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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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가 닥친 30년 뒤의 지구를 목격한 르네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떠난다. 인류를 구할 방법이 적힌 고대의 예언서 <꿀벌의 예언>을 찾아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르네와 그 일행은 과연 예언서를 찾아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꿀벌의 예언>1권은 이렇게 시작된다. 때는 1099년 7월 15일, 장소는 유럽 어딘가에서 현재 공성전이 벌어지고 있다. 온 사방은 화염과 피와 함성, 그리고 군사들의 움직임으로 가득하다. 아마도 십자군 전쟁의 한 장면인 듯하다.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사이에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도들이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8회에 걸쳐 감행한 대원정에 참여한 군사들이 바로 십자군이다. 소위 종교전쟁이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실상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광기임에 틀림없다.


다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공성전攻城戰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전장터에서 유독 한 기사騎士가 안절부절하고 있다. 그의 투구 안으로 꿀벌 한 마리가 들어와 왱왱거리며 헤집고 날라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집을 떠나올 때 그의 어머니가 건네준 장미 향수 탓이었다. 지금 꿀벌은 이 기사를 꽃으로 착각한 것이다. 투구를 벗어 꿀벌을 쫓아내려는 순간, 성벽에 거대한 구멍이 뚫리면서 일제히 진격하라는 구령이 떨어짐에 따라 벌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던 차에 꿀벌도 위기를 느꼈는지 하나 뿐인 침을 기사의 눈꺼풀에 찔러 넣었던 것이다.




다시 장면이 바뀌어 센江에 떠 있는 유람선(초호화 여객선이 아니라 공연 목적으로 개조한 중고) 안의 450석 규모의 공연장이다. 저녁 공연자는 르네 톨레다노이며 오팔 에체고옌이 하프 연주로 분위기를 돕는다. 오늘밤 공연 테마는 시간 여행이며, 공연 전문 최면사인 르네는 관객들에게 최면을 건다. 참고로 르네는 서른세 살의 전직 역사 교사 출신인데, 지금 <미래의 나>를 시각화하는 중이다.


“지금부터 10분을 드릴 테니 각자의 미래와 대화를 나눠 보세요. 인생에 대한 조언을 구해 보세요. 여러분보다 경험이 아주 많은 사람이나까요...”


르네는 숫자 <30>이 적힌 문을 열고 들어가 미래의 나를 만난다. 즉 르네 33이 르네 63을 대면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어떤 지혜가 필요한지 묻자 운동을 해서 복부 근육을 강화하라고 답한다.


“르네 33, 이번 짧은 방문에서 자네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게 있네. 우린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에는 얼마든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시간이 얼마 없군.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돌아가야지.”


이렇게 공연이 끝나갈 무렵 한 여성의 돌발적인 요청이 발생한다. 30년 뒤의 실제 세계 모습을 보여 달라는 것이다. 난감한 상황이 발생했지만 관객들을 고려할 때 도저히 이를 거절할 수 없어서 이 여성을 무대 위 빨간 의자로 소환했다. 새로운 볼거리가 생기자 관객들 모두 박수를 보낸다. 오팔은 손키스를 날리고 이에 용기를 얻은 르네는 처음 시도하는 일이지만 해보기로 한다. 이미 여성은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누워 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세요. 30년 뒤 실제 세계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세요. 됐어요. 거기 가 있어요. 뭐가 보이죠?”


“파리예요. 샹젤리제 거리. 인파가 넘쳐요. 휴대폰 화면에 11시 30분, 날짜는 2053년 12월 25일이네요. 기온은 43.7도, 습도는 4퍼센트. 계절은 겨울인데 숨이 막힐 듯이 더워요. 신문 가판대 한 잡지 표지에 ‘이미 150억을 돌파한 세계 인구가 여전히 증가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구는 감당해 낼 수 있을까?’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와요.”


이 여성의 이름은 베스파 로슈코프, 그녀가 자꾸 경련을 일으킴에 따라 현재로 복귀하는 카운트다운을 했음에도 이 유도를 거부하고 눈을 번쩍 뜬다. 혼이 나간 얼굴의 모습이다. 순간 몸을 일으키더니 맨발로 허둥지둥 출입구 쪽으로 뛰어간다. 기다리라는 외침도 소용이 없다. 그녀는 신호등도 무시하고 교차로를 뛰어 건너기 시작한다. <1백 퍼센트 수제 아카시아 벌꿀>이라는 광고 문구가 적힌 트럭이 경적과 함께 급정거한다. 비명 소리에 이어 둔탁한 충격음이 들려온다.


