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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 법칙 - 혁신을 꿈꾸는 젊은 리더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황창규 지음 / 시공사 / 2023년 6월
평점 :
나는 도전이야말로 스스로를 알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이는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없고,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다.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 시험해 보지 않고,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 ‘서문’ 중에서
책은 저자가 2022년 가을학기에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의 고학년들을 대상으로 정규 과목에서 7주에 걸쳐 ‘혁신’에 포커스를 맞추어 자신의 다양한 경험과 이런 과정에서 얻은 통찰력을 강의했던 내용을 싣고 있다. 이 강의는 저자의 재능 기부 형식이었다고 한다.
한편, 그는 이미 반도체와 통신 분야(KT 회장으로 재직시 5G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 시킴)에서 세계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낸 탓에 세계 주요 리더들을 대상으로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행한 특강, 베이징대학교 재학생 대상 강의와 여러 많은 콘퍼런스에서의 주제 발표로 극찬을 받아온 강연자였다.
자원부국이 아닌 대한민국 경제에 영향력과 기여도가 높은 산업은 바로 반도체이다. 현재 국내 굴지의 두 회사가 이를 이끌어가고 있는데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선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위치에 올려놓은 장본인이 바로 소위 ‘황의 법칙’을 만들어낸 황창규 박사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
그는 대한민국 반도체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로, 당시 반도체의 기준이라고 하는 ‘무어의 법칙’을 넘어 그의 법칙이 메모리 신성장론으로 인정받았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행하면서 ‘세계 최초 256M D램 개발’ 등 다양한 ‘세계 최초’를 기록했다. 주요 경력으론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사장, 초대 국가 R&D 전략기획단 단장(국가 CTO), KT 회장을 지냈다.
총 7개 장으로 구성된 책은 리스크 테이킹, 파괴적 혁신, 미래의 예측, 기술의 선점, 위기의 대응, 융합의 실현, 혁신을 이루는 경영자의 자세 등 일곱 개의 주제로 진행한 저자의 강의 내용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나에게 깊은 감명을 준 내용을 추려 리뷰에 담아 본다.
리스크 테이킹
저자는 “모든 혁신은 리스크에서 탄생한다”고 강조한다. 몸소 불 속에 몸을 던질 수 있는 위험을 이겨내야만 비로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인다. 미국 스텐퍼드대학교 박사 학력을 감안, 그에게 임원직을 제한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실무자로 삼성에 입사한 것만 봐도 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나아가 그는 오너인 이건희 회장 앞에서 당시 압도적인 1등 업체였던 일본회사 도시바와의 협업을 거절하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해달라고 말할 수 있었던 근거 또한 그의 ‘리스크 테이킹’ 정신이었다. 이 역사적인 ‘자쿠로 미팅’에서의 그의 입장을 들어본다.
“당시 도시바는 낸드플래시의 마켓셰어 1등 기업이었고 독점적인 기술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우리로 보자면 완전히 ‘하늘’이었죠. 실제로 도시바의 기술을 쓰기 위해 삼성은 막대한 특허료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조인트벤처를 같이 하자는 제안이 나쁠 리 없었죠. 누구라도 하고 싶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왜 도시바가 2등인 우리랑 조인트벤처를 하자 했을까요? 미래의 새끼 호랑이를 미리 없애버리겠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삼성은 이미 1994년 세계 최초로 256메가 D램을 개발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일본보다도 앞섰죠. 당장은 2등이지만, 삼성이 또 다시 앞선 기술을 내놓는다면 1, 2위가 바뀔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경영진도 그렇게 생각할진 미지수였습니다.”(45쪽)
이 대목을 읽는 순간 온몸에서 전율을 느꼈다. 나 또한 기업체에서 잔뼈가 굵어지고 큰 일들을 많이 수행함으로써 임원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올랐었다. 만약 나라면 ‘넘사벽’인 회사와의 협업을 거절하고 독자개발을 당당하게 요청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회사의 오너한테 말이다. 이같은 위험 감수는 대단한 용기와 도전정신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행동이다. 아무튼 이를 전격 수용한 이건희 회장의 승부수 또한 남달라 보였다.
나아가 그는 도전을 운에 맡기는 사람이 아니었다. 리스크 테이킹을 한다고 해서 성공을 장담할 수도 없고 반대로 실패할 수도 분명 있기에 승률을 올릴 수 있는 방법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던 것이다. 그 얘기를 좀 더 들어보자.
첫째, 오픈 마인드 자세로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쌓은 인맥을 최대한 활용, 일본 반도체 펠로(기사長)들에게 편지를 통해 기술교류 제안을 하고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아예 용인 기흥에 위치했던 반도체 연구소의 엔지니어들을 대동하고 일본 선진 기업체의 연구원들과 미팅을 통해 개발 상태를 토론하고 직접 목격까지 했다. 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는 자세였음을 보여준다.
