, 장석, 헬륨, 망간, 구리, 니켈이 추가되었고 반면 인듐과 천연고무가 제외되었다. 추가 품목 대부분 2차전지 산업의 핵심 원재료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다 ‘전략원자재’라는 항목이 추가되었는데, 해당 리스트는 더욱 중요하다 하겠다. 총 16종으로 2차전지 및 영구자석에 필요한 품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향후 이를 최대한 자급하거나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게 EU의 목표인 것이다.
전략원자재 수입의 경우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65% 이하로 제한할 것을 명시했다. 품목별 수입량이 제일 큰 국가는 중국이다. 25개 품목이며 그다음으로 남아프리카 지역이 6개 품목, 미국·호주·콩고·튀르키예가 각각 2가지 품목을 과점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IRA 정책이 강력한 보조금 지급이라면 EU의 CRMA는 역내 원자재 공급망 강화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라고 볼 수 있다.
(사진, 전략원자재 품목 등,154~5쪽)
분리막
2차전지의 메카니즘에 의하면 두 전극(양, 음)과 전해질만 있으면
2차전지의 기본적 성능이 확보된다. 그러나 리튬전지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그렇다. 에너지 밀도 등의 요인으로 화재의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
리튬전지는 앞서 말한 3가지 필수 소재(음극, 양극, 전해질) 외에도 반드시 안전을 위해 분리막을 추가해야 한다. 그래서 흔히 음극, 양극, 전해질, 분리막을 배터리의 4대 요소라고 부른다. 분리막은 일종의 벽이자 통로이다. 전해질이 전자를 막는 벽이자 리튬이온을 옮겨주는 통로라면, 분리막은 전해질보다 더 직접적인 ‘벽’의 역할을 한다.
(사진, 2차전지의 원리,177쪽)
투자 매트릭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행보는 결국 투자대상 기업의 발굴과 투자 매트릭스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책은 4장(2차전지 투자 매트릭스)에서 증시에 상장된 기업을 좀 더 상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전자공시시스템(다트)의 활용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즉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정보에 바탕을 두고 투자대상 기업을 발굴하자는 의도이다. 2차전지의 속성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갖춘 투자자라면 4장만 읽어도 충분할 듯 싶다.
산업분석(셀)~ 최종 생산자(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산업분석(양극재)~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
산업분석(음극재)~ 천연흑연, 인조흑연(포스코케미칼)
산업분석(동박,분리막)~ 분리막은 폴리올레핀 레진으로 만듬
전기차 케즘의 희생양
2차전지의 쓰임은 전기차 수요와 맞닿아 있다. 2023년 후반부터 전기차 판매 실적과 테슬라 부진이라는 이슈와 함께 전기차 케즘 (일시적 수요 정체)현상이 발생하면서 2차전지 산업의 성장세에 찬물을 확 끼얹었다. 케즘 현상의 주된 요인은 바로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전기 충전소(기) 인프라 구축의 미흡 등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2차전지가 전기차 케즘 현상의 희생양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재테크 #주식투자 #2차전지인사이트 #정용진 #원앤원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