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삼성전자 시나리오
김용원 지음 / 세이코리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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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삼성전자는 반도체, 모바일, 신사업 등 여러 영역에서 다수의 라이벌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 자연히 대응 여력이 한계에 부딪히거나 리스크를 안게 될 가능성도 크다. 지금 같은 구조라면, 냉정히 말해 앞으로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미래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넘어야 할 상대는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대 기업이다. 매출 규모와 자금 여력, 기술력 등이 대부분 삼성전자를 앞선다. 그리고 이들의 목표는 분명하다. 삼성전자를 물리치거나, 삼성전자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 ‘여는글’ 중에서




‘2030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도전 완패로 끝나다’라는 매우 자극적인 제목의 칼럼으로 책은 시작한다. 2031년 2월 1일 기자가 된 저자가 칼럼 형식으로 기고한 기사는 삼성이 2020년대에 여러 라이벌 기업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일 때 효과적인 대응 전략이 부족해서 글로벌 경쟁력의 약화로 반도체 등 기존의 캐시카우 사업이 일제히 부진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물론 이는 상상력을 발동한 최악의 가정 시나라오이다.


이 칼럼을 읽는 주식투자자들에겐 많은 감정을 유발하게 한다. 정말?, 아니지? 등등. 사실 현재의 주식투자자들에게 삼성전자는 아픈 손가락이다. 대한민국 대표주식이니 왠만하면 이 종목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동학개미들의 활약으로 ‘10만 전자’ 고지를 앞두기도 했는데, 이후 내리막길을 거듭하며 겨우 ‘7만 전자’에 턱걸이하고 있어도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미래 시나리오인 2031년 초엔 ‘5만 전자’에 복귀했다니 말이다.




그렇다면 최근의 삼성전자 스텟은 어떤지 살펴보자. 2023년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6,400억 원대로 1년 전 실적 대비 95% 감소했다. 한 마디로 ‘어닝 쇼크’였다. 이런 페이스라면 연간 적자 전환까지도 우려될 정도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손자병법>에 유명한 말이 나온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즉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인데,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마치 충격요법으로 삼성전자를 치유해보겠다는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저자는 총 6개 장에 걸쳐 현재의 삼성전자와 경쟁관계에 있는 TSMC, 애플, 인텔, 중국 반도체 업계, 국내 3사社(LG, SK, 현대자동차) 등과의 비교를 통해 마지막으로 2030 이재용의 삼성을 살펴보고 있다. 본 리뷰에서는 삼성전자와 TSMC 간의 대결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대만의 TSMC는 처음부터 삼성전자와 가는 길이 달랐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워낙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앞서 가고 있었기에 국가적 지원을 받는 TSMC는 비메모리반도체를 주문받아 위탁생산을 하는 시스템반도체에 올인했었다. 현재로선 이 방향이 잘 맞아떨어졌기에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린치핀”이라는 평가(2021년, 파이낸셜타임스)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서 고성능 시스템반도체의 위탁생산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면서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갈수록 소형화되는 고사양을 충족시키려면 미세공정에서 결판이 나는 싸움이 되었다. 약 10년 전까지만 해도 28나노 공정이 가장 앞선 기술이었지만 현재는 3나노 공정까지 발전했다. 이에 TSMC는 2025년부터 2나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분히 삼성전자의 도전을 의식해서다.


한편,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30일 세계 최초로 3나노 미세공정 기반 반도체 양산을 발표했다. 사실 TSMC보다 반년 정도 앞선 성공이었다. 이제 두 회사는 3나노 반도체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고객사들이 어느 회사를 선택하는냐에 달린 문제이다. 안정적인 현금 창출을 위해서도 더욱 그러하다. 고객사가 없는 위탁생산은 최악의 경우 공장만 덩그러니 남는 꼴이 되고 만다.


애플은 TSMC 전체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객사이다. 2022년 기준으로 약 26%의 매출액 비중을 차지한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에 적용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TSMC가 생산하고 있다. 애플의 제품이 안정적으로 판매되기에 둘과의 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특허 분쟁까지 있었던 애플이니까 당분간 삼성의 고객사가 되긴 쉽지 않을 듯 싶다.


그래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합을 하는 것과 같다. 고객관계란 통상 오랜 기간을 통해 형성된 것이기에 이를 깨뜨린다는 것이 미세 공정 기술력의 치명적 결함이 없는 한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의 너무 늦은 진출은 만시지탄이라 할 수 있다.


또 공급 능력을 갖추려면 거액의 생산 투자를 투입해야 하는데, 확실한 고객사의 확보 없이 공격적으로 선투자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133조 원을 투입해서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에서 확실한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삼성전자가 비록 후발주자이지만 기술력에서 장점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첨단 미세 공정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나선 듯 보인다. 전세계 반도체 고객사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중국의 대만침공설) 등으로 TSMC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삼성에게 큰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한때 TSMC의 미국 이전설도 있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에도 중국 리스크가 있다. 중국에 설립된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생산 공장이 문제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고립시키는 조치를 연달아 취하고 있는데 여기엔 삼성전자의 중국 생산 투자를 제한하는 규제도 포함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중국에서의 사업이 어려워지므로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될 수 있다. 또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높아질수록 미국 정부는 TSMC에게 행했던 것처럼 간섭이 거세질 것이 분명하다.




이밖에도 저자는 스마트폰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사업(AR/VR 기기)과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및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성공 여부, 그리고 중국 시진핑 주석의 완전한 반도체 자급체제 구축 등을 언급하면서 향후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파도가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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