둘째, 열정과 적극적 태도로 우수한 인력의 확보를 위해 학회 활동에 적극 임해 심사위원으로서 각종 논문을 심사하며 기술의 흐름을 파악함과 동시에 ‘기술 표준화’를 주도해 나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특허등록과 함께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셋째, 철저한 준비였다. 이는 고객들의 니즈를 확실히 알고 준비하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엑스박스’라는 게임기 출시를 앞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삼성을 찾아와 고사양 그래픽 메모리의 거래 가능을 타진해 온 적이 있었다. 이 제안을 받고 매우 높은 가격을 불렸더니 이들은 마이크론에서 해결키로 했다가 4개월이란 시간만 낭비하고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그사이 삼성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측에서 긴급 SOS를 요구, 삼성 엔지니어 30명을 시애틀 본사로 파견해 2달 만에 완벽하게 해결해 주었던 사례다.
퍼스트 무버 vs 패스트 팔로어
새로운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척하는 자를 ‘퍼스트 무버’,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빠르게 따라가는 자를 ‘패스트 팔로어’라고 부른다. 흔히 경영자들은 앞서가는 회사와 추격하는 기업의 전략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은 후발 기업, 즉 패스트 팔로어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다른 견해를 밝힌다.
1등도 그 자리를 지키는데 리스크 테이킹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한 기업의 하급자가 마음대로 리스크 테이킹을 하기엔 쉽지 않다. 흔히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어떤 배역을 맡은 이가 ‘내가 모든 책임을 질테니 아무 걱정 말고 일을 추진’하라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사실 현실에선 그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회사 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은 모두 안다.
이에 저자는 기본적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를 바닥에 깔고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리스크 테이킹은 리더십의 역할이 크다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즉각적으로 이를 감수할 수 있는 기업 문화의 조성이 중요하다고 밝힌다. 즉 조직이 한 몸처럼 리스크 테이킹을 시도하는 문화의 정착을 가리킨다.
리스크 테이킹으로 인해 실패를 했을 경우 이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한다. 이런 문화가 없다면 전사적인 혁신은 일어나지 않으므로 실패도 용인해 주는 문화의 실천이 꼭 필요하기에 심지어 미래개발팀은 무조건 B플러스 고과를 부여했다고 한다.
‘황의 법칙’은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1년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1999년 256메가 낸드플래시가 개발된 후 2000년 512메가, 2001년 1기가, 2002년 2기가 등 지속적으로 두 배 용량의 제품이 개발되어 지금까지 이 법칙이 지켜지고 있다. 그러나 엄밀히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첨단 기술의 진보만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과 기술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경영자의 자세
피터 드러커의 이론에 따르면 “변화의 가장 큰 위협은 바로 어제의 이론”이라고 말했다. 혁신도 마찬가지다. 어제의 이론이 혁신의 가장 큰 위협이다. 파괴적 혁신을 만들려면 두 개의 수레바퀴가 원동력인 셈이다.
첫 번째 바퀴~ 기술의 발전
두 번째 바퀴~ 조직의 발전
그렇다면 ‘어제의 이론’은 도대체 뭘까? 그렇다. 이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세력)이자 집단적인 거부인 셈이다. 예를 들어, 과학 기술에 있어서 어제의 이론은 바로 지동설을 결코 용인하지 않은 천동설이었다. 그런데, 과학은 이론으로 ‘맞다, 틀리다’를 검증할 수 있으므로 틀린 것을 옳다고 계속 고집을 피울 수 없다.
반면에, 조직 문화는 이와 다르다. 할 수 있다와 할 수 없다는 비교할 때 절대적인 다수는 유감스럽게도 할 수 없다에 표가 쏠린다. 조직구성원의 변명과 이유는 천만 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를 혁신하려고 강압적으로 변화와 변경을 추진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황 박사는 현장에서 경영을 맡고 있을 때 여섯 가지 주제애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면서 이에 합당한 통찰을 얻었다고 한다. 그 여섯 가지는 바로 소통, 비전, 위임, 협력, 질문, 포용 등이었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것은 경영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소통~ 마음을 모아주는 한솥밥의 위력(워크숍)
비전~ 조직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확실한 방법(글로벌 1등)
위임~ 겁 없는 도전을 가능케 함(자쿠로 미팅)
협력~ 위임에 따른 시간적 여유가 소통과 협력으로 이어짐
질문~ 주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고민해서 좋은 질문을
포용~ 혁신가에겐 불이익을 주지 않음
도전의 진정한 가치
책에 담긴 일곱 차례의 강의는 결국 도전이라는 메시지로 관통된다. 현실에 그저 안주하며 만족한 삶을 산다면 결코 자기자신의 한계를 알 수 없을 것이다. 도전하는 자만이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게되고 이를 메워나가는 노력을 함으로써 비로소 성공의 문턱으로 다가가게 되는 셈이다. 경영인이 되고 싶다면 이 책의 필독을 권하고 싶다. 특히, 청년이라면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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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