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 게임 - ‘좋아요’와 마녀사냥, 혐오와 폭력 이면의 절대적인 본능에 대하여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석기 시대에는 지위가 높아지면 영향력이 커지고 더 괜찮은 짝을 만나고 자신과 자식을 위해 자원을 더 많이 확보하고 더 안전하게 살 수 있었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는 본능적으로 관계를 맺고 지위를 얻으려 한다. 집단에 수용되고 집단 안에서 지위를 엳으려 한다. 집단에 수용되고 집단 안에서 지위를 얻으려 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이것이 인생의 게임이다. - ‘서문’ 중에서




책의 저자 윌 스토는 궁극적으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지위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열망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지위’에 관한 수많은 연구는 어떤 지위를 가졌는지의 여부가 행복과 안녕뿐 아니라 신체 건강에도 극적으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생은 게임이다. 게임은 우리 안에 있다. 게임은 우리다. 그러므로 게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의 인생이 이런 형태를 띠는 이유는 인간의 진화 과정 탓이다. 즉 인간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일종의 의무감에 구속되도록 창조주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종種으로서 그 무리의 집단에서 어떤 지원과 대접을 받는지에 달려 있다. 그래서 인간은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엔 수용이라는 기쁨과 왕따라는 거부의 고통이 공존한다.


집단 내에서의 인간은 밑바닥에서 대충 서성거리는 정도엔 만족하지 못한다. 오히려 집단에서 만들어진 서열에서 위로 더 올라가고 싶어 한다. 상위로 올라가서 사람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잘 살고 있다고 느껴지는 희열을 맛본다. 이는 석기시대나 오늘날이나 마찬가지다.


책은 사회와 격리된 교도소 내에서의 한 장기수長期囚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14살이었던 그는 새로 사귄 11살 친구의 머리를 나무 의자 다리로 내리쳐서 죽이고 말았다. 당시 두 사람은 모두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무단으로 도망쳐서 학교 운동장에서 놀다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 탄로날 까 우려되어 그런 심각한 사고를 내고 말았던 것이다.


교도소에 들어간 그를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무가치한 인간 취급을 당했다. 이에 화가 난 그는 옷, 침구, 소지품 등을 바닥에 모두 내팽개치고 맨바닥에서 3일간 그렇게 잠을 잤다. 그러자 물건을 치우라는 지시가 떨어졌음에도 이에 불응하고 거부하다가 독방 처분을 당했다.


이후 그는 교도소에서 탈출을 시도해보고, 굶어 죽으려고도 해보고, 수감된지 10년 만에 맞이한 첫 가석방 심리에서도 석방을 거부했다. 이후에도 번번히 거부하면서 수감기간은 늘어만 가 무려 25년 지나도 여전히 교도소에서 살았다.


그러다 어느 여름 교사로 온 한 여성과 사랑에 빠졌다. 같은 제소자들이 조심해야 할 인물이라는 정보를 주었음에도 여교사는 그 장기수와 사랑을 나누었다. 심지어 수업시간에 그의 컴퓨터에 사랑과 욕정이 담긴 메시지를 입력할 정도였다. 몰래 반입한 휴대전화로 매일 세 차례 정한 시각에 통화를 하는 사이로까지 발전했다.


소년 살인범의 형량은 길어야 10년 정도이지만, 그는 30년째 교도소에서 살고 있었다. 한편, 장기수와의 사랑에 빠진 여교사는 가석방되어 교도소 밖으로 나오면 함께 즐길 수 있는 많은 일들을 떠올리게 했다. 시골의 작은 집, 한겨울의 난롯가, 고양이 등등.


그럼에도 장기수는 여교사에게 말했다. “난 여기에 남고 싶어.” 이 말은 들은 여교사는 도대체 왜 이럴까 싶었다. 왜 그는 안에서 갇혀 지내고 싶어할까? 그는 몇 년 전부터 학업을 시작해 정치학과 역사학으로 학사 학위를, 평화와 분쟁 조정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형사학으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


그때 재소자 협회 사무국장으로 임명되어 감옥의 변호사로 활동했다. 한마디로 타인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는 그는 타 재소자들이 수감에 관련한 잘못된 제도와 싸우도록 도왔으며, 때론 치밀한 변론으로 교도관들을 혼내 주는 반면에 재소들에겐 가벼운 형벌만 적용되도록 했다.


