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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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영웅을 원한다. 나라를 구하고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인재는 어느 시대나 등장한다. 그에 따라 세상의 판도가 바뀌고 역사의 흐름도 바뀐다. 이 영웅의 영향력은 후대에까지 미치며 위세를 자랑한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영웅의 출현에 기대를 품는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영웅호걸들 중 조조와 유비가 가장 특출한 인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두사람에 못지 않게 후대인들에게 존경받는 인물이 또 있다. 바로 그는 유비의 책사로 활동하면서 3분할지계, 즉 위 · 촉 · 오나라로 중국 땅을 분할하는 계략을 정립했다.


이번에 읽게 되는 삼국지 인물 열전의 주인공은 제갈량(공명)이다. 총 4부에 걸쳐 37가지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은 유비의 군사軍師였던 서서(원직)를 꾸짖는 제갈량의 일화로 시작하는데, 제갈량은 친구 사이인 서서에게 이렇게 말한다.


“서원직, 유비에게 빚을 진 사람은 자네이거늘 그 빚을 갚고자 나를 이용하다니. 그러고도 내 친구인가!”


서서는 조조의 계략에 속아 허도에 잡혀 있는 자신의 어머니를 구하고자 유비를 떠났다. 서서는 단기간 유비 휘하에 있으면서 조조군의 조인 부대를 물리치고 번성을 차지하는 공을 포함, 몇 번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사실 관우가 이 성을 장기간 공략했음에도 결국 함락시키지 못했음을 감안할 때 서서의 공은 크다 하겠다.


이런 서서가 유비의 손을 물리치고 모친을 구하러 허도로 떠난다니 유비는 눈물로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조조에게로 향하던 서서가 갑자기 말 머리를 돌려 유비에게로 와서는 자신을 대신할 인물로 제갈량을 추천했던 것이다. 원래 서서는 비록 친구 사이일지라도 제갈량을 소개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왜냐하면, 재능이 자신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들은 서서의 ‘이기심’을 생각케 한다. 사실상 ‘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다. 진화심리학에선 자신의 유전자를 생존시켜 계속 이어가기 위한 바람이 바로 ‘이기심’이라고 설명한다. 이는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참고할 수 있다.


한편, 서서는 추천만으로는 유비의 은혜를 다 갚지 못한다고 여겨 말을 몰아 제갈량의 은거지로 향했다. 제갈량을 만난 서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함과 동시에 유비에게 친구를 천거했으니 부디 거절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갈량은 좋아하기는커녕 서서에게 호통을 쳤던 것이다. 출사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제갈량에게 친구가 대타로 자신의 자리를 추천 했으니 당연히 화가 났을 것이다. 아니 속으론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서서의 모친은 재덕을 겸비한 강건한 여성이었다. 황제를 기만하는 조조의 행동을 늘 못마땅해했다. 그런데, 조조에게 붙잡혔다고 자신의 아들에게 편지를 보내 조조 곁으로 오라고 했겠는가. 서서를 만나기 위해 유비 진영을 방문했던 사마휘는 서서의 동정을 얘기 듣고선 서서의 모친은 수치심을 느껴 분명 자진할 거라고 판단했다. 이를 제갈량이 모를 리 없었지만 결코 서서를 붙잡지 않았다. 만약 서서의 행동을 만류한다면 제갈량 자신의 위치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또한 심리학에서 말하는 이기심이다.


제갈량의 ‘비단 주머니’는 이른바 지혜를 나타내는 상징어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유세 기간 중에 이 말이 많이 회자되기도 했다. 읍참마속, 칠종칠금, 계륵, 삼고초려 등 제갈량과 관련된 유명한 고사성어들도 많다. 책은 단순한 제갈량 평전이 아니라 현대심리학에 근거한 제갈량의 심리 분석서인 셈이다.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한다


현대인들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아마도 제갈량을 가장 닮고 싶어할 것이다. 책을 통해 우리들은 영웅 중의 영웅인 제갈량의 지혜와 심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지혜와 전략에 목마른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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