전생 체험이 아닌 미래 체험의 첫 시도는 그 대가가 너무나 컸다. 일주일 뒤 파리 경범 재판소에서 피해자 베스파 로슈코프의 변호인은 르네와 오팔을 사기꾼으로 재단하고 피해자는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며 잠을 못잔다고 피해를 호소한다. 검사 측 논고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판사는 징역 3개월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피해자에게 5만 유로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공연장을 영구 폐쇄하라고 판결내렸다.


이 많은 배상금을 처리하려면 두 사람은 새로운 일자리를 반드시 찾아야 할 상황이 되어 버렸다. 르내는 대학생 시절 자신을 무척 아껴주었던 소르본 대학의 논문 지고 교수 알렉상드르 랑주뱅을 찾아가 펜싱 결투로 강사 자리를 하나 꿰 찼고, 인생 동반자 오팔은 금연 최면 치료사에게 취직했다.


잠이 쉽게 오지 않는 밤, 르네는 문듯 베스파 로슈코프가 봤다는 미래의 인구 폭발 시대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이에 그는 마치 요새처럼 안전하게 느껴지는 화장실 변기의 뚜껑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미래 속으로 들어간다. 르네 63을 만난다. 인구는 150억 명 그대로인데 제3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상태였다. 노트북을 켜 생생한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이 사태의 발단은 꿀벌의 실종에 기인한다면서 말을 이어갔다.




“인간이 소비하는 식물의 80퍼센트가 꽃식물이네. 그리고 이 꽃식물의 80퍼센트가량의 수분을 담당하는 곤충이 바로 꿀벌이야. 그동안 꿀벌은 서서히 사라지는데 인구는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던 거야. 인간이 직접 손으로 하거나 로봇을 이용한 수분이 가능하다고 믿었지만 그 결과가 신통치 않았지. 조그만 원인 하나가 결국 치명적인 결과를 낳아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이 급감했어. 그런 상태에서 기온까지 상승하니 곡물 생산은 더 줄어들었고. 지표면의 사막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물 부족이 심화되다 보니 관개수에 드는 비용이 너무 커져 농민들은 이용을 할 수가 없었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남아메리카 국가들에서는 메뚜기 떼가 창궐해 농사를 망쳐 버렸어. 식량은 부족한데 인구가 많아지면 배고픔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건 필연적이고 불가역적이지. 지구상 곳곳에서 벌어진 시위들은 무자비한 방식으로 진압됐네.”


결국 식량 부족이 전쟁을 초래한 셈인데, 오래전부터 긴장이 팽배했던 서아시아에서 폭발했던 것이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정확히는 시아파와 수니파의 충돌이었다. 세계는 두 진영으로 나뉘어 한쪽은 러시아, 중국, 북한 등 이란 지지세력이고, 다른 쪽은 미국, 유럽, 이스라엘, 한국 등의 사우디 지지 진영이었는데 마침내 핵전쟁이 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세계의 주요 도시는 대부분 파괴되었고 2053년 12월 말인 현재에도 한창 전쟁 중이었다.


르네 63이 속해 있는 한 지식인 그룹에서 이 재앙을 해결할 근본원인을 찾아냈다. 문제의 뿌리는 1960년대에 들어 제초제와 살충제를 대량 살포해서 대량 수확하는 현대식 농법 때문에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의 70퍼센트가 사라졌는데, 여기에 2004년부터 프랑스에 대량 유입된 등검은말벌의 등장으로 꿀벌에 치명상을 입혔던 것이다. 이같은 설명의 뒤에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이 해결책이라는 정보를 제공한다.


“ 아까 내가 한 지식인 그룹 얘기를 했었지. 그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최근 있었던 모임에서 어떤 책에 관한 얘기를 들었네.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책이 있다더군. 내가 기억하는 건 제목뿐이야. <꿀벌의 예언>이라는.”


1권의 후반부엔 솔로몬 성전 지하의 탐사 장면이 나온다 역사학자 알렉상드르, 그의 딸 멜리사, 그리고 애제자 격인 르네 등 세 명이 펼치는 스토리는 마치 영화 <인디애니 존스>의 한 장면처럼 연상되기에 긴장감이 대단하다. 베르베르식 소설의 매력에 푹 빠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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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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