사실상 그는 교도소 내에서 게임을 즐기면서 자신만의 삶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권력 남용에 대한 저항’이라는 게임었던 셈이다. 그렇기에 그는 교도관들 사이엔 악명 높은 재소자로 입에 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그는 교도소 내에선 ‘종신형’ 재소자로서의 일정한 서열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또 자신이 하고 싶었던 학업과 교도소 변호사 등의 할 일도 있었다. 하지만 교도소 밖으로 나갈 경우 자신에게 부여되었던 이런 지위는 소멸될 것이다. 집요한 여교사의 유혹과 권유 탓인지 몰라도 아무튼 그는 생각을 바꿔 석방을 택했다. 이때 교도관은 그에게 “당신은 여기서 얻은 지위를 잃게 될 거요.” 과연 석방 후 그의 삶은 어떠했을까? 책은 이렇게 그의 말을 소개한다.


“무의식 차원에서는 석방된 삶이 무척 고통스러웠어요. 2주 동안 방바닥에 앉아 몸을 떨었어요. 교도소에서는 제 자리가 어디쯤인지 알았어요. 제가 누구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도 알았어요. 지금 전 완잔히 길을 잃었어요. 완전히 무너졌어요.”


뇌는 스스로 삶을 구축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구축한다.


그렇다. 앞서 살펴본 장기수와 마찬가지로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과 우리는 ‘지위 게임’을 한다. 지위를 추종하게끔 설계된 인간의 뇌는 부지부식간에 ‘우리’의 입장과 ‘남들’의 입장을 가늠하면서 서열까지 부여한다.


또한 뇌는 복잡하게 얽힌 현실을 ‘선善과 악惡’이라는 단순한 구도로 축소하여 우리 모두의 편향과 오판에 근거를 달아준다. 나아가 지위는 문화에도 관여한다. 즉 비싼 차, 명품, 좋은 집, 회사 내에서의 직급, 깨끗한 피부 등의 ‘상징’으로 우리를 압박한다.


“우리는 지위 게임을 할 때마다 평판을 쌓는다. 평판은 모든 플레이어의 마음속에 제각각의 깊이와 제각각의 공정성으로 존재한다.” - ‘72쪽’ 중에서




우리는 흔히 타인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지위를 측정한다. 우리의 탐지 체계는 사람들의 행동, 몸짓 언어, 어조 같은 미묘한 지표로 우리가 남에게 얼마나 존중받는지 계속 추적한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 취향, 또는 의견이 거부당하면 불쾌함을 느낀다.


남들 앞에서, 특히 지위가 높은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영향을 끼치려고 시도하고, 실패하면 화를 내고 억울해하고 복수심을 품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는 더 원시적인 게임으로 넘어간다. 유능함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배 행위로 지위를 얻으려 한다.


우리는 지위를 높이려고 스스로 꾸미거나, 성과를 통해 남으로부터 명성을 얻으려 노력하거나, 가끔은 폭력적으로 변한다. 지위 때문에 오만에 빠지고, 지위 때문에 약탈하며, 지위가 좌절될 때는 괴물로 변한다. 이같은 욕망이 현재와 같은 우리를 만들었다. 바로 책의 저자가 강조하는 ‘지위 게임’이다.


지위를 요구하는 상대와는 함께 살 수 없다


인간은 본래 이기는 쪽을 좋아하도록 태어났다. 어느 한 쪽이 이겨야만 끝나는 게임을 즐기는 셈이다. 한 가지 교훈이 있다. 경쟁자와 그저 ‘평등’하기만 바란다고 주장하는 집단을 절대로 믿지 말라는 것이다. 이런 집단은 자신들의 말과는 달리 결코 평등을 원하지 않는다. ‘모두를 위한 공정’에 관해 환상적인 꿈을 만들지만 그 꿈은 완전 거짓이라는 사실이다.


지위 게임을 간파하는 규칙


따듯함과 진심과 능력을 실천하기

작은 명성의 순간 만들기

게임의 위계질서를 이용하기

도덕 영역 줄이기

균형 있는 사고방식 기르기

다르게 살기

우리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지위 게임은 우리가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고자 참여하는 음모의 장이다. 인간에게 부여된 의무와 같은 생존의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관계를 맺고 이젠 경쟁에 나선다. 무엇을 위한 경쟁일까? 지위를 가지려는 것이다. 방콕 생활만으로도 충분한 삶이라면 굳이 지위라는 게 필요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삶을 추구한다면 스스로의 인생에 있어서 오르락 내리락이 있게 마련이다. 살면서 날아오르고, 추락하고, 짜릿한 승리와 치명적인 패배를 맛보고, 때론 패배보다는 자살이 나아보이는 충동마저 느낀다. 이처럼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할지라도, 게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만 해도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인생은 결승선이 없는 게임이다


가장 힘든 순간에 꿈의 진실을 떠올려야 한다. 인생은 이야기가 아니라 결승선이 없는 게임이라는 진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최후의 승리가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과정이다. 끝없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즐거움을 얻는 것이다. - ‘406쪽’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