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유럽에선 여성의 독서활동이 왕성했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소설이 있었다. 특히, 영국 작가 새뮤얼 리처드슨(1689~1761)의 <파멜라>라는 서간체 소설이 1742년 런던에서 초판으로 발행되자 그동안 문학에 무관심했던 여성들에게 놀라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알려진다.


이 소설의 스토리는 많은 남성으로부터 순결을 위협받는 하녀 파멜라가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성공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당시의 많은 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유럽의 공원이나 유원지에선 소설 <파멜라>를 들고 다니는 여성들의 모습이 흔히 목격되곤 했다고 한다.


부유한 B씨의 하녀인 열다섯 살 처녀 파멜라 앤드류스의 편지들로 이루어진 서간체 소설로, 처음에는 반강제적으로 파멜라를 유혹하려던 B씨가 그녀의 정숙함에 감화되어 마침내 정식으로 결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소설은 파멜라의 결혼에서 끝나지 않고, 상류층 안주인이라는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기 위한 파멜라의 노력이 마침내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속편을 통해 계속해서 보여준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년 9월 발매)이 전 유럽에 폭발적인 인기를 일으킨 바 있었는데, 소설 <파멜라> 또한 이를 방불케 할 정도로 대단한 열풍이었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흥미거리를 넘어 ‘나도 어쩌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집단적인 희망의 불씨에 불을 지피는 ‘삶의 새로운 방식’이었다.


독서하는 소녀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18세기에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소녀>(1776년경, 워싱턴 국립미술관 소장)라는 그림으로 시선을 옮겨보자.


(사진, ‘책 읽는 소녀’)


손에 들린 작은 책에 몰입하고 있는 소녀, 도대체 무슨 책이길래 그 속에 흠뻑 빠져서 얼굴에 홍조마저 물들었을까? 커다란 쿠션에 등을 기댄 채 오직 책 속의 글만 바라보는 듯한 분위기가 오히려 소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만드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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