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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방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 늦깎이 프로 골퍼, 조윤성의 무모함과 용기
조윤성 지음 / 다산북스 / 2024년 5월
평점 :
우리는 모두 크기를 알 수 없는 잠재력과 특별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특별한 삶을 만들어 온 소중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저는 ‘제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 ‘들어가며’ 중에서
책의 저자 조윤성은 호주 PGA 정회원이자 KPGA 챔피언스투어 멤버인 프로 골퍼다. 프로 골퍼를 꿈꾸며 대부분 어린 나이에 골프를 시작하지만 그는 한국에서의 수학강사 일을 그만두고 호주로 유학을 갔다가 어느날 우연히 시내버스 안에서 결심하고 28살에 골프를 시작한 특이한 이력을 가졌다.
예체능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막연하게 골프가 자신에게 잘맞을 것 같은 판단이 들었다. 골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했지만 우선 골프채를 장만해야 한다고 생각해 지역신문에서 중고 골프채 세트를 발견, 100달러(약 6만 원)에 구입했다. 어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 신분이었지만 크게 부담이 없는 가격이었다.
자가용이 없어서 버스와 전철을 갈아타며 골프 연습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개인 레슨을 받기도 했다. 하루는 레슨 프로가 30분 강습 중 10분 넘게 통화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그날로 레슨을 중단하고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통해 골프를 독학했다. 호주 연습장에선 시간 제한이 없으므로 그린에서 쇼트 게임 연습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공을 멀리 치기 시작하면서 갈증까지 참으며 스윙에만 매진했다.
누구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때 좋은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선택으로 나중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16쪽)
3년 과정인 PGA 트레이니십을 무사히 마치면 투어에선 낮은 단계의 우선권이 부여되고, 평생 PGA 회원 자격의 유지와 함께 골프 레슨으로 수압을 올리면서 투어 참여가 가능하다. 이 과정을 통해 호주 PGA 프로가 되려면 테스트 라운드와 서류 심사, 면접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서류 심사를 통과하고 테스트 라운드를 잘 마쳤지만, 면접하는 날 복장이 문제가 될 줄이야. 청바지에 정장 재킷을 걸치고 클럽하우스에서 면접을 진행했는데, 다른 면접자들의 복장은 깔끔한 정장 차림에 넥타이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이제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자신감이 아닌 넘치는 자만심 탓에 인생의 중대한 기회를 한 번 놓치고 말았다. 이 PGA 트레이니십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는 가정은 전혀 없었기에,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계산은 전혀 없었다. 남 흉보기를 좋아하는 세상 사람들의 바램처럼 꼴좋게 무너지고 말았다.
괴테의 말처럼, 불운이나 불행의 원인을 찬찬히 살펴보면, 대개의 경우 그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을 깨닫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할 수 있다면 인생의 달인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35쪽)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기에, 어떻게든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해야 했다. 트레이니십 탈락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 터라 서둘러 다른 길을 모색한 끝에 공인중개사 자격 시험을 준비했다. 호주의 중개사 자격증은 한국에 비해 취득이 쉬웠다. 부동산 중개소를 개업했다. 골프 연습을 병행할 수 있는 알맞는 직업이었다. 하지만 ‘불행은 연달아 찾아온다’고 했듯이 얼마 되지 않아 미국에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터졌던 것이다. 벌기는커녕 오히려 3년 임대 계약한 사무실의 임대료만 나가는 꼴이 되었다.
호주 PGA 트레이니십 과정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을 얻어 두 번째 원서를 제출했다. 첫 번째 도전시의 면접을 결코 되풀이할 수 없었다. 이번엔 안으로 충만한 뜨거운 절심함이 있었다. 이를 알아챈 나이 지긋한 면접관은 오히려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21명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합격자 중 제법 많은 탈락자가 매년 생겨날 정도로 기준 이상의 평균 스코어를 유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3년 동안 영화와 친구도 끊고 오직 일하고 경기하고 공부하는 데에만 집중한 끝에 21명의 합격자 가운데 3년 만에 이 과정을 수료한 최종 8인의 명단에 들었고, 그렇게 프로 골퍼가 되었다.
시련이란 계절처럼 다시 우리를 찾아오기 마련이다. 언젠가 다시 되돌아오는 시련에 무너질 필요가 있을까? 시련 없는 인생이란 있을 수 없다. 끝이 있으면 시작도 있는 법이다.(74쪽)
부부가 함께 식당에서 버는 시급만으로 학비까지 감당할 순 없었다. 그때 공부하던 대학의 한 학기 학비는 우리 돈으로 420만 원 정도였다. 6개월 정도 어학연수 후 대학에서 한 학기를 지낸 뒤의 방학 즈음, 수중에는 140만 원 정도가 남아 있었다. 학생비자로는 일주일에 20시간만 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다음 학기의 학비는 물리적으로 마련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때, 인생사에서 손꼽을 만한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호주에 처음 건너와 어학원을 다닐 때 재미 삼아 친구들을 따라가 본 적 있는 카지노를 떠올린 것이다. 가끔 돈을 땄다는 무용담을 늘어놓는 이도 있지만 사실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마지막 남은 140만 원을 몽땅 탕진하고 말았다. 마지막 동아줄을 붙잡는 심정으로 친구에게 빌린 56만 원마저 한 방에 사라졌다.
어떤 일이든 저지르는 자만이
그 결과를 맛볼 수 있다.
권투와 골프는 도망칠 수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그저 정면을 바라보고 마주해야만 했다. 링 위에 갇혀 경기를 펼치는 권투선수는 한순간도 싸움을 멈출 수 없다. 더 이상 펀치를 날리지 않거나 등을 돌리는 행위는 바로 패배를 의미한다. 그래서 1번 홀 티 박스에 오르기 직전 스스로에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 펀치를 멈추면 안 돼!”라고 자기암시를 했다.
이밖에도 책은 50세에 출전한 KPGA 챔피언스 투어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두려움에 떨었던 이야기, 힘을 빼면 오히려 순리대로 일이 풀린다는 이야기, 호주 부모들이 식당에서 자녀가 옆 테이블에 불편을 끼칠 만한 행동을 하면 엄한 훈육을 한다는 이야기 등도 소개된다.
주어진 시간과 기회를 허비하지 말라
이십대 후반에 결혼, 아내와 함께 관광비자로 호주 유학을 떠나 1년 만에 수중에 돈 한푼 없는 상황에서도 프로 골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무모할 정도의 도전을 통해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모두 경험한 늦깎이 프로 골퍼 조윤성의 인생 스토리 속에서 우린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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