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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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코노미스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죽음의 질' 지수에 있어서 한국은 18위다. 그런데 이 18위라는 것도 의료보험과 국민연금이 완화의료 정책에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에 나온 결과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영국은 1위를 차지했다. 쉽게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죽음이 두렵지 않은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역자 후기' 중에서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삶을 선택해주시겠어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팔십대 할머니 유도라 허니셋은 거동이 불편해지고 온몸이 아파오면서 급격한 노화가 찾아오자 더이상 이런 모양새로 질기게 살고 싶지 않아서 안락사를 계획하고 병원을 찾아 이를 신청하게 된다. 이때 병원의 의사가 노파에게 이같은 결정적인 조언을 내놓는다.




이를 계기로 할머니는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한다. 이런 과정에서 전에는 미처 생각치도 못했던 인연과 기회를 잡는다. 즉 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위로와 희망을 느꼈던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상처는 언젠가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 거절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지만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더욱 아끼는 시도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어떤 때라도 사람과 연결될 시도를 그만두어선 안 된다는 사실 등을 말이다.


나의 구십대 모친은 요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형제들이 순번을 정해서 면회를 가서 건강 상태와 불편한 점 등을 점검한다. 사실 노화 탓으로 거동이 불편해서 휠체어에 의존하며, 청력 또한 매우 악화되어 보청기에도 불구하고 대화에 늘 불편을 느낀다. 더구나 치아조차 부실해서 불안정한 틀니를 끼고 하는 식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식들과 며느리, 그리고 사위가 면회를 갈 때마다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씀이 ‘빨리 죽어야 하는데....’이다. 서열 둘째인 내가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면 나는 요즈음은 백세시대라서 더 오래 사셔야 한다고 말하지만 모친께선 ‘오래 산다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오히려 고통이다.’라고 하신다. 그래서 유도라 할머니의 ‘자발적 안락사’ 신청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한편 나의 노모에 비해 10년 이상이나 젊은 유도라 할머니는 매일 수영을 즐기며, 매일 아침 8시에 기상해서 늦어도 10시면 외출하는 규칙적인 생활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고양이 강아지라면 칠색팔색하는 어머님은 서울 아들집에 놀러왔다가는 빨리 내려가자고 아버님을 졸라댔다. 내딸이 애지중지하는 애완견 한마리가 아파트 실내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유도라 할머니는 고양이 몽고메리와 잘 지내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사실 어머님도 건강이나 신체 등 불편한 점이 많았음에도 아버님과 함께 지내실 적엔 양로원 얘기는 금기사항일 정도로 완고했다. 그런데, 장수할 걸로 예상됐던 아버지가 만 88세로 생을 마감한 후 짝 잃은 외기러기 신세가 된 어머님은 며느리한테 불편을 줄까봐 홀로 본가를 지키다가 이후 급노화가 진행됨에 따라 불안했는지 친하게 지내던 성당 교우가 요양원에 갔다면서 요양원 입실을 원하셨다.


이에 반해 유도라 할머니도 가족과 친구도 없지만 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요양원에서 늙어가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오히려 죽음을 스스로 선택함으로써 삶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이엇던 것이다. 심지어 이에 필요한 약물이 있다면 직접 구매할 의사까지 있었다. 




유도라 할머니의 아버지 앨버트는 독일과 영국 간에 벌어진 전쟁 때문에 집에 대피소를 만들어 준 뒤 곧 태어날 동생과 엄마를 잘 돌보라는 부탁과 함께 집을 떠나 전선으로 향한 후 결국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아버지가 떠난 지 한 달 즈음에 엄마는 심한 산통을 겪으며 동생 스텔라를 출산했다. 밤중에 공습이 벌어지는 통에 이웃 크랩 부인이 대피소를 함께 사용하는 바람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웃집에 뉴페이스들이 이사를 왔다. 열살배기 계집아이 로즈는 이집 딸인데, 유도라 할머니를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마치 자신의 친구처럼 대하면서 귀찮게 한다. 이에 엄마 매기가 중간에 끼어들어 방 청소를 하라고 종용했다. 어쨌든 이런 상황이 오히려 유도라 할머니의 삶에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죽음을 앞에 둔 유도라 할머니의 좌충우돌 스토리가 재미와 감동을 준다.


죽음은 피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두려워 할 대상은 결코 아닙니다


'출판사로부터 